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연합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지난달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워크아웃 영향으로 태영건설 주가는 1년 전보다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정부가 태영건설 회생 및 건설·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선 가운데 태영건설 주식 매수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 온라인 주식·투자 게시판에는 ‘태영건설 주식 구매 고민 중’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사람은 “나는 태영건설이 안 망한다고 생각하고 주식 베팅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이유로 “너무 가격이 싸다”며 “시가총액이 900억원인데 영업이익이 1500억원이다. 즉 PER(주가수익비율)이 0.6인데 다른 건설사 평균 PER은 3~4”라고 말했다.

태영건설 주가 추이 [네이버증권]

또 이 사람은 “그리고 여기에 엮인 사람들이 많아서 안 망하게 정부가 세금으로 살려줄 것”이라며 “PER 0.6 짜리 말도 안되는 지금 가격이 너무 싸다고 생각하고 구매할 예정이다. IMF(국제통화기금) 때도 기업 다 망할뻔 한거 구매해서 부자된 사람 많다”고 적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어떤 사람은 이 게시물의 댓글을 통해 “태영이 갚아야할 돈이 19조원이 넘어가는데 영업이익이 1500억 찍혔다고 싸다고 하는 건 잘못된 판단”이라며 “백번 양보해서 정부 돈으로 살려준다고 해도 워크아웃이라는 절차는 감자를 수반하기 때문에 감자 후라면 투자를 고려할 수 있는 여지는 있을지 몰라도 감자도 안했는데 주식을 사는건 바보짓”이라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에 태영건설 본사에 걸린 깃발 모습. 연합뉴스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다각도의 자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됐다고 통보받았으며 이에 따라 워크아웃, 즉 기촉법 따른 금융채권자협의회의 공동관리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빨리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워크아웃 절차를 성실히 이행해나갈 것”이라며 “더욱 건실한 기업으로 탈바꿈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태영건설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시공능력 순위 16위의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건설업체들의 연쇄 위기 등 파장이 우려된다. 금융권 추산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순수 부동산 PF 잔액은 3조2000억원이다. 태영건설의 작년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9300억원, 부채비율은 478.7%이다. 이는 시공 능력 평가 35위 내 주요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부채 비율이다.

자력으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이 불가능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75% 이상 동의하면 개시된다. 태영건설의 주요 채권은행은 산업은행, 국민은행 등이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채권단의 관리하에 대출 만기 조정, 신규 자금 지원 등을 받게 된다.

기업이 경영활동을 유지하면서 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으며 채권단과 공동관리 기업간 자율적 협의를 통해 단기간에 진행돼 성공률, 대외신인도 회복, 채권회수 가능성 등이 기업회생(법정관리)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다. 건설업계의 PF 위기는 금융권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9월말 기준으로 부동산 PF 규모는 134조3000억원이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태영건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이 이번 워크아웃과 관련해 채권단 400여곳을 추려 소집 통보를 보냈다. 태영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 규모는 9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산업은행이 최근 태영건설 금융채권단에 보낸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직접 차입금은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80곳, 총 1조3007억원으로 파악된다. 여기에는 회사채, 담보대출, 기업어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이 포함돼 있다.

직접 차입금 외에 태영건설이 PF 대출 보증을 선 사업장은 총 122곳, 대출 보증 규모는 9조1816억원으로 집계된다. 이중에서는 서울 마곡지구 업무시설을 조성하는 CP4사업(차주 58곳·대출 보증규모 1조5923억원)의 규모가 가장 크다. 이외 광명역세권 복합개발사업, 구로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 김해 대동첨단일반산업단지, 고양 향동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 등 사업장에 대출보증을 했다.

직접 대출금과 PF 사업장 대출 보증채무를 다 합친 채권단 규모는 400곳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실제 확정되는 채권단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채권단 파악 및 통보는 태영건설과 관련된 모든 사업장에 대해 이뤄진 것이다. 통보를 받은 각 사가 실제 채권이 있다고 응답하면 그 응답을 기초로 채권단이 구성된다.

건설사 보증채무는 신용보강(자금보충 확약·연대보증)이나 책임준공을 제공한 사례로 나뉜다. 일반적인 신용보강은 부채 만기에 따라 상환(현금 유출)해야 하지만, 책임준공 의무는 개별사업장 사업 성과에 따라 부채 발생 가능성이 달라진다. 공정률이 높거나 분양이 마무리된 경우 태영건설이 지급해야 하는 우발채무 가능성이 작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는 4조5800억원으로, 태영건설 직접 여신 5400억원에 태영건설이 자체 시행 중인 PF 사업장 29개의 익스포저 4조300억원이었다.

태영건설의 정확한 채권단 규모와 채권액 등은 오는 11일 협의회에서 확정될 전망이지만, 채권단 규모가 다소 줄더라도 사업장 대출에 지방상호금융조합, 저축은행 등까지 워낙 많은 금융사가 껴 있어 의결권 배분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태영건설이 자구안을 내놓더라도 채권단 협의에서 각자 순위와 익스포저, 사업장 상황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셈법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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