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에 이어 ‘스텔스플레이션’ 등장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하는 사례 늘어”

배달비 점차↑·포장비 1000원 시대 오나

“물가 상승 압력이 아직도 있다는 반증”

서울 시내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을 포장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을 포장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베트남 쌀국수집은 올해부터 포장비용을 1500원씩 받기로 했다. 쌀국수와 반찬을 담을 용기, 비닐봉지 등을 합치면 포장용 부자재 가격이 1000원가량에 달한다고 했다. 식당 관계자는 “가격과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상승하는 데다 포장용 부자재 가격이 만만치 않아 어쩔 수 없이 따로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옆 동네인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한 프랜차이즈 삼겹살집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부터 포장비 1000원을 받고 있다. 고객들에게 전달할 고기가 따듯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보온 기능이 있는 용기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별도 비용이 들면서 소비자 불만도 올라가지만 최소한의 금액만 받는다고 했다.

이처럼 비밀리에 적진에 침투하기 위해 레이더에 잡히지 않도록 하는 스텔스기처럼 소비자물가지수나 생산자물가지수에 잡히지 않는 방식의 ‘스텔스플레이션’(Stealthflation)이 국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2024 세계 전망’에서 “내년에 스텔스플레이션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항공사와 호텔에서 체크인 수수료를 받거나 식당에서 테이크아웃 서비스 고객에게 포장 수수료를 청구하는 경우를 사례로 꼽았다.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공짜로 제공하던 케첩이나 소스 등에 비용을 받는 것도 같은 예다.

실제로 통계청은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제품 용량을 슬쩍 줄여 우회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물가지수에 반영하고 있다. 다만, 서비스에 추가적으로 붙는 수수료는 따로 자료를 수집하진 않았다.

배달비 문제도 커졌다. 배달 비용은 점차 자리를 잡아가며 이젠 일상화된 문화로 이어지는 중이다. 다만, 기존 외식물가 지수로는 음식가격이 오른 것인지, 배달료가 인상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통계청은 지난달부터 배달비 지수를 처음으로 공표했다.

지난달 조사 결과 외식배달비 10건 중 3건 이상은 3000원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작년 12월 외식 배달비지수는 104.3(2022년 11월=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4.3% 상승했다. 11월 상승률(3.9%)보다 0.4% 포인트(p) 높아졌다.

서울 시내에서 배달 노동자가 배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에서 배달 노동자가 배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와 공급망 불안 등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향후 소비자가 알게 모르게 부담이 늘어나는 스텔스플레이션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팀장은 “국내 경기가 썩 좋지 않다 보니 판매하는 공급자로서도 물건값을 올리기보다 암묵적인 비용을 올리는 방식을 사용한 것 같다”며 “실질 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고 내수도 좋지 않다 보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한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상이었던 포장비용을 유상으로 돌리면서 자연스레 전반적인 가격이 인상되면 소비자 부담은 물론 올렸던 가격을 다시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꼼수 인상으로 불리는 슈링크플레이션에 이어 스텔스플레이션의 등장을 보면 앞으로도 교묘한 인상 수법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텔스플레이션에 대해 “물가 상승 압력이 아직도 있다는 반증”이라며 “기업과 가계가 고물가로 높은 이자율과 경기 침체 누적 부담을 본격적으로 체감할 것이고, 적어도 하반기까지는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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