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과일값에 유통업계도 분주

정부, 관세 면제 또는 인하 등 대안 마련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사과, 배가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사과, 배가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설 명절을 한 달 가량 앞두고 주요 과일 가격이 ‘고공 행진’을 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폭염·폭우 등 유례 없는 이상 기후가 기승을 부리며 생산량이 줄었을 뿐 아니라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이런 가운데 유통업체들이 대응에 나섰다. 패키지 용량을 세분화하거나 조각과일과 수입과일을 늘리는 등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못난이 과일’로 불리는 흠집 과일 판매도 확대했다. 동시에 대량 매입으로 가격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고 할인 프로모션도 집중 전개하고 있다.

8일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과일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6% 올랐다. 이중 가장 크게 상승한 과일은 사과로 54.5%나 올랐다. 이외에도 토마토(45.8%), 딸기(23.2%), 귤(20.9%) 등 주요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문제는 이같은 과일 가격이 당분간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과일은 생육기간이 2~3개월로 짧은 채소류와 달리 1년 단위로 공급되기 때문에 쉽게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 또 설 명절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과일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과일 가격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는데, 이 중 0.3% 포인트가 과일의 영향이었다. 품목별로 ▲사과 54.4% ▲배 33.2% ▲딸기 23.2% 등 대부분 과일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형마트, 조각·흠집과일 확대하고 산지 다변화

이마트는 조각 과일 판매에 힘을 주고 있다. 여기에 공급이 부족한 과일 품목을 대량매입해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쓱데이’, ‘30주년 창립기념행사’, ‘데이원’ 등 대형 이벤트를 통해 평소보다 3배 이상의 물량을 확보해 가격을 낮췄다.

롯데마트는 다소 작거나 흠집이 있는 과일을 ‘상생 농산물’이라는 이름을 붙여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작황이 부진해 대과 비율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감류(천혜량, 한라봉 등)도 상생 품목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역시 롯데마트와 마찬가지로 고물가 품목을 중심으로 ‘맛난이 농산물’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 겉은 못나도 맛은 좋다는 의미를 담은 ‘맛난이 농산물’은 2022년 7월 출시 이후, 고물가 시대에 일반 상품 대비 약 20~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또한 고객들이 가장 많이 사고, 자주 사는 품목을 대상으로 ‘신선농장’을 운영해 재배부터 수확까지 관리함으로써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선식품 가격 안정에 앞장서고 있다. 고객 수요가 높은 주요 과일을 선정하고 각 품목별 차별화 상품을 기획해 최적의 시즌에 제공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감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감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편의점 업계도 과일 가격 잡기에 동참하고 나섰다. 최근 편의점 업계는 직소싱을 통해 신선식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1인가구 증가 등에 따라 편의점 과일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CU의 경우 산지직송 방식으로 상품 확보해 가격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딸기 시즌을 맞아 충남 논산의 20곳의 딸기 농가와 손잡고 프리미엄 딸기를 산지 직송 방식으로 수급 중이다.


지금까지 딸기를 여러 산지들과 연결된 중간 협력사를 거쳐 상품을 공급받아 왔으나 올해는 그 유통 과정을 단축시켜 산지에서 직접 납품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를 위해 1년 여 전부터 수차례 논산 지역을 방문해 딸기 농가들과 함께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도 대형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편의점 업계 또한 농가와 직접 컨택해 물량을 사전 매입, 가격을 최대한 낮추려 노력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못난이 과일(사과, 바나나 등)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소비자들의 가격부담 완화를 위해 할인 마케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과일 가격을 잡기 위해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수입과일에 관세를 면제 또는 인하하는 등 대응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수입과일에 대해 역대급 규모의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기존 가공용으로 활용하던 못난이 과일(비정형과) 등 출하량도 늘인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주요 품목의 수급·가격 동향을 매일 점검하는 한편 설 명절 전까지 계약재배 물량을 최대한 시장에 풀고 사과 비정형과와 소형과도 출하한다. 가격이 급등한 과일은 최대 20~30%를 깎는 농축산물 할인 지원 사업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사과·배·감귤에 대한 할인 지원을 지속하는 한편 수입과일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을 통해 공급량을 확대하는 등 수급 안정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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