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모바일 및 PC 환경에서 프로야구 시청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곽혜미 기자
▲ 2024년 모바일 및 PC 환경에서 프로야구 시청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초미의 관심사였던 KBO 유무선 중계권 우선협상대상자로 ‘티빙’이 선정됐다. 협상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면 티빙은 앞으로 3년간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권을 독점해 사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다만 업계와 팬들이 우려했던 프로야구 경기 및 콘텐츠 시청 유료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라 이를 두고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KBO는 보도자료를 내고 ‘2024~2026 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주)씨제이이엔엠(CJ ENM)이 선정됐다’라면서 ‘KBO는 우선협상대상 선정사와 세부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협상이 최종 완료될 경우, 계약 규모 및 주요 사항 등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8일 공식 발표했다. CJ ENM은 자사 OTT인 티빙을 통해 프로야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른바 ‘뉴미디어’ 중계권으로 불리는 유무선 중계권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통신/포털 컨소시엄(네이버‧카카오‧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이 가지고 있었다. 당시 5년간 총 1100억 원에 계약했다. 직전 계약(5년 총액 465억 원)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이번에는 더 올랐다. 아직 정확하게 금액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티빙은 연간 400억 원을 훌쩍 넘어 400억 원대 중반을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하게 계약 기간 3년을 곱하면 1400억 원에 가까 수준이다. 업계의 예상마저 뛰어넘는 거액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뉴미디어 사업권 입찰에는 티빙을 비롯, 에이클라 미디어그룹, 네이버 컨소시엄(네이버, SK텔레콤, LG유플러스, 아프리카TV)까지 총 세 곳이 뛰어들었다. 티빙은 입찰액에서 단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술‧오픈 소스 등 다른 항목에서 뒤집을 수 있는 차이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금액 차이가 컸다. 이제 모든 관심은 유료화 가능성에 쏠린다. 기본적으로 티빙은 태생 자체가 유료 OTT이기 때문이다. 거액을 투자한 만큼 회수를 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유료화 아니면 답이 없는 상황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유료화가 확실해졌다”라고 본다. 

기존 유무선 중계권의 대표 주자는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변되는 포털 사이트였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프로야구 전 경기를 자사 플랫폼으로 생중계했다. 팬들은 익숙한 포털에서 별 힘을 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야구를 즐길 수 있었다. 생중계뿐만 아니라 여러 하이라이트 클립, 그리고 다시 보기까지 지원해 팬들을 한곳에 모을 수 있었다. 포털 공룡들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접근성은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통신사들도 프로야구라는 킬러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자사의 영향력 확대를 꾀했다. 휴대전화나 PC만 있다면, 프로야구는 언제든지 무료로 시청할 수 있었다. 적어도 지난해까지는 그랬다.

지난해까지 뉴미디어 사업권자였던 네이버 컨소시엄은 이번 입찰에서도 기존 방식의 서비스 제공을 약속했다. 팬들이 익숙하고 접근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자체 OTT를 가지고 있는 에이클라 미디어그룹조차도 무료 시청을 보장했다. 포털과 같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플랫폼에 재판매해 일반 시청자들의 원활한 접근을 보장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곳 중 하나가 선정됐다면 돈을 내고 야구를 볼 우려는 없었다. 

하지만 티빙은 ‘무료 시청’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최종 협상이 주목되고 있다. 티빙은 지난 5일 열린 최종 프리젠테이션 당시 제안서에 이 민감한 내용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료화 가능성과 서비스 제공 방식에 대한 질의에도 명확하게 답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티빙이 전면 유료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 프로야구에 처음으로 유료 OTT 시대에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곽혜미 기자
▲ 프로야구에 처음으로 유료 OTT 시대에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곽혜미 기자

업계에서는 티빙이 빠르면 올해, 적어도 계약 기간 내(3년) 전면적인 유료화 단계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입자 유치 효과만으로는 투자액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티빙이 최근 처한 상황을 봐도 그렇다. 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프로야구 유료화 정착에 사활을 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당장 유료화가 되지 않더라도 급 나누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료 가입 회원들에게만 고화질, 다시보기, 각종 콘텐츠 시청, TV 연동 등의 권리를 부여하고, 반대로 무료 회원들의 시청은 상대적 저화질 라이브만 제공할지 모른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혹은 일정 기간 무료 쿠폰을 제공하고 이후로는 유료화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떠돈다.

유료화를 놓고 이런 저런 의견이 분분하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 등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유료 중계’가 보편화된 상황이다. MLB나 NBA의 경우 자체적으로 유료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프로야구도 엄연한 문화 콘텐츠인 만큼, 기존의 영화‧드라마들과 같이 언젠가는 그에 맞는 합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볼 시대로의 이행 시점은 분명히 찾아온다. 다만 프로야구는 아직 그런 문화가 아니라는 현실론도 있다. ‘공짜’로 보는 것이 익숙한 시점에서 유료화가 팬들의 이탈을 촉진하고, 그렇다면 간신히 살려놓은 프로야구 열기를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게 1년 만에 갑자기 이뤄지면 혼란은 더 커진다.

상당수 구단 관계자들과 팬들도 유료화를 인한 시청권 제약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 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유료화를 반대하는 팬들의 여론도 만만치 않고, 실제 유료화가 되면 이른바 ‘라이트 팬’들이 상당 부분 빠져나갈 수 있다. 프로야구의 적극 관심층 또한 막상 유료화가 되면 실제 그 금액을 지불할지는 불분명하다”면서 “프로야구 팬들을 나눠 볼 때 젊은 층 비중이 크게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장년층 수요를 무시할 수 없다. 기존 유료 OTT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어 이 또한 제약 요소가 된다”고 우려점을 짚었다.

아직 최종 결정이 된 건 아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티빙은 이제 KBO 및 구단들과 세부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유료화 논란도 테이블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역대 KBO리그 사업권 선정에서 우선협상권자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당장 팬들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한 가운데 최종 결정권을 가진 KBO와 구단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 유료화 논란을 놓고 KBO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유료화 논란을 놓고 KBO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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