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새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 ⓒ NC 다이노스
▲ NC 새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 ⓒ NC 다이노스

▲ 메이저리그 통산 6경기 등판 경력이 있는 데이비슨.
▲ 메이저리그 통산 6경기 등판 경력이 있는 데이비슨.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투타 겸업’ 경력과 전임 외국인 타자와 홈런왕 경쟁, 그리고 에릭 테임즈의 동료. NC 다이노스 새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은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많은 선수다.

LA 다저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을 때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 앞에서 투수에 도전해보고싶다는 뜻을 피력할 만큼 투구에 자신감이 있었다. 지난해 NC에서 뛰었던 제이슨 마틴과는 같은 리그에서 홈런왕 경쟁을 벌이다 결국 공동 1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때 같은 팀에 테임즈가 있었다. 

NC는 11일 오후 데이비슨과 계약금 14만 달러와 연봉 56만 달러, 인센티브 30만 달러로 이뤄진 총액 1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강인권 감독에 따르면 데이비슨은 NC가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영입을 타진했던 선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통산 54홈런을 기록했고, 일본에서도 19개의 홈런을 날렸다. 

데이비슨은 구단을 통해 “NC 다이노스 구단에 입단하게 되어 영광스럽다. NC 다이노스의 열정 넘치는 팬 분들을 하루빨리 만나고 싶다. 그라운드에서 팀의 승리를 위해 나의 모든 에너지를 쓰겠다.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로 시즌 마지막을 웃으며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 애리조나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맷 데이비슨.
▲ 애리조나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맷 데이비슨.

▲ 맷 데이비슨.
▲ 맷 데이비슨.

#투타 겸업 준비했다, 진지하게

데이비슨은 잠시나마 투타 겸업 선수를 꿈꿨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마운드에 선 적도 있다. 2018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3경기 3이닝 1피안타 무실점, 2020년 신시내티 레즈 소속으로 3경기 3⅓이닝 4피안타 1홈런 2실점을 기록했다. 통산 탈삼진은 3개로 러그네드 오도어와 지안카를로 스탠튼, 마이크 프리먼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진 경기는 2020년 9월 2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경기다. 데이비슨은 점수가 1-14까지 벌어진 8회 마운드에 올랐다. 앤드루 키즈너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바로 다음 타자 브래드 밀러에게 오른쪽 담장을 넘는 2점 홈런을 허용했다. 폴 데용에게도 중전안타를 맞았으나 야디에르 몰리나를 3루수 병살타로 잡아 추가 실점 위기를 정리했다. 맷 카펜터는 좌익수 뜬공 처리했다. 

9회에는 첫 타자 타일러 오닐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번에는 실점하지 않았다. 레인 토마스와 해리슨 베이더, 토미 에드먼을 상대로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공교롭게도 이 경기에는 또다른 투타 겸업 선수 마이클 로렌젠이 중견수 대수비로 출전했다. 로렌젠은 2022년부터 투수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150이닝을 넘겼다. 

이 경기가 메이저리그에서의 마지막 투구였다. 그래도 도전은 계속됐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데이비슨은 지난 2021년 다저스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로 참가했을 때 “나에게 있는 툴도 없는 툴도 있지만, 투구는 내가 가진 것 가운데 하나다. 마운드에서 던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데이비슨이 인터뷰에서 이렇게 자신감을 보인 이유는 다저스가 그에게 계약서를 내민 이유 가운데 하나가 투타겸업이었기 때문이다. 다저스 아닌 다른 팀들은 데이비슨의 투구 경력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데이비슨에 따르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먼저 투수로 얼마나 준비됐는지 물었다고 한다. 그는 “캠프 합류 첫날 로버츠 감독과 대화했는데 곧바로 그 얘기를 했다.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당시 로버츠 감독은 LA타임스에 “데이비슨은 3루수로 뛰거나 불펜에서 몇 이닝 정도를 막아줄 수도 있다. 우리 로스터에 유동성을 더해줄 선수”라고 평가했다. 

▲ 오클랜드 시절 맷 데이비슨.
▲ 오클랜드 시절 맷 데이비슨.

