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농업기술센터 ‘농한기 농업인 교육’ 현장

1월 11~30일… 벼·과수·채소·화훼 농업인 250명 대상

서울특별시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더농부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받은 농가의 꽃나무 색이 좋은 걸 보고 교육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교육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차이가 크게 나는 거죠.”

“12년 전, 친환경 재배가 유행하기 시작할 때 아무것도 몰라서 막막했는데 도움 많이 받았어요. 재배 기술이나 병이 났을 때 어떤 약을 뿌리면 좋은지도 알려줬고요

서초구 내곡동에서 34년 동안 화훼농가를 운영한 신상기씨(75세)는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으며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2년 서울시 화훼 매출액이 4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대전(32억), 울산(28억), 세종(23억)보다 높은 수치다. 화훼 농가수 역시 전국 광역시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중 부산을 제외한 5개 지자체보다 많다. 서울시 농업기술센터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다른 광역시(대전 제외)와 달리 새해 농업인 실용교육에 ‘화훼’교육을 포함했다. 지난 1월 30일 화훼 농업인 50명을 대상으로 교육이 진행된 서울시 농업기술센터를 직접 다녀왔다.

2024 새해농업인 실용교육 교재에는 화훼 뿐만 아니라 센터 사업안내가 포함돼 있다ⓒ더농부

“이 시간에 할 일이 없어, 겨울에 교육이라도 받아야지”

가장 먼저 온 화훼 농업인이 다른 농업인을 맞으며 건넨 인사말이다. 교육 전 미리 모인 농업인들은 지난 작기 수확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총채벌레’ 문제가 크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오전 10시 ‘화훼 병해충 방제전략’을 주제로 이영수 경기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교육과 농학박사가 교육을 시작했다.

올해 화훼 교육은 병해충 방제전략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더농부

병해충 예방의 기본은 끈끈이 트랩

이영수 농학박사는 곤충에 대한 이해를 먼저 교육했다. 완벽한 방제가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며, 곤충의 번식능력과 뛰어난 환경 적응력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범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제 실패로 스트레스를 받은 농업인을 위로하고 실용적인 교육을 이어갔다. 이영수 농학박사는 ‘끈끈이 트랩’을 강조하며 “단순히 벌레를 잡는 용도가 아니다” 라고 말했다. 트랩에 잡힌 해충을 파악해 어떤 약을 뿌려야 하는지 기준을 잡을 수 있고, 전문가들이 해충을 진단하는 기준이 끈끈이 트랩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한 번 트랩을 설치하면 6개월 동안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꼼꼼히 작업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영수 농학박사가 병해충 예방에서 끈끈이 트랩의 중요성을 여러번 강조하고 있다. ⓒ더농부

농약 번호는 높을수록 신제품

화훼 농업인에게 바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 역시 진행됐다. 농약은 곤충의 내장·신경·체벽을 파괴하는 종류로 구분되는데 다른 종류의 농약을 번갈아 사용하면 효과적인 방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농가에 맞는 농약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농약 번호를 확인하는 건데 많은 농가가 번호를 확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살충제는 숫자가 높을수록 최근에 출시된 약입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살충제 32번이 가장 최근 농약이지만 농업사에서 4번, 6번 등 오래된 농약을 판매해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는 농약을 살 때 표시된 번호를 확인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설명을 들은 농업인들은 탄식을 내뱉으며 서로 어떤 농약을 사용하는지 이야기하기도 했다.

효과적인 교호살포를 위해선 농지에 맞는 농약을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더농부

사진만으로 병해충 진단하는 ‘사이버 식물병원’

마지막 교육은 ‘사이버 식물병원’을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지난 2009년 개원한 경기도 농업기술원의 사이버 식물병원은 작물에 대한 기초 지식뿐만 아니라 병해충 피해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이버 식물병원이 2009년에 만들어져서 데이터가 많이 쌓여있습니다.

진단을 받고 싶으면 사진만 찍어 사이버 식물병원에 보내주세요. 여기 제 개인번호 드릴 테니까 언제든지 문의하십시오.”

농업인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이영수 농학박사의 교육은 예정된 시각을 15분 초과한 12시 15분에 종료됐다.

이영수 농학박사는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예정된 시각을 넘겨 교육을 끝냈다.ⓒ더농부

서울특별시 농지가 940ha인 거 아시나요?

서울시에 등록된 농지는 940ha, 여의도 면적(290ha)의 세 배가 넘는다. 농업에 종사하는 서울시민은 2023년 기준 14,475명으로 2014년 8,689명보다 6,000명 가까이 늘어났다. 강서구는 벼(261ha), 도봉구·노원구·중랑구는 배(81ha), 강동구·송파구는 쌈 채소(561ha), 강남구·서초구는 화훼농업(37ha)이 발달했는데, 화훼는 광주광역시(33.4ha)보다 넓은 면적에서 재배되고 있다. 2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 농산물 판매 농가는 78가구로 부산(76), 광주(26), 울산(18)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박상훈 역량개발팀장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농사짓는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근데 서울 농업만의 강점이 있거든요. 시설이랑 환경이 좋을 뿐만 아니라 930만 명 서울시민을 끼고 농업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예전에 선배들은 서울에서 1,000 평 농사짓는 것이 지방에서 3,000 평 농사짓는 거랑 비슷할 거라고 자주 말씀하셨어요. 유통도 편리하고 주변 소식도 빨리 들을 수 있으니까요”

박상훈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역량개발팀장이 교육에 참여한 농업인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더농부

인터뷰 중간에 화훼 농업인이 교육장으로 들어오자, 박상훈 팀장은 반갑게 인사하며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인사를 나눴다. 이곳 농업기술센터에서 17년 동안 근무한 박상훈 팀장은 농업인 가구에 숟가락, 젓가락이 몇 개인지 파악할 정도로 가깝게 지내며 농가를 도와주고 있다.

“농사 잘되면 기분이 엄청 좋아요. 상춧값 올라갔다는 소리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농업인 분들도 주무관이라고 부르기보단 선생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의지를 많이 하죠”

서울시 농업인들은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많이 의지한다ⓒ더농부

12시에 종료 예정이었던 교육은 겨울철 시설원예 에너지 절약 요령과 자연재해 대비 시설물 관리 요령 등 추가적인 전달을 끝으로 12시 30분에 종료됐다. 매년 진행되는 새해 농업인 실용교육의 만족도는 최소 90점대를(100점 만점)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34년 동안 화훼 농업에 종사한 신상기씨는 교육을 바탕으로 작년보다 늘어난 매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농부 인턴 이우중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 <2024 새해농업인 실용교육-화훼>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

통계청, <농산물 소득조사>

통계청, <농업면적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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