20·21년 호황 후 22·23년 다시 불황 속으로

투심 위축·부동산 PF 악화에 ‘1조 클럽’ 실종

사업별 명암으로 복잡해진 셈법…WM 강화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연합뉴스

금융투자업계가 갑진년 청룡의 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대하지 않았던 호황을 누렸던 대가를 지난 2년간 치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제는 재도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증시와 태영건설발 부동산PF 리스크 재점화 우려는 살아남으려는 이들의 발목을 잡을 태세다. 20년과 21년의 호황의 영광을 다시 누릴지, 22년과 23년의 고통의 시간을 다시 보낼지, 기로에 서 있는 금융투자업계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증권업계가 실적 부진의 터널에 갇힌 가운데 다시 한번 수익성 개선에 시동을 걸면서 새해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에도 체질 개선을 통한 사업 효율화에 골몰하면서 실적 반등을 꾀하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 동안 사상 최대 실적을 누린 이후 다시 2년간 성장세가 꺾이면서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됐다.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다시 성장 동력이 될 여의주를 물고 실적 반등의 원년을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 2019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기반으로 호실적을 기록한 뒤 코로나 팬데믹 국면인 2020~2021년에는 주식투자 열풍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봤다.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지수를 끌어올리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2020년에 이어 2021년에 또다시 기록을 경신하는 등 2년 동안 실적 잔치를 벌였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58개 증권사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5조8973억원으로 최대 순이익을 달성한 뒤 2021년 9조941억원으로 급증하면서 한해 만에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이 2020년에 첫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고 2021년에는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 등이 줄줄이 ‘1조 클럽’에 입성했다.

그러나 2021년 말을 기점으로 글로벌 증시 부진과 금리 인상 여파, 경제 불확실성이 본격화 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동학개미 열풍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자 주요 수익원인 수탁수수료가 줄어든 것이 전반적인 실적 감소로 이어졌다.

여기에 2021년 말 불거진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유동성 위기가 확산된 것도 증권사들의 실적 발목을 잡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에는 대형 주가조작 사건까지 잇따라 발생하면서 영업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이에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세로 전환했다.

증권사들의 2022년 연간 당기순이익은 4조513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2021년 대비 절반에도 못 미쳤다. 실적 둔화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1~3분기 누적순이익도 한국투자증권이 작년 3월 자회사로부터 받은 1조7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배당금 수익을 제외하면 4조1388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4조7239억원)보다 감소한 수준이다.

이어 4분기에도 녹록치 않은 환경이 계속 됐다. 부동산 PF 사업 위축이 장기화 되면서 수수료 수익이 큰 폭 줄고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진 영향이다.

결국 증권사들은 PF 리스크 관리와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충당금을 쌓으면서 2년째 실적 내리막을 걸었다. 메리츠증권이 2022년 유일하게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지만 작년에는 전년 대비 감소한 실적으로 1조 고지에서 멀어졌다.

부동산 PF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연합뉴스 부동산 PF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연합뉴스

사업 부문별 명암이 뚜렷해지면서 올해 실적 개선 방안을 둘러싼 증권사들의 셈법이 더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의 경우 새해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과 금리 인하 전망으로 거래대금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 투자은행(IB) 부문은 부동산 PF 관련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최근 태영건설이 부동산 PF 대출 상환 불가에 따라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향후 사업장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증권업계의 타격이 예상된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등 관련 충당금 설정에 따른 증권사의 이익 훼손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사업 기간이 긴 부동산 PF의 특성상 단기간에 산업이 개선되기는 어렵다”면서 “반면에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익 증가 기대감은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증권사들은 리스크가 부각된 부동산 금융 등의 IB 부문을 축소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부동산 대신 기대감이 되살아난 주식·채권 등 전통적 IB 영역을 강화하고 자산관리(WM) 부문을 키워 실적 하락을 방어하려는 행보다.

이에 따른 증권사들의 조직 변화와 인력 충원, 사업 재편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지난 2년 간의 불황을 뚫고 반등을 도모해야 할 시점인 만큼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새해에도 부동산PF 사업과 관련해 더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충당금을 적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리테일 부문은 수수료 경쟁 심화로 이익을 늘리기 쉽지 않지만 고액자산가들을 확보해 WM까지 함께 강화하는 방향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각각 고액 자산가를 위해 지난해에 문을 연 ‘TheSNICenter’와 ‘판교BizPlus금융센터’에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는 모습.ⓒ각 사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각각 고액 자산가를 위해 지난해에 문을 연 ‘TheSNICenter’와 ‘판교BizPlus금융센터’에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는 모습.ⓒ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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