물론 데이비슨은 자신이 더 집중해야 하는 일이 뭔지 잘 알고 있었다. 대신 주기적으로 불펜투구를 하면서 만에 하나를 대비했다. 그는 “마운드에 서면 마음이 편하다. 낯설지 않다. 하루 종일 수비와 타격 훈련을 하고 나서 마운드에 서면 추가 훈련이라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며 즐거워했다. 

2018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가비지 이닝’을 채우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을 때 고교 시절 투수로 활약했던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고 했다. 데이비슨은 “이제 야구에서 투타겸업 선수가 예전만큼 이상하거나 낯설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의욕을 보였다. 

LA타임스는 데이비슨의 투수 경력을 소개하면서 “패스트볼과 커브, 스플리터를 섞어 인상적인 투구를 한다”고 썼다. 데이비슨은 화이트삭스에서 특별히 투수 훈련을 하지 않고도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92마일(약 148㎞)까지 나왔다고 했다.

다저스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 더 나은 투수가 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는데, 결국 다저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콜업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트리플A에서도 마운드에 서지는 못했다.

▲ 40-40 클럽을 달성했던 테임즈 ⓒ스포티비뉴스DB
▲ 40-40 클럽을 달성했던 테임즈 ⓒ스포티비뉴스DB

▲ 마틴 ⓒ곽혜미 기자
▲ 마틴 ⓒ곽혜미 기자

#테임즈와 팀메이트, 공동 홈런왕 제이슨 마틴

데이비슨 영입으로 NC는 2년 연속 외국인 타자로 ‘트리플A 홈런왕’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 뛰었던 제이슨 마틴과 데이비슨이 모두 2022년도 트리플A PCL(퍼시픽코스트리그)에서 홈런왕이었다. 두 선수가 홈런왕 경쟁을 펼치다 공동 1위로 시즌을 마친 것이다. 

마틴은 다저스 산하 오클라호마시티 다저스에서 129경기 544타석 32홈런, 데이비슨은 오클랜드와 애리조나 산하 팀에서 86경기에 나와 382타석 32홈런을 터트렸다. 결과는 같은 32홈런이지만 밀도는 데이비슨이 더 높았다. 

무엇보다 데이비슨은 2022년 약점이 부각되지 않는 시즌을 보냈다. 삼진은 102개였지만 0.310에 달하는 높은 타율과 적지 않은 44개의 볼넷을 바탕으로 리그 3위인 OPS 1.058을 기록했다. 당시 PCL에서 OPS 1.000을 넘긴 선수는 데이비슨을 포함해 9명이었다. 이 가운데 80경기 이상 뛴 선수는 데이비슨 밖에 없다.  

오클랜드 산하 트리플A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에서 NC 출신 선수 테임즈(은퇴), 크리스티안 베탄코트(마이애미 말린스)와 함께 뛰기도 했다.

▲ 맷 데이비슨이 히로시마에서 친 첫 홈런 기념구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 히로시마 카프
▲ 맷 데이비슨이 히로시마에서 친 첫 홈런 기념구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 히로시마 카프

데이비슨은 구단과 인터뷰에서 한국 야구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KBO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만 많이 들었다. 열정적인 팬 분들이 많고 특히 NC 다이노스의 팬 분들은 선수들을 위해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다고 들었다”고 했다. 두 선수의 조언이 이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또 삼성 새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넌도 이때 라스베이거스 소속이었다. 

데이비슨은 2022년을 끝으로 미국에서의 커리어를 접고 아시아 야구에 도전했다.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카프와 연봉 7700만 엔에 계약했다. 여기서 112경기 19홈런의 성적을 남겼다. 대신 2022년 마이너리그에서 보인 강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타율이 0.210에 불과했고, 볼넷 22개를 얻은 반면 삼진은 무려 120개나 됐다. 결국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돼 다음 팀을 찾다 NC의 손을 잡았다. 

NC 임선남 단장과 강인권 감독은 데이비슨이 일본 투수들의 독특한 투구 폼에 적응하지 못해서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쳤다고 보고 영입을 결정했다. 일본에서도 20개 가까운 홈런을 쳤을 정도로 장타력이라는 강점은 여전히 살아있는 만큼 한국에서는 위압감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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