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엄청난 비판 속에서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2023 아시안컵 4강에 올랐다.

조별리그는 졸전이었다. 상대적 약체인 팀들에게 고전했다. 바레인에 3-1 승리를 거둔 후 요르단과 2-2로 비겼고, 말레이시아와도 3-3 무승부에 그쳤다. 대표팀을 향한 비난은 최고조로 향했다.

우승 후보라면서 조 1위도 차지하지 못한 한국. 약팀들에 굴욕을 당한 아시아의 호랑이. 그들을 향한 불신이 강해졌다. 우승에 대한 희망도 줄어들었다.

그런데 그들은 토너먼트에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모든 축구팬들에게 우승 희망을 주는 대표팀으로 거듭났다. 모든 축구팬들이 진심을 다해 지지를 할 수 있는 대표팀의 모습을 갖췄다. 조별리그와 토너먼트, 무엇이 차이를 가른 것일까.

냉정하게 말해 경기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격은 세밀하지 못했고, 수비에 난 구멍도 메우지 못했다. 그런데 확실히 달라진 것이 있다. 조별리그에서는 느끼지 못한 대표팀의 힘, 바로 ‘투혼’이다.

21세기에 투혼을 강조하면 ‘꼰대’ 소리 듣게 마련이다. 그런데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 8강 호주전에서 그들의 투혼은 눈부셨다. 꼰대라도 좋다. 그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낸다.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고, 대표팀을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의지, 분위기를 바꾸려는 열정, 승리를 쟁취하려는 투쟁심, 이런 것들이 모여 기적 같은 2연승을 가져왔다. 두 번 다 후반 추가시간 극적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이후 경기를 뒤집었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전술, 화려한 퍼포먼스는 없었다. 그들의 승리 공식은 단순했다. 단순하지만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것. 그들은 정말 열심히 뛰었다. 보는 이들이 모두 100%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안타까을 정도로, 그들은 정말 열심히 뛰었다. 세상 모든 축구팬들이 원하는 대표팀의 모습이었다.

호주전에서는 3일을 쉬고, 16강에서 120분을 뛴 태극전사들이 5일 쉰 호주 선수들 보다 더 열심히 뛰었다. 정신이 체력을 지배한 예시라 할 수 있다. 간절함의 차이다. 이런 투지에 감동한 하늘은 그들에게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선물했다. ‘캡틴’ 손흥민을 중심으로 완벽한 원팀을 이룬 대표팀.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으로 향해 함께 질주하고 있다. 이런 열정이라면 불가능하지 않다. 

2024년 한국의 모습은 꼭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나선,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비슷하다. 그때 아르헨티나도 화려한 전술은 없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충격패를 당하며 세계적인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 그런데 분위기를 뒤집었다. 우승까지 일궈냈다. 우승의 결정적 비결은 11명의 모든 선수들이 다른 나라 어떤 선수들보다도 열심히 뛰었다는 점이다. 이 공식을 이길 팀은 없다. 열심히 뛰는 팀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메시의 라스트 댄스, 메시의 대관식을 위해 아르헨티나는 모든 것을 걸고 뛰었다. 그 결과는 36년 만에 월드컵 우승이었다. 메시의 사상 첫 월드컵 우승, 메시를 진정한 ‘GOAT’로 등극시킨 투혼이었다.

손흥민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번이 손흥민의 전성기 ‘마지막 아시안컵’이다. 손흥민은 지난 3번의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2011 아시안컵에 막내로 참가해 3위를 차지했고, 2015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9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다. 3전4기다.

수년 동안 이견이 없는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지만, 정작 아시아 최고의 대회에서는 우승하지 못했다. 손흥민의 한이다. 손흥민이 그토록 아시안컵 우승을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손흥민은 31세다. 3년 후 2027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에서는 34세. 천하의 손흥민이라 해도, 자기 관리에 완벽한 선수라 해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

다음 아시안컵 참가 여부는 여전히 살아있지만, 전성기 손흥민의 모습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많은 외신들도 전성기 손흥민의 마지막 우승 기회라고 표현했다. 손흥민의 라스트 댄스라고 표현했다.

2024년 카타르에서 손흥민의 대관식이 열릴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다.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건 2022년 메시의 대관식이 열린 것처럼, 한국 대표팀의 모든 선수들이 손흥민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걸고 뛴다는 점이다. 기적은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  

손흥민은 호주전이 끝난 후 “내가 확신하며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이것이 우리를 훨씬 더 강하게 뭉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120분을 경기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어렵다. 하지만 선수들이 보여주는 정신은 우리가 함께 생각하도록 만든다. 우리는 모두 이 일을 함께 하고 있다. 우리가 보여주고 있는 정신, 이것은 정말 중요하다. 모든 선수들의 도전 정신은 감명을 준다. 모든 선수들은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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