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론으로 추진했던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 특별법이 사실상 중단됐다.

다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활의 불씨를 살려놓은 만큼 총선 과정에서 서울’김포,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등 ‘메가시티’ 이슈가 다시 한 번 재점화될지 이목이 쏠린다.

18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뉴시티프로젝트 특별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출범한 뒤 11’12월에 각각 발의한 김포, 구리 서울 편입 특별법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된 뒤 논의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17일 지난해 12월20일 김포시가 요청한 서울 편입 관련 주민투표의 실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것으로 봤을 때 올해 국회가 종료되면 자동으로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위원장은 17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당 4’5선 중진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경기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이라면 저희 당은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서울에 편입하길 희망하는 도시의 서울 편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불씨를 남겨뒀다.

한 위원장의 해당 발언은 김기현 전 대표가 당대표로써 추진한 ‘메가시티 서울’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같은날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전에 너무 급하게 (논의가) 이뤄지면 국민들이 선거용으로 오해하고 그렇게 낙인이 찍힐 것”이라며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10월30일 ‘메가시티 서울’ 당론 추진을 밝혔다. 김 전 대표의 의사에 따라 국민의힘은 11월6일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뉴시티 특위를 발족했다. 뉴시티 특위는 11월16일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조 의원은 해당 법안을 발의하면서 “2024년 중에 국회에서 처리해 2025년 1월 1일 시행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포의 서울 편입을 위해서는 서울과 김포, 경기도의회 의견 수렴과 주민투표를 거쳐야 해 총선 전 통과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행안부는 김포시에 서울 편입의 타당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한다.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총선 선거일 60일 전인 2월 10일부터 선거일 당일까지는 주민투표가 불가능하다.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총선 전에 주민투표가 이뤄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야당에서는 이에 대해 당연히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못박으며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1월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서울 확장 정책”이라며 “조금씩 조금씩 확장하다 보면 결국 제주도 빼고 전부 서울 되는 거 아니냐는 비아냥거리는 비난들이 쏟아지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023년 12월19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서 ‘시도 통합 및 관할구역 변경기원에 관한 특별법’ 및 ‘구리-서울 통합특별법’ 발의안을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조 위원장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이 대표는 작년 1월11일 신경제비전선포식에서 초강력 메가시티를 실현시키겠다고 천명했는데 어제 뉴스 보니 본인은 메가시티를 잘 모르겠다 얘기하더라”면서 “메가시티 잘 모르는 분이 왜 그런 대선공약을 내걸었는지 궁금하고 모르면 배워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비꼬기도 했다.

관계자들이 우려한대로 뉴시티 특위는 지난해 12월19일 경기 당협위원장 간담회를 끝으로 21일 종료됐다. 아울러 지난해 12월9일 발의한 김포와 구리 편입 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에서 ‘메가시티’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으로 조 위원장을 비롯해 특위 소속 의원들이 총선 출마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특위에 몰두할 수 있는 물리적 여유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조 위원장은 부산 사하(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데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중진 의원들에 대한 경선 패널티를 부여함에 따라 지역구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뉴시티 특위 소속 위원인 조은희(초선), 송석준(재선), 윤창현(비례), 홍석준(초선), 한무경(비례) 의원들 모두 재선을 위해 지역구 관리에 올인하고 있는 것도 한몫한다. 또 김 전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동력을 상실한 것도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다만 한 위원장이 어제 서울에 편입하길 희망하는 도시의 서울 편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총선이 다가오면 김포를 포함한 경기 표심을 잡기 위해 다시 한 번 ‘메가시티’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다.

실제로 ‘메가시티’에 대한 해당 지역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인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에이스리서치가 지난해 12월 4~5일 18세 이상 구리(803명)’김포(812명)’하남(804명)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편입 찬성 비율은 구리 67%, 김포 61%, 하남 60% 순으로 집계됐다. 반대 응답 비중은 하남 37%, 김포 36%, 구리 29%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10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였다.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해당 ‘메가시티’ 아젠다가 선거 과정에서 표심을 유도하는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주소지가 바뀌게 되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재산증식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불씨를 다시 살리려는 듯 12일 경기 하남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내용을 담은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해당 특별법안에는 하남을 경기도 관할 구역에서 제외하고 서울시 관할구역에 편입해 서울시 하남구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경기 하남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 의원처럼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 후보자들이 ‘메가시티’ 내용을 담은 총선 공약을 여야를 막론하고 낼 수 있어 이번 총선에서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조 위원장이 지역구로 있는 부산같은 경우 ‘서울 메가시티’를 넘어 ‘부울경 메가시티’를 총선용 아젠다로 다시 한 번 들고 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장은 지난해 12월7일 울산시청에서 “부울경이 완전체로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울산은 조금 입장이 다른 것 같다”며 “울산이 우리나라 지역내총생산(GRDP) 1위이기 때문에 매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해당 아젠다를 띄운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비수도권 메가시티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민의힘에서 김포-서울 메가시티를 띄우자 더불어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기자 회견을 열고 부울경 등 현 정부 들어 사라진 비수도권 메가시티 논의부터 재개하자고 요구한 바 있다.

이날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제 서울 외 지역발전은 안중에도 없단 말이냐”며 ‘멈췄던 부울경 메가시티를 시작으로 5대 권역 균형발전방안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메가시티’의 범위가 서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면 더불어민주당도 ‘메가시티’를 총선용 공약에 반영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부울경 지역 시’도민 86.4%가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메가시티)’ 설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2월23일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은 3개 시’도민을 대상으로 1월25일부터 2월5일까지 실시한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주민인지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6.4%가 “부울경 메가시티 출범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설문 조사에서 메가시티 출범 뒤 예상되는 기대효과로는 지역균형발전 29%, 일자리 창출 22.8%, 광역교통 인프라 구축 17.8%, 인구증가와 역외유출 방지 14.3% 순으로 응답해 부울경 내부의 갈등을 없애고 균형발전을 꾀하는 것이 핵심 과제임을 보여준 바 있다.

해당 설문조사는 온라인 또는 전화 방식으로 진행됐고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2%다. 이준희 기자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