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채권단, 윤세영 회장 일가 1000억+α 사재 출연 요구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태영건설 본사 모습. 연합뉴스.

태영 채권단, 윤세영 회장 일가 1000억+α 사재 출연 요구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강석훈 산업은행장이 2023년 12월 28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 신청과 관련한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성형주 기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을 신청한 가운데 자구 계획의 일환으로 대주주가 1000억 원 이상의 사재를 출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최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추가 자구 계획안을 제출했다. 자구안에는 태영인더스트리 대주주 지분을 바탕으로 한 사재 출연 계획이 담겼다. 앞서 태영건설 측은 현금 확보를 위해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를 2400억 원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매각 자금 60%(1440억 원)는 윤세영 창업회장 일가에, 40%(960억 원)는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에 돌아갔다. 윤 회장 일가는 티와이홀딩스가 매각 작업에 착수한 골프장 계열사 ‘블루원’ 지분도 12.26%를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은 대주주가 확보한 매각 대금 중 적어도 1000억 원은 출연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구 계획을 조만간 채권단에 설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해 12월 28일 브리핑에서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골프장 매각 금액 등 대주주가 일부 사재 출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구안 관련 논의에 관여한 한 인사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자구 계획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대주주 사재 출연 규모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뒤 티와이홀딩스에 돌아간 금액보다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사재 출연이 논의되는 것은 금융 당국과 채권단이 워크아웃의 전제로 대주주의 강도 높은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9일 “채권단은 태영그룹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전제로 엄정한 구조조정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각각 “당사자인 태영건설의 철저한 자구 노력을 유도할 것” “부실기업에는 자기 책임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워크아웃을 거쳤던 기업들 역시 사재 출연 결정을 한 뒤에야 워크아웃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2012년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워크아웃 때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는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팔아 마련한 2200억 원의 사재를 털어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2000년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때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사재 출연 규모는 3700억 원대에 이르기도 했다. 2008~2009년 건설업 구조조정 당시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동문건설·신일건업·우림건설 등도 대주주가 수십~수백억 원대의 사재를 출연했다.

태영 채권단, 윤세영 회장 일가 1000억+α 사재 출연 요구

아울러 채권단은 대주주의 사재 출연에 더해 SBS 지분 매각 등을 놓고 자구 노력의 수준을 가늠할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을 설득해 워크아웃에 성공하려면 대주주의 고통 분담뿐만 아니라 ‘혹독한’ 구조조정 계획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태영그룹은 계열사 기업가치가 2조~3조 원대로 거론되는 ‘알짜 계열사’ 에코비트 매각 등도 자구 계획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에 태영건설 측은 SBS 주식 매각이나 담보 제공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입장이지만 태영건설 채권단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점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직접 대출금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 채무를 모두 합쳐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를 받은 채권회사만 400곳이 넘는다. 실제로 구성되는 채권단 규모가 이보다 줄더라도 여전히 그 규모가 크고 PF 사업장들의 상황이 모두 달라 채권자들의 요구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워크아웃에서는 채권단이 많아야 20~30개사 정도인데 PF 사업장이 많은 건설사 특성상 채권단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PF 사업장의 경우 ‘각개전투’식으로 각 사업장별로도 동의가 돼야 하고 동의가 된 사업장들을 모아 다시 또 동의를 받는 등 복잡한 조정 절차가 필요할 것”이라며 “쉽지 않은 길”이라고 말했다.

다만 방문신 SBS 사장은 지난해 12월 28일 회사 내부망에 “티와이홀딩스가 소유한 SBS 주식의 매각 또는 담보 제공 가능성은 없다”며 “티와이홀딩스도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SBS 경영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고 SBS 매각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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