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슬 스마트워치 (출처 : Fossil)

미국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패션 브랜드 파슬(Fossil)이 스마트워치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1월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는 파슬이 앞으로 스마트워치 대신 일반 패션 제품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전하면서, 그동안 구글 웨어OS(Wear OS) 기반 스마트워치를 많이 만든 브랜드였던 만큼 향후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파슬 스마트워치 사업 종료는 ‘전략적 판단’

파슬 부사장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제프 보이어(Jeff Boyer)는 더 버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스마트워치 사업 종료 이유를 밝혔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스마트워치 시장이 크게 발전했기 때문에 전략적 판단에 따라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스마트워치 기술이 발달하고 경쟁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파슬 스마트워치 (출처 : Fossil)

그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는 삼성과 애플 두 기업이 오랫동안 높은 점유율을 차지해 왔다. 저가형 제품군에서는 샤오미·QCY를 비롯한 중국 기업이 압도적인 가성비로 파슬을 위협했다. 운동이나 생체 신호 측정 같은 피트니스 기술에 특화된 제품을 만들려 해도 가민·순토·어메이즈핏 같은 브랜드의 인지도가 워낙 높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제프 보이어는 향후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본래 파슬은 시계와 가방·벨트를 비롯한 가죽 제품을 주로 만드는 패션 브랜드며, 다른 브랜드 제품의 디자인과 유통도 담당하고 있다. 퓨마, 아르마니, 아디다스, 마이클 코어스, 토리버치 일부 제품을 위탁 생산하기도 한다. 파슬이 스마트워치 사업을 정리한 뒤에는 이전처럼 일반 시계와 패션 잡화를 주 수익 모델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패션잡화 브랜드지만 ‘원조 스마트워치’ 만들기도

파슬 리스트 PDA (출처 : Fossil)

파슬이 아무 기반도 없이 스마트워치 사업에 도전했던 건 아니었다. 현재 파슬은 패션잡화 브랜드에 가깝지만 오래전부터 스마트워치 기반 기술을 갖췄다. 2003년 9월 출시한 ‘파슬 리스트 PDA(Fossil Wrist PDA)’는 오늘날 스마트워치의 원조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파슬은 2016년 ‘Q 시리즈’ 스마트워치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웨어러블 액세서리 시장에 진출했다. 파슬 Q 시리즈에는 구글이 개발한 스마트워치용 운영체제 ‘웨어OS(Wear OS)’를 탑재해 ‘레퍼런스(표준)’ 기기로 취급됐다.

2019년 구글이 파슬의 스마트워치 기술과 연구 인력을 4천만 달러(약 535억 원)에 인수하면서 기술 주도권이 파슬에서 구글로 넘어갔다. 하지만 구글은 스마트워치 개발에 소홀했고, 삼성이 갤럭시 워치4부터 자체 운영체제 ‘타이젠’ 대신 웨어OS를 채택하면서 새로운 레퍼런스 기기로 떠올랐다.

파슬 Gen 6 (출처 : Fossil)

결국 파슬이 스마트워치 사업 종료를 발표함으로써, 2021년 출시한 ‘파슬 Gen 6’와 이듬해 출시한 파생 제품 ‘파슬 Gen 6 하이브리드’가 파슬의 마지막 스마트워치로 남을 전망이다.

관계자 언급·전시회 불참…사업 종료는 ‘예고된 일’

최근 파슬이 스마트워치 사업을 종료할 정황은 여러 차례 엿보였다. 한 달쯤 전 미국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파슬 Gen 7이 출시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파슬 매장 관리자의 말을 인용해 파슬의 웨어OS 기반 스마트워치가 단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마트워치에는 주로 퀄컴 칩셋이 탑재된다 (출처 : Fossil)

한 레딧 회원은 파슬이 새로운 칩셋이 출시되길 기다리는 중이라고 파슬에 재직 중인 지인에게 전해 들었다며 반박했다. 파슬이 차기 스마트워치에 스냅드래곤 W5 플러스 칩셋을 탑재한다는 소문이 한 해동안 무성하게 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완전히 틀렸거나, 새 칩셋이 나오기 전에 사업 종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더 버지는 파슬이 웨어OS 기반 스마트워치를 출시한 뒤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도 꾸준히 참가했지만 올해는 불참했다고 언급했다. 파슬이 스마트워치 사업을 종료하고 일반 시계와 패션 잡화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었다면 CES에 불참했던 이유가 설명된다.

제프 보이어는 파슬이 스마트워치 사업을 중단하더라도 기존 제품의 업데이트를 몇 년간 제공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그러나 어떤 모델을 얼마나 오래 지원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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