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영부인 이슈’로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위원장은 그동안 야당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분신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이번 갈등을 계기로 한 위원장이 유력 정치인으로 위상을 크게 높일지, 아니면 당내 입지가 크게 쪼그라들지 여부를 놓고 관심이 쏠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경률 국민의힘 비대위원 모습. <연합뉴스>

한 위원장은 22일 국회에 출근하면서 ‘대통령실의 사퇴 압박설’과 관련해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며 “선민후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측근이던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한 비대위원장을 향한 대통령실의 사퇴 압박이 불거진 원인으로 김경률 비대위원이 꼽힌다.

김 위원은 ‘영부인의 명품백 논란’과 관련해 JTBC 유튜브에 출연해 사과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한 위원장이 이런 김 위원의 총선 공천을 시사한 점이 대통령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한동훈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사이 갈등은 한 위원장이 국민의힘 내부의 공천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김 위원을 공천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점이 원인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을 치를 당시 수행팀장을 맡았던 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공천시스템 파괴’라는 내용을 같은 당 의원들과 있는 단체대화방에 공유하기도 했다.

대통령실도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신뢰 철회 문제가 불거진 것은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공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이 표현된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번에 김경율 비대위원의 공천을 시사한 것은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려는 전략이 담겨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른바 ‘윤석열 아바타’라는 비판을 받아왔던데서 벗어나고자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 이미지 쇄신을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과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당시 권력을 쥐고 있던 이명박 정부와 날을 세우는 인사들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든 것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2011년 12월 말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당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상돈 중앙대학교 교수,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를 외부인사로 영입했다.

이 무렵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대기업을 옹호하는 세력, 4대강 추진세력, 노인정당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강한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으로서 ‘한나라당스럽지 않은’ 사람들로 비대위를 구성했다.

김종인 전 수석은 경제민주화를, 이상돈 교수는 4대강 비판을, 이준석 대표는 청년을, 조현정 대표는 벤처기업 1세대를 상징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도 내면적으로는 이런 박 전 대통령의 성공도식을 되풀이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셈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22일 유튜브 방송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의 갈등을 놓고 “애초에 기획이라고 본다”며 “한동훈 위원장 쪽에 힘이 쏠리는 모양새로 끝을 내려고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대표는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한동훈을 속된 말로 혼내거나 아니면 싫은 소리할 일이 있으면 전화를 하거나 텔레그램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굳이 이관섭 (비서)실장을 보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을 잘 아는 그리고 한동훈 비대위원장 잘 아는 모 인사가 저한테 이관섭 실장을 보냈다는 의미는 저거는 약속대련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더라”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번 갈등과 관련해 건강하지 않은 방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 사이에 갈등이 불거져 지지세가 흔들리면 자칫 한 위원장의 정치적 생명이 짧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번 내홍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과 관련해 22일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비대위원장의 거취문제는 당에서 결정할 문제다”며 “물론 당과 대통령실 사이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과정없이 날 것으로 나가거나 덧붙여져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은 건강한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이와 관련해 어떤 의도가 깔려있든 빠르게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고도의 정치게임인지 갈등의 폭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당대표는 임기가 의미없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임명직만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국민과 당원의 신뢰를 잃으면 선출직 당대표도 퇴출되고 임명직 비대위원장은 고려의 대상도 아니다”며 “표면상 갈등이지만 총선이 80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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