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4일 중국 텐진에 위치한 삼성전기사업장을 방문해 MLCC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4일 중국 텐진에 위치한 삼성전기사업장을 방문해 MLCC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31일 삼성전자의 주가가 2%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반도체에서만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가 발생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성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가의 전망도, 회사의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증권사가 추산한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는 약 30조원대, 하반기로 갈수록 수익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도 “올해 거시경제 불확실성, 제품별 회복 속도의 차이가 있으나 실적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긍정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하나, 메모리 사업이 회복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4분기 흑자로 돌아선 D램에 이어 올 1분기엔 낸드플래시도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망 못 미쳤지만…수익성 빠르게 개선

31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58조9355억원, 영업이익 6조567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대비 각각 13.44%, 84.85% 줄었다. 특히 연간 영업이익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수익성이 대폭 감소하면서 영업이익률도 쪼그라들었다. 전년도 14.4%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2.5%에 그쳤다. 

4분기로 좁혀도 부진을 떨치진 못했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매출 67조7799억원, 영업이익 2조8247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3.81%, 34.4% 줄었다. 

이는 시장의 전망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컨센서스을 보면, 연간 실적은 261조5436억원, 영업이익 7조4886억원이다. 4분기의 경우 매출 70조3600억원, 영업이익 3조7441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됐다. 확정실적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시장의 예측은 빗나갔지만 수익성은 분명히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6402억원에 불과했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분기 6685억원, 3분기 2조4336억원, 4분기 2조8247억원으로 상승했다. 특히 하반기 들어 수익성 회복에 속도가 붙었는데, 반도체 사업과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은 반도체를 담당하는 DS가 책임져왔다. DS 부문의 연간 적자는 14조8700억원에 달한다. 전사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연말로 갈수록 적자 규모가 대폭 감소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1분기 4조5800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 4분기 2조1800억원으로 개선됐다. DS 부문의 핵심 전력인 메모리 사업이 살아나고 있어서다. 

AI 훈풍 타고 되살아난 메모리…’흑자’ 기대감

메모리 사업은 1년 내내 감산 기조를 유지한 결과, D램과 낸드 모두 재고 조정이 마무리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과 IT 수요 회복이 맞물리면서 메모리 사업은 기지개를 폈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메모리 생산 하향 조정으로 재고 수준이 빠른 속도로 줄었다. D램 재고는 1분기가 지나면 정상 범위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고, 낸드도 수요나 시장 환경에 따라 시점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늦어도 상반기 내에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AI 서버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가격 상승에 대비해 응용처 전반에 걸쳐 재고를 비룩하려는 모습도 관측됐다”고 전했다. 

이에 4분기 D램, 낸드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시장 성장세를 웃도는 30% 중반대를 달성했다. 특히 서버향 D램 비트그로스는 전 분기 대비 60% 이상이었다. 이로 인해 평균판매가격(ASP)은 D램은 두자릿수 초반대, 낸드는 높은 한자릿수 성장을 보였다. 

 HBM3E D램. /사진=삼성전자.
HBM3E D램.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DS 실적 회복이 고성능 D램에 달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D램이 흑자로 돌아선 것도 고대역폭메모리(HBM)·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해서였다. DDR5의 경우, 1a 나노미터 제품 비중이 서버 D램의 과반을 넘어섰다. HBM 판매량 역시 전 분기 대비 4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5배 증가했다.

고성능 D램 중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건 HBM이다.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수요가 폭증 중이다. HBM3는 지난해 3분기 양산과 동시에 주요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로부터 수주를 따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양산을 앞당셔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로 했다. 김 부사장은 “HBM3, HBM3E 비중이 올해 상반기 중 판매 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하반기에는 그 비중이 90%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면서 “8단 12GB HBM3E는 상반기 양산 준비가 끝났고, 12단 36GB 고용량 샘플은 1분기 내 고객사에 전달할 예정이다. HBM4는 2025년 샘플링,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맞춤형 HBM 개발도 속도를 올린다. 김 부사장은 “표준 제품뿐 아니라 로직 칩을 추가해 성능을 고객별로 최적화한 커스텀 HBM 제품도 함께 개발 중”이라면서 “현재 주요 고객사와 세부 스펙을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낸드도 DS 실적 회복에 기여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낸드 범용제품 고정거래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서버용 SSD 수요가 증가해서다. 실제 삼성전자의 서버용 SSD 출하량은 전 분기보다 50% 늘었다. 삼성전자는 낸드가 이르면 1분기 중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긍정적 전망에도 삼성전자는 생산 계획은 ‘보수적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생산량을 단 번에 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수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생산량을 조정해 공급 과잉, 가격 하락을 막으려는 의도다. 

