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IT 일간지 ‘디지타임스(DigiTimes)’는 애플이 올해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16 시리즈 1TB 모델에 원가가 저렴한 메모리를 탑재해 생산 비용을 절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1월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는 애플이 그동안 대용량 아이폰에 사용했던 TLC(Triple-Level Cell) 메모리 대신 QLC(Quad-Level Cell) 메모리 사용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QLC, TLC보다 공간 효율 높고 저렴한 저장 방식

메모리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 (출처 : Dell)

저장 장치에서 데이터를 보관하는 핵심 부품을 ‘플래시 메모리’라고 한다. 플래시 메모리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은 SLC·MLC·TLC·QLC 등 여러가지다. 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인 ‘셀(Cell)’마다 데이터를 몇 비트(Bit)까지 저장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SLC 방식은 셀 하나에 데이터를 1비트 저장할 수 있으며, MLC는 2비트, TLC는 3비트, QLC는 4비트까지 저장한다.

셀 하나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수록 공간 효율은 높아진다. 저장 장치의 크기를 유지하면서 용량을 늘리거나, 용량은 같지만 더 작은 메모리를 만들 수 있다. 생산 공정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도 비교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QLC 단점은 TLC보다 짧은 수명과 느린 속도

QLC 메모리를 사용한 제품은 찾기 어렵다 (출처 : Tom’s Hardware)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SSD를 비롯한 메모리는 대부분 MLC나 TLC 방식을 채택했다. 왜 공간 효율이 높고 저렴한 QLC를 사용하지 않을까. QLC는 MLC나 TLC에 비해 수명이 짧고 데이터를 기록하는 속도가 현저히 느리기 때문이다.

메모리 수명은 ‘누적 데이터 사용량’과 ‘누적 사용 횟수’ 두 가지를 보고 판단한다. QLC 메모리를 사용한 삼성 QVO SSD의 경우 1TB 모델의 누적 쓰기 용량은 360TBW다. 평균적으로 데이터를 360TB 만큼 기록하면 메모리 수명이 다해 고장 날 수 있다는 뜻이다. QLC 메모리를 읽고 쓸 수 있는 횟수는 TLC 메모리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TLC 메모리를 사용한 제품이 QLC보다 10배 정도 오래 간다는 이야기다.

다행히 스마트폰에서 QLC의 짧은 수명은 크게 문제 삼을 만한 단점은 아니다. 데이터를 1TB 가득 채우고 비우는 일을 1년간 매일 해야 고장 나는 셈인데 그럴 일은 없다고 봐도 된다. 일반적인 사용자라면 다음 세대 아이폰을 구매하기 전까지 고장 날 확률은 매우 낮다.

문제는 속도다. QLC 방식은 MLC나 TLC 방식에 비해 쓰기 속도가 느리다. 자잘한 파일을 읽고 쓰는 데에는 크게 지장 없다. 하지만 용량이 큰 데이터를 기록할 때 속도는 100MB/s 전후로, 하드디스크와 비슷한 수준으로 느리다. 아이폰으로 고해상도 동영상을 녹화하다 강제로 중단되거나 파일이 손상될 만한 수준이다.

QLC 부정적 인식 팽배해, 섣불리 도입하다 반발 살 수도

삼성 870 QVO(위)와 WD SN550(아래)

차기 아이폰에 QLC 메모리를 탑재하면 소비자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기존에도 시중에 QLC 방식을 도입한 SSD가 여럿 출시됐지만 호평받은 제품은 없었다.

삼성전자가 2020년 출시한 QLC SSD ‘870 QVO’ 시리즈는 용량 대비 가격이 상위 제품보다 훨씬 저렴했지만 인기를 끌진 못했다. 보증기간이 3년으로 상위 제품(5년)보다 짧은 데다, 메모리 수명이 짧은 탓인지 보증기간 이내에 누적 쓰기 용량이 권장 기준을 초과할 경우 보증이 소멸한다는 조항까지 추가됐기 때문이었다.

웨스턴디지털(WD)이 2019년 출시한 SSD ‘SN550’은 당초 TLC 메모리를 사용했는데, 2021년 6월 QLC 방식으로 변경했다가 소비자 항의에 부딪혀 TLC 버전으로 교환해주기도 했다.

매년 비슷한 루머 이어졌지만…이번엔 다를까

애플이 QLC 메모리를 사용할 것이라는 소식은 매년 끊이지 않았다. 2021년에는 애플이 아이폰14 시리즈에 2TB QLC 메모리 옵션을 추가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결국 헛소문으로 밝혀졌다. 이듬해 아이폰15 시리즈에 2TB QLC 메모리가 적용될 것이라는 루머가 다시금 제기됐지만 실제 출시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전해진 소식도 매년 반복되는 루머로 치부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앞서 돌았던 소문에서는 기존에 없던 2TB 대용량 모델을 언급했지만 실제로 출시되지 않았다. 반면 이번에는 이미 존재하는 1TB 모델의 제조단가를 낮추기 위해 QLC 방식을 도입한다는 주장이라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애플이 아이폰16 1TB 모델에 QLC 메모리를 사용할지는 아직 명확히 알 수 없다. 검토 단계에 그쳤다는 말도 전해진다. 수명·속도·전문가 의견·소비자 피드백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QLC 도입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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