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후폭풍'…건설株 '빚투' 장벽 높인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채권단 결의를 접수한 결과 동의율 96.1%로 워크아웃 개시를 결의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태영건설(009410)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건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가운데 주요 증권사들이 위탁증거금률을 100%까지 상향 조정하는 등 ‘빚투(빚내서 투자)’ 장벽을 높이고 있다.

2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이달 18일 서희건설(035890), 남화토건(091590), 계룡건설(013580)의 위탁증거금률을 기존 40%에서 100%로 상향 조정했다. 신용거래를 막기 위한 조치다. 위탁증거금률이란 거래대금에 대한 보증금의 비율로, 100%로 설정되면 오직 현금으로만 매수할 수 있다.

KB증권도 지난 19일 HL D&I(014790), 계룡건설, KCC건설(021320) 등을 신용대출 불가 종목군에 추가했다. 동시에 이들 종목에 대해 차액결제거래(CFD) 증거금률을 기존 50%에서 100%로 상향 조정했다. 이 역시 빚투 단속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CFD는 실제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의 차액만 거래하는 장외 파생상품으로, 증거금을 40~50%만 납부하면 돼 신용거래와 유사한 성격을 띤다.

두 증권사 뿐만 아니라 앞서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12일 GS건설(006360), HDC현대산업개발(294870), DL건설(001880) 등에 대한 위탁증거금률을 기존 40%에서 100%로 올려잡았다. NH투자증권(005940)키움증권(039490) 또한 이달 5일 동부건설(005960), GS건설 등에 대한 위탁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조정했다.

업계에서는 태영건설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주요 건설사들의 주가가 하락하자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실제 이날 9340원에 마감한 코오롱글로벌(003070)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달 28일 대비 19.1%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동부건설(-9.4%) 계룡건설(-7.9%) 등도 약세를 보였다.

태영건설 '후폭풍'…건설株 '빚투' 장벽 높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설사의 실적도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GS건설의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601억 원, 7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46.4%, 52.4% 급감할 것으로 관측된다. HL D&I, HDC현대산업개발 등 다른 건설사들도 최소 올해 1분기까지는 실적 악화가 점쳐진다.

연이은 악재에 건설주 목표가도 줄하향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건설주 11개 종목 중 6개 종목의 목표가가 하향 조정됐다. 특히 주요 건설사 중 재무구조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코오롱글로벌의 목표가가 뚝 떨어졌다. 증권사들은 코오롱글로벌의 목표가를 기존 1만 5300원에서 1만 3600원으로 10.9% 내려잡았다. 코오롱글로벌의 PF 우발채무가 지난해 기준 1조 5000억 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2.6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중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PF 우발채무 규모도 1조 2000억 원 수준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건설주 매수에 신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건설사와 연관된 PF 현장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며 “상황이 일단락되고 민간 주택 착공 주기가 돌아올 때까지는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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