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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증권업계 1위’ 한국투자증권에 브릿지론 ‘위험 경보’가 울렸다. 브릿지론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직접적인 단초가 됐던 대출이다. 일부 신평사는 “올해는 브릿지론이 현실화되는 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태영건설은 금융채권자협의회에 의한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국내 도급순위 16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증권사에도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대출, 신용보강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태영건설 위험에 노출됐고,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의 익스포저 규모는 1조1000억원 수준이다. 태영건설과 관련한 증권사의 익스포저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김예일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익스포저를 보유한 증권사는 대체로 대형증권사로, 자기 자본 대비 부담은 대부분 2%~5% 내외로 미미한 편”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은 태영건설 하나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건설업 산업 전망에 대해 ‘운전자본관리와 자금조달, 건설사 생존능력의 바로미터’라며 자금 조달 여부가 건설사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부동산 PF가 경제의 뇌관처럼 자리 잡다 보니 사업장에 자금을 조달하는 증권업, 부동산신탁, 캐피털, 저축은행 등의 업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관련 부실이 본격화돼 증권사 인수합병(M&A) 시장이 열릴 것이란 의견까지 나오는 중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상무는 “부동산 PF 잠재부실이 현실화되면서 실적이 악화되는 회사가 매물로 나와 금융업권의 M&A가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증권사 우발부채, 메리츠가 최다이지만, 브릿지론 우려는 ‘한투’

증권사의 우발부채 지표는 증권사의 자산건전성을 파악하는 용도로 자주 사용된다. 증권사는 중개, 자산관리 서비스 수익뿐만 아니라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낸다. 투자는 위험이 뒤따르기에 잠재적인 위험을 나타내는 우발채무가 투자 자산의 건전성 정도를 파악하는 용도로 활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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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분기 말 기준 자기 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율이 60%를 웃도는 증권사는 총 9개사다. 초대형 증권사 중에는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대형사는 △대신증권 △한화투자증권 △IBk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그리고 중소형 사는 유진투자증권이 자기 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율이 60%를 상회한다.

초대형사에서는 메리츠증권이, 대형사에서는 대신증권이 우발부채 비율이 가장 높다. 다만 양 사는 우발부채의 절대적인 규모는 크지만 가장 위험하다는 브릿지론을 많이 취급하지는 않았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동산 익스포저 2조1000억원 중 브릿지론 비율이 6%로 나신평은 높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메리츠증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양 사는 부동산 금융을 많이 취급하다 보니 우발부채의 절대 규모는 크지만 브릿지론은 상대적으로 적게 취급하는 방식으로 PF 위험을 관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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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론은 토지 매입을 위한 계약금 대출과 잔금 납부를 위한 대출로 부동산 개발 관련 대출 중 가장 위험한 대출로 꼽힌다. 올해 브릿지론 관련 대출 문제가 실제로 터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의 의견도 나온다. 이 상무는 “지난해에는 브릿지론의 문제를 만기 연장 등으로 이연 시켰으나 올해는 지난해와 같지 않을 것”이라면서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브릿지론 중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정부의 스탠스 역시 악성 브릿지론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이 점에서 한국투자증권의 사정은 다르다. 한신평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말 기준 부동산 익스포저 중 브릿지론 규모는 약 9400억원으로 전체 부동산 익스포져(3조9000억원) 중 브릿지론 비율이 24%에 달한다. 대신증권의 4배 수준이다. 이예리 나신평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부동산 익스포저 관련 양적부담은 자기 자본 대비 높지 않으나, 계약금대출을 비롯한 브릿지론 등 사업초기단계 비중이 높아 부동산 경기둔화에 따른 관련자산의 건전성 저하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충당금 적립으로 선제 대비 중이다. 지난해말 기준 1561억원이던 충당금은 올 3분기 말 3103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렸다. 위험 발생을 대비해 미리 비용화 시켜 재무제표에 반영한 것이다.

그 이외에 브릿지론 위험이 있는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이다. 하이투자는 우발채무/자기 자본을 2020년 말 130%에서 올 3분기 말 80% 수준으로 줄였으나 위험 시그널은 여전하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11월 신용등급전망이 하향되기도 했다. 정효섭 한기평 연구원은 “PF 익스포저의 질적위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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