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스크 확대…줄줄이 조정 검토 대상 올라

우량·비우량 양극화 심화…PF 시장 기피 현상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신청 여파로 채권시장의 경계감이 짙어지면서 신용등급별·업종별 양극화가 심화될 조심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증권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된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들의 자금 조달 부담감이 더 커질 전망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부동산 PF 위험에 노출된 중소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달 나이스신용평가는 다올투자증권과 SK증권을 신용등급 모니터링 대상에 올렸다. 이들 증권사의 신용등급은 A등급이고 등급전망은 각각 안정적,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신용등급 AA 이상 회사채를 우량으로, A 이하를 비우량으로 분류한다.

다올투자증권의 지난해 9월 기준 우발채무 규모는 5554억원으로 자기자본의 74.4%,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 및 기업여신 규모는 4829억원으로 자기자본의 64.7%를 차지하고 있다. 나신평은 다올투자증권이 부동산 PF 외 사업 부문의 수익 창출력이 떨어져 있고 수익성 개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같은기간 SK증권의 우발채무 규모는 2831억원으로 자기자본의 약 44.8% 수준이다.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지방 생활형 숙박시설 분양 사업장 중·후순위 부동산 금융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회수 불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한국기업평가도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내려잡았다. A등급인 다올투자증권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A+등급인 하이투자증권은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각각 하향됐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9월 말 기준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약 980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70.1%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중·후순위 비중이 73% 수준이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열린 워크아웃 관련 추가자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열린 워크아웃 관련 추가자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업계에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가 채권 시장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태영그룹은 전날인 9일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와 계열사 SBS의 지분을 필요 시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추가 자구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용등급과 시장 평가에 따른 온도 차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G유플러스, 한화솔루션, KCC는 올해 들어 진행한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조 단위의 주문을 받아냈다. 이들은 모두 AA급 우량 채권으로 기관들이 자금 집행을 재개하는 연초 효과와 함께 금리 인하 기대감, 우량 기업에 대한 선호 심리가 반영됐다.

그러나 비우량 채권인 A급 이하까지 투자 수요가 확산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 2022년 하반기에 불거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 때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우량채 위주로 자금이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이어졌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레디트(회사채) 상·하위 등급 간 차별화가 심화될 전망”이라며 “또 건설 및 PF 관련 금융기관 경계감과 비우호적인 일부 산업 전망을 감안하면 기업 간 선호도도 차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신용도가 낮은 증권사들도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PF 부실 우려가 증권채의 투자 부담을 키운 상황에서 동일 업종 내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업계는 이들 증권사들이 당분간 유동성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캐피탈·증권 등 부동산 PF 관련 업종에 대한 채권시장의 기피 현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만 정부 지원책의 실효성이 확인되면 시장 기피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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