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컨설턴트’ 구자정 연암대 겸임교수

“스마트팜 이젠 농사가 아니라 사업을 해야 합니다”

“겨울철 뿌리 온도가 16도면 지상이 ‘낮’이어도 딸기는 밤으로 인지합니다. 그러니까 양액을 줘도 당연히 뿌리가 흡수를 안 하죠. 이것이 딸기가 제철임에도 불구하고 맛이 없는 이유입니다.”

구자정 연암대학교 교수는 이달 초 컨설팅을 위해 전날 방문한 어느 딸기 스마트팜의 이야기를 전했다. 양액은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무기양분 수용액으로, 상당수 스마트팜이 품질이 좋은 열매를 얻기 위해 이를 활용하고 있다. 구 교수는 “많은 농가에서 작물이 양액을 흡수하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선 양액을 투여하고 있다”며 “센서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작물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자정 교수는 센서를 통한 작물의 효율적 관리를 강조했다.©더농부

경영학→항공 정비→우듬지팜 본부장

3천평 스마트팜에서 가지 재배 경험

구자정 교수는 LG가 설립한 농축산 특성화 대학인 연암대학교에서 스마트원예계열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농부이기도 하다. 2013년부터 직접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현재 1ha(3천 평) 규모의 스마트팜에서 가지를 재배 중인데, 해당 규모의 가지 유리온실은 국내 최초다. 그는 처음부터 농부 및 스마트원예 교수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그는 기계에 관심이 많아 항공정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공군에서 f-16 엔진 정비를 하기도 했다. 교수 취임 전에는 국내 최고 규모의 토마토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농업 법인 ‘우듬지팜’에서 사업 본부장으로 일했다.

구 교수는 현재 경영·기계·작물 재배 경험을 살려 ‘스마트팜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현직 농부’라는 점에서 기존 컨설턴트와 차별화되기 때문일까. 구 교수의 컨설팅 현장 반응은 매우 뜨겁다. 약 2ha 규모의 농원에서 파프리카를 재배하고 있는 하철규씨(한국농원 이사)는 “병해충으로 농장 소독 시 사용해야 하는 약재와 같이 모르는 게 있으면 교수님께 연락드려 자문을 구하고 조언 그대로 이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님께서 오랜 기간 작물을 재배하신 경험이 제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구 교수가 한국농원을 방문해 파프리카 재배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더농부

데이터 관리·제무재표 작성 필요

상품가치 있도록 ‘정품률’관리도

엄밀한 의미에서 농작물 재배는 농사와는 다른 뜻을 갖는다. ‘재배’는 작물의 생장을 위한 모든 조건을 출하 계획에 맞추어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농가의 의도에 맞게 양액 등을 조절할 때 ‘재배’라고 부를 수 있으며 그렇지 않다면 그냥 ‘농사’이다. 구 교수는 “농민들은 눈앞에 보이는 ‘업’을 신경쓰다보니 ‘관리’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스마트팜 ‘재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구 교수의 컨설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먼저 구 교수는 농가의 고민을 듣거나 직접 작물의 상태를 살피며 문제를 진단한다. 이후 환경제어기 데이터를 통해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찾고, 수정 방향을 농가에 제시한다. 수정 내용에 대한 결과값을 농가로부터 제공받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2주 뒤 다시 농가를 방문해 변화사항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구자정 교수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컨설팅을 하고 있다.©더농부

구 교수는 농업도 사업이라고 말한다. 작물의 평당 가변비용, 고정비, 매출 등을 정확하고 투명하게 작성해 최소 인건비는 건지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구 교수는 농가가 재무제표를 만들어 운영할 것을 요구한다. 매일 장부를 기록하고 분기 마감 및 결산 과정을 거쳐, 해당 작물을 생산할 때 1평 당 드는 수익을 계산한다. 특히 작물을 가장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시기가 언제인지를 작기를 고려해 계산하고, 그에 맞춘 생산으로 농가가 목표 매출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전했다.

농가수익증대를 위해선 ‘정품률’ 관리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상품성 있는 열매만 도매시장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구 교수는 시기 별로 주의해야하는 병해충과 곰팡이를 알려주고 농가가 이를 대비할 수 있도록 조언한다. 또한 그는 “데이터를 활용해 병해충이 발생하지 않는 환경을 만든다면 농약도 적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환경제어기’를 제대로 쓰는 것이 중요한데, “재배면적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환경제어기 브랜드와 프로그램이 다르다”며 “농가가 재배 목적에 맞는 환경제어기를 사용하는지도 컨설팅 때 보는 것 중 하나”라고 전했다.

‘경쟁력’도 갖춰야할 것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같은 딸기라도 일반 플라스틱 상자에 포장한 것보다는 얇은 필름지 위에 농가 마크나 저농약 인증 스티커 등을 붙인 것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이어 SNS를 활용하는 것도 차별성을 가지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요즘엔 특히 농가 대표만이 가진 특별한 재능이나, 이력, 성격 등 ‘재배자의 색깔’에 어울리는 농가 사업 전략을 발굴해 컨설팅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구 교수는 농가에 재무제표 작성, 정품률 관리, 차별성 등을 강조했다.©더농부

스마트팜을 짓기 전단계에서는 ‘체험농장’을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구 교수는 “스마트팜 재배와 체험농장에서 얻는 매출 비율을 어떻게 설정할지부터 어린이와 고령층 등 어느 연령대를 체험농장 타겟으로 삼을지까지 전 과정을 농가와 함께 고민하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타겟층에 따라 음악 선정, 베드 간격, 제공 음료, 체험 일정 등 모든 것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연령대를 체험농장 고객으로 삼는지에 따라 스마트팜의 구조가 달라진다.

구 교수는 어느덧 컨설팅을 진행한지 4년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본인이 의도한 대로 작물이 반응하고, 이를 농가에서 깨달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고령화로 일손이 점점 부족해지는 한국 농업계에서, 차세대 농업을 선도할 한 줄기 빛으로 주목 받고 있는 ‘스마트팜’. 후학 양성과 컨설팅으로 K-스마트팜 농가에 희망을 더해줄 구자정 교수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파프리카 스마트팜 모습.©더농부

더농부 인턴 김예진

제작 총괄: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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