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부진으로 121조원까지 축소

고금리에 역전세・전세사기 겹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데일리안DB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데일리안DB

국내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규모가 한 해 동안에만 11조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이 16조원 넘게 늘면서 가계대출을 견인한 것과 사뭇 다른 흐름이다. 부동산 시장 한파와 역전세·전세사기 우려까지 맞물리면서 수요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전세대출 잔액은 121조605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0조9242억원 줄었다.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은행의 전세대출은 성장세였다. 2022년 말 5대 은행의 전세대출은 131조9847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조2878억원이 늘었다. 같은 해 2월부터 7개월간 연속 증가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 추이 비교 그래프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 추이 비교 그래프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5대 은행의 전세대출이 급감한 원인은 고금리 여파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과 전세 기피 현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 속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아파트 전세값이 고점을 찍고 내려오면서 역전세가 전세시장 이슈로 떠올랐다. 역전세난이 되면 전세값 시세가 2년전보다 떨어져,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구해도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

여기에 대규모 빌라(다세대 연립주택) 전세사기가 전국에서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전세수요 감소를 부채질했다. 이같은 이유로 서울부동산정보 광장에 따르면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 중 전세 비율(매년 1~9월 기준)은 2020년 70.7%에서 지난해 53.2%까지 하락했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이같은 악재들이 모두 겹치며, 지난해 1월 평당 평균 2398만3000원에서 7월 2235만1000원(KB부동산 주택가격 통계)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 차이도 영향을 끼쳤다. 전세대출은 계약 대부분이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어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 큰 상품이다. 인터넷 은행들이 최근 안정적 성장을 위해 규제가 상대저으로 덜한 전세대출 시장에 뛰어들면서, 5대 은행의 전세대출액이 상당 부분 이탈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최고 금리는 6%를 돌파한 뒤, 현재는 3.99~5.95%(3일 기준)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일괄 3%대 금리를 제공하며 공격적으로 대출 수요를 끌어당기고 있다. 이중 케이뱅크의 전세대출 고정금리(2년) 상품은 연 3.2~3.3%로 전 은행권에서 가장 낮다.

다만 올해 금리 하락과 부동산 시장 변화로 은행 전세 대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본격 신학기 이사철을 앞두고 학군지로 이사가려는 전세 수요가 많아지고, 전세사기 여파로 아파트 전세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매매가 감소로 전세 대출 수요가 늘어 전세값이 뛰고 있는데, 대출 금리도 하락하면서 전세 심리가 다소 회복된 상황”이라며 “이같은 추세가 올해 초반 이어지다가 총선 이후 매매 심리 변화에 따라 전세값이 하락할 수 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