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을 차지했다.
▲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을 차지했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뜻하지 않게 일방적이었다. 두 팀의 희비가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레알 마드리드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알아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스페인 슈퍼컵(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를 4-1로 대파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스페인 슈퍼컵은 프리메라리가 1, 2위 팀과 코파 델 레이(국왕컵) 1, 2위 팀이 맞붙는 대회다. 명실상부 스페인 최고 팀을 가리는 대회라 할 수 있다. 지난해 결승에서는 바르셀로나가 레알 마드리드를 3-1로 꺾고 우승했다. 이 대회 최다 우승(14회) 기록도 새로 썼다. 하지만 올해에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크게 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레알 마드리드 해결사는 비니시우스 주니어였다. 3골을 몰아치는 해트트릭으로 바르셀로나 수비를 무너트렸다. 역대 엘클라시코에서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카림 벤제마에 이어 네 번째로 해트트릭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이날 레알 마드리드는 4-3-1-2 포메이션을 꺼냈다. 비니시우스와 호드리구가 최전방에 섰다. 주드 벨링엄이 그 뒷선을 지켰다. 중원은 토니 크로스, 오렐리앙 추아메니,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버텼다. 포백은 페를랑 멘디, 나초 페르난데스, 안토니오 뤼디거, 다니 카르바할로 꾸렸다. 골문은 안드리 루닌이 지켰다.

바르셀로나는 4-2-3-1로 맞섰다. 원톱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맡았다. 세르지 로베르토 페란 토레스, 페드리가 뒤를 이었다. 프랭키 더 용, 일카이 귄도안이 중원을 지휘했다. 포백은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 쥘 쿤데, 알레한드로 발데, 로날드 아리우호로 형성됐다. 골키퍼 장갑은 이나키 페냐가 꼈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레알 마드리드의 선제골이 나왔다. 주인공은 비니시우스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가 수비 라인을 바짝 올린 틈을 공략했다. 벨링엄이 전방으로 정확한 패스를 찔렀다. 비니시우스가 순간적으로 라인을 허물며 질주했다. 1대1로 골키퍼를 맞자 골키퍼마저 제쳤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3분 뒤에 추가골이 나왔다. 이번에도 비니시우스였다. 호드리구가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골문으로 쇄도하는 비니시우스에게 낮은 패스를 뿌렸다. 비니시우스는 슬라이딩하며 공을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2-0. 분위기가 완전히 레알 마드리드 쪽으로 넘어왔다.

▲ 비니시우스 주니어.
▲ 비니시우스 주니어.

바르셀로나는 뒤늦게 추격했다. 전반 33분 레반도프스키가 골망을 갈랐다. 레반도프스키는 골문 정면 부근에서 높게 떠오른 뒤 착지하는 공을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곧바로 레알 마드리드의 달아나는 득점이 나왔다. 전반 39분 비니시우스가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성공해 3번째 골을 만들었다.

후반 19분엔 호드리구의 쐐기골까지 나오며 4-1이 됐다. 바르셀로나는 후반 26분 아리우호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하며 수적 열세까지 안았다.

킬리안 음바페 없이도 레알 마드리드는 강했다. 올해 초 스페인 주요 매체들은 음바페와 레알 마드리드가 계약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에 따르면 연봉만 2500만 유로(약 360억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음바페는 오히려 파리생제르맹(PSG)와 재계약했다. 음바페를 잔류시키기 위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까지 나선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사실 레알 마드리드는 음바페 영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스페인 매체 ‘렐레보’는 9일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은 음바페에게 2022년보다 적은 금액을 제안할 것”이라며 “벨링엄의 폭발적인 성장과 엔드릭의 도착이 임박하면서 음바페라는 스타를 영입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며 “레알 마드리드가 음바페에게 보내고자 하는 두 가지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번엔 레알 마드리드가 그를 영입하기 위해 필사적이지 않으며, 음바페가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을 원한다면 그가 스스로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음바페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은 당시 맺었던 2+1년 계약 중 2년이 끝나가고, 음바페가 남은 1년을 활성화하지 않을 것이 유력해지면서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다시 불거졌다. 음바페는 계약 만료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프랑스 밖 구단들과 자유롭게 접촉할 수 있는 상태. 디애슬레틱은 “레알 마드리드가 음바페에게 이적 데드라인을 설정했다.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하고 싶다면 1월 이적 시장(중순 이전)에 답변을 줘야 한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마르카 역시 “레알 마드리드가 다음 주에 음바페 측과 접촉할 예정이다. 음바페 측에 긍정적인 답변을 얻는다면, 파리 생제르맹과 계약이 끝나는 여름에 레알 마드리드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음바페와 가능한 빨리 협상을 끝내고픈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렐레보가 말한 대로 2년 전과 다른 상황이다. 무엇보다 레알 마드리드에 벨링엄이라는 스타가 자리매김하면서 거액을 들여 음바페를 영입해야 하는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한 벨링엄은 22경기에서 무려 17골을 몰아넣으며 이적 한 지 한 시즌도 지나지 않아 레알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또 다음 시즌부터 세계 최고 유망주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브라질 출신 공격수 엔드릭이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한다. 레알 마드리드는 엔드릭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영입을 위해 무려 1000억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현재 16세인 엔드릭은 해외로 이적할 수 있는 법적 나이가 되는 오는 7월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할 예정이다.

