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활약한 배우 노재원이 이번엔 스크린에 출격했다. 통통 튀는 매력과 사랑스러움을 겸비한 영화 ‘세기말의 사랑’을 통해서다.

‘세기말의 사랑’은 세상 끝나는 줄 알았던 1999년, 짝사랑 때문에 모든 걸 잃은 ‘영미’에게 짝사랑 상대의 아내 ‘유진’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상하고 사랑스러운 뉴 밀레니엄 드라마다. 배우 이유영, 임선우, 노재원 등이 연기 호흡을 맞춘다. 극중 노재원은 영미와 유진의 마음을 사로잡은 ‘도영’을 연기했다.

“연기를 이렇게 잘할 수 있나 싶은 두 배우와 함께했다. 이유영 배우는 어쩌면 치부일 수 있는 부분을 상대 배우에게 숨기지 않는 투명한 사람이다. 저와 리허설을 할 때 여러 톤으로 대사를 해보고 가장 나은 톤이 뭔지 묻곤 했다. 보통 그러기 쉽지 않은데 말이다. 결론적으로 카메라 앞에선 120%를 해내는 분이더라. 현장에서도, 작품을 보면서도 감탄했다. 임선우 배우는 예전부터 좋아했다. 연기를 어떻게 하는 걸까 궁금할 정도였다. 임선우 배우의 연기를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설렜고 긴장도 됐다.”

‘세기말의 사랑’은 영화 ’69세’를 연출한 임선애 감독이 선보이는 신작으로 제27회 판타지아영화제 슈발뉴아경쟁,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페스티벌 초이스 등 유수의 영화제를 통해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이끌며 개봉 전부터 입소문 열풍과 함께 화제를 모으고 있다. 노재원은 임선애 감독의 적극적인 러브콜로 이번 작품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남매의 여름밤’을 연출한 윤단비 감독님이었다. 임선애 감독님이 신작에 저를 캐스팅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후 제 SNS 계정으로 대략적인 스토리를 전달해 주셨고, 정확히 1년 만에 시나리오를 보내주셨다. 감독님과의 작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천운이 따랐다’. 과연 제가 도영을 잘 그려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길 때마다 믿음을 주셨다. 무엇보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 대한 감독님의 애정이 느껴졌다. 감독님의 애정을 받은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했다.” 

노재원이 분한 ‘도영’은 비호감의 결정체인 ‘영미’를 따뜻하게 대하는 유일한 사람이자, 신체장애가 있는 ‘유진’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인물이다. 영화는 ‘도영’이 두 여성의 마음을 흔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도영’을 사랑한다는 특이한 공통점으로 뭉친 두 여성은 서로를 알아가면서 마음의 벽을 허물고, 각자가 갖고 있는 결핍에 무너지지 않는 주체성을 갖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 큰 숙제는 납득이 되는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자칫 ‘영미’에게 끼를 부리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연기를 할 때 스스로 경계하고 의심했던 거 같다. 감독님한테 제가 어떻게 보이는지 물어보기도 했는데, 안심할 수 있는 답변을 주셨다. 결정적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도영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보였다.” 

넷플릭스 ‘D.P.2’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한 노재원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존재감이 폭발했다. 망상장애를 가진 공시생 ‘김서완’을 분한 노재원은 전에 없는 캐릭터로 미소와 눈물을 짓게 했다. “위대한 중재자님”이라는 알고 들으면 마음 한편이 시린 노재원의 대사는 시청자를 비롯해 출연 배우들까지 가슴을 움켜쥐게 만드는 포인트였다고 입을 모았다. 

“서완이는 제게도 유독 특별했다. 데뷔이래 처음으로 맡은 큰 역할이 서완이였다.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뻐서, 실제로 뛰어다녔다.(웃음) 현장에서 감독님과 배우 모두가 저를 서완이로 대해주셨다. 현장에 가면 특별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 서완이와 동일시되는 느낌이었다. 저의 ‘위대한 중재자님’이었던 박보영 배우는 이제 누나가 됐다. 누나한테 감사하고 미안한 게 많다. 연기가 잘 안 풀리는 날이 있었는데, 제가 준비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셨다. 늦었지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인기를 구가하게 되면서 노재원을 향한 관심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게시물에는 작품과 그의 연기에 찬사를 보내는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리고 있다.

“관심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는데 아직은 휘청거린다.(웃음) 처음엔 업데이트되는 댓글과 반응을 전부 찾아봤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반응에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해지더라. 그래서 인스타그램 애플리케이션(APP)을 삭제했다. 지금의 휘청거림이 반복되면 언젠가 연기를 일처럼 하는 날이 올 거 같단 불안감이 엄습했다. 제게 연기는 일이 아니다. 기술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다. 언제까지나 제 마음을 쓰는 연기를 하고 싶다.”

2020년 영화 ‘드라이빙 스쿨’로 데뷔한 노재원은 독립영화계에선 일찌감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배우다. 특히 2021년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배우 프로젝트 – 60초 독백 페스티벌에서 1위의 영예를 안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나만 알고 싶은 배우에서 널리 알리고 싶은 배우로 거듭난 노재원은 송강호와 호흡한 ‘삼식이 삼촌’,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오징어게임2’ 등 기대가 큰 두 작품을 차기작으로 새로운 연기를 기대케 한다.

“송강호 선배님께서 ‘사람들은 머릿속에 있는 연기를 하면 감탄하는데, 머릿속에 없는 연기를 하면 감동을 받는다’고 하셨다. 제게 그런 배우가 될 수 있을 거라 힘을 주셨다. 그래서 자신 있게 연기를 해보려고 했는데 잘했는지는 모르겠다.(웃음) 지금의 속도를 유지하고 싶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배우가 보여야 할 모습이 있는데, 현장에서 카메라 앞에 섰을 땐 그런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자유로운 거다. 그저 연기를 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 언젠가 ‘내가 꽤 오래 연기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지난날을 잘 살아왔다고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노재원이 활약하는 ‘세기말의 사랑’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주)엔케이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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