‘아직은’ 불확실한 비메모리…수익성 개선 집중

비메모리는 아직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 4분기 시스템LSI는 스마트폰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부품 구매 수요가 증가하고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400이 갤럭시S24 시리즈에 탑재되면서 매출과 손익이 개선됐다. 하지만 향후 업황을 장담키 어렵다. 스마트폼 판매 추이에 따라 부품 업황도 좌우되기 때문이다. 

파운드리는 지난해 연간 최대 수주를 달성했음에도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등 첨단 공정을 앞세워 고성능컴퓨팅(HPC) 수주에 성공했지만, 고객사 재고 조정과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돼 시장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파운드리는 삼성전자가 새 동력으로 육성 중인 사업이다. 선단 공정 개발에 집중하며 점유율 늘리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진 상태다. 삼성전자는 온디바이스 AI를 집중 공략해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정기봉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더 빠른 AI 성능을 위해 신경망처리장치(NPU) 블록 사이즈가 커지고 S램 용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향후 파운드리 수요에 기여할 것”이라며 “3나노 2세대 공정의 안정적 양산, 2나노 공정 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AI 가속기 등 고성장 응용처 수주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K디스플레이 2023에서 선보인 자동차 내부를 형상화한 뉴 디지털 콕핏. /사진=삼성디스플레이.
K디스플레이 2023에서 선보인 자동차 내부를 형상화한 뉴 디지털 콕핏.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전장·디스플레이도 실적 개선 기여

전장과 디스플레이 사업도 지난해 4분기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됐다. 삼성디스플레이(SDC)의 영업이익은 2조1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긴 건 처음이다. 중소형 패널 사업에서 하이엔드 스마트폰향 제품 비중을 확대한 게 주효했다. 지난해 4분기 소형 패널 판매량은 20% 초반 성장했다. 이로 인해 소형 패널 매출 비중이 90% 후반을 넘어섰다. 대형 패널 사업은 TV 수요 약세가 지속됐지만 연말 성수기 효과로 적자 폭이 줄었다. 

하만은 같은 기간 소비자 오디오 제품의 성수기 판매가 늘어나 매출이 증가했다. 덕분에 연간 기준으로 양적 성장이 지속됐다. 하지만 수익성에서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던 3분기(4500억원)보다는 1100억원 감소했다. 

반면 스마트폰과 가전, TV는 큰 힘이 되지 못했다. 지난해 4분기 MX·네트워크 부문은 매출 25조400억원, 영업이익 2조7300억원을 기록했다. 갤럭시Z 시리즈 출시 효과가 감소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각각 16.5%, 17.3% 줄었다. 프리미엄 태블릿 출하량이 증가하고, 설계 최적화와 리소스 효율화로 두 자릿수 수익성을 유지했다.

VD·생활가전 부문은 고화질 초대형 TV와 프리미엄 가전 판매, 시스템에어컨 등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주력해 매출은 전분기 대비 4.0% 증가한 14조2600억원을 달성했다. 다만 마케팅 비용 등이 늘어나면서 결국 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차별화 필요한 올해…프리미엄 중심 전략 운영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디스플레이, 전장 등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차별화’가 필요하다. 올해 삼성전자는 해당 영역에서 프리미엄 중심 성장 전략을 가져갈 방침이다. AI폰인 갤럭시S24를 통해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 폴더블폰을 개선, 전략(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량을 두 자릿수 늘릴 계획이다. 다니엘 아라우조 MX사업부 상무는 “글로벌 경기 연착륙에 따른 기대감, 소비 심리 안정화로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프리미엄 중심으로 한 자릿수 중반대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초프리미엄 비중은 40% 전후에 달할 것”이라며며 “AI 시장 선점, 폴더블 리더십 공고화 등을 통해 초기 AI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겠다”고 말했다.

생활가전과 TV는 초연결, 맞춤형 요구를 반영해 스마트싱스와 AI 기반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리기로 했다. 하만은 전장 신규 수주를 추진하고, 전자와 협업한 소비자 오디오를 선보인다. 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내세워 중소형과 대형 양쪽에서 수익성을 담보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소형 OLED의 경우,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 삼성전자는 투자를 통해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확보한 만큼, 경쟁 우위는 지속될 것이라 자신했다. 허철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IT용 OLED 8세대 투자를 발표한 뒤 여러 고객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고, 현재 다수의 업체와 과제를 진행 중”이라며 “라인 세팅 즉시 양산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화질 고성능 노트북을 중심으로 OLED 침투율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안정적 수율 확보와 원가 절감을 통해 매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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