‘ESPN’은 엔드릭을 “브라질 축구 역사에서 가장 흥미롭고 젊은 재능”이라고 평가했다. 펠레, 호나우두, 네이마르의 뒤를 잇는 대형 스트라이커 유망주라는 평가다. 2006년생으로 아직 16살이지만, 지난해 10월 브라질 리그 팔메이라스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유스팀에서 1경기에 1골 이상씩 넣는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치자 소속팀 팔메이라스는 엔드릭을 단번에 성인 무대로 올린 것이다.

플로렌티노 페레즈 레알 마드리드 회장은 음바페 영입을 원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레알 마드리드 측 생각은 보너스 영입이었다. 굳이 음바페에게 모든 걸 걸 필요가 없다. 지금 있는 선수단도 어리면서 재능이 넘치기 때문이다. 페레즈 회장은 벨링엄을 예로 들면서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하고픈 마음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올해 여름 여러 프리미어리그 팀 영입 제안을 거절하고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한 벨링엄이 대표적“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레알 마드리드는 수비 보강에 신경 쓰고 있다. ‘스카이 스포츠’ 독일판은 9일 “레알 마드리드의 영입 우선순위는 알폰소 데이비스이며, 데이비스는 킬리안 음바페보다 높은 순위에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레알 마드리드는 데이비스 영입을 위해 조만간 바이에른 뮌헨과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데이비스는 2018년 어린 나이에 잠재력을 인정받고 뮌헨에 입단했다. 왼쪽 수비수임에도 엄청난 스피드와 공격력을 선보이며 뮌헨의 주전 레프트백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이번 시즌에는 새로 합류한 김민재와 수비 라인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내내 이적설이 불거지고 있다. 유력한 행선지는 레알 마드리드다. 뮌헨은 곧바로 데이비스와 재계약을 추진했지만, 데이비스가 부담스러운 주급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적과 관련한 언론 플레이 때문에 뮌헨 팬들 역시 데이비스에게 어느 정도 등을 돌렸다.

레알 마드리드는 현재 레프트백 보강이 시급하다. 오랫동안 왼쪽을 책임졌던 마르셀로가 떠난 이후, 아직까지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현재 레프트백으로 프란 가르시아와 페를랑 멘디를 기용 중이지만, 두 선수 모두 완벽하게 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레 레알 마드리드는 데이비스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스카이스포츠 독일’에 따르면, 레알 마드리드는 데이비스에게 뮌헨과 재계약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스의 현재 계약은 2025년 여름에 만료될 예정이다.

▲ 레알 마드리드가 다시 정상에 올랐다.
▲ 레알 마드리드가 다시 정상에 올랐다.

이밖에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호드리구라는 20대 초반 공격수들이 이미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 잡은 것 역시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음바페에게 거액을 투자해야 할 가능성을 낮춘다.

스페인 언론들 역시 2년 전과 달리 레알 마드리드가 음바페 영입에 거액을 투자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스페인 언론 ‘카데나세르’는 “레알 마드리드는 음바페 영입을 세 번이나 시도하고도 실패한 부분을 강조하며 이제는 노리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주장했다. ‘아스’도 “레알 마드리드는 음바페와 계약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면서 “내년 여름 음바페가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면 레알 마드리드는 분명히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조금씩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조짐이 보인다. 음바페를 영입하려면 시즌당 최소 3,500만 유로(약 495억 원)가 든다.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 연봉 1위는 다비드 알라바로 1,080만 유로(약 152억 원)에 불과하다. 또 음바페가 뛸 자리에 이미 비니시우스가 있다. 비니시우스도 현재 음바페, 엘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 다음 가는 선수다. 음바페가 합류하면 서로 좋아하는 포지션이 겹쳐 불균형을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음바페 없이도 레알 마드리드는 강하다. 바르셀로나와 벌인 슈퍼컵 결승에서 비니시우스, 벨링엄 등 젊은 자원들이 맹활약하며 레알 마드리드를 흐뭇하게 했다. 음바페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후 팀의 에이스로 점찍었지만, 영입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비니시우스와 벨링엄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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