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모하비주행시험장 엔지니어 인터뷰

흙먼지 마시며 한계 테스트… 新 시험 지속 도입

“경쟁사 차량보다 실제로 더 낫다… 이것이 현실”

(왼쪽부터) 랜스 맥러스 책임연구원, 매튜 알 시어 파트장이 기자들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왼쪽부터) 랜스 맥러스 책임연구원, 매튜 알 시어 파트장이 기자들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저 멀리 선명한 지평선과 건물 하나 없이 모래 바람만 가득한 미국 모하비 사막. 한눈에 담기도 어려운 거대한 땅덩이에 현대차·기아의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다. 마치 드넓은 공영 주차장 같기도, 새 주인을 기다리는 중고차 매매단지 같기도 하다.

버려진 황무지 같아보이는 이곳은 놀랍게도 전세계 완성차들이 즐겨찾는 품질테스트 ‘맛집’이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진출 30년 만에 미국 전통 자동차업체와 일본업체들을 제치고 판매 4위에 오른 비결도 바로 이곳에 위치한 주행시험장 덕분이다.

지난해에만 미국 전역에 165만대 팔려나간 현대차·기아 차량의 품질 테스트는 어떻게 이뤄질까.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미국에 판매될 현대차·기아 차량의 품질을 꼼꼼히 시험해온 엔지니어인 랜스 맥러스 현대차 미국기술연구소 샤시열에너지성능시험팀 책임연구원과 매튜 알 시어 모하비주행시험장 운영 파트장을 만나봤다.

모래폭풍 속에서 이뤄낸 성과… 기술 발전에 테스트도 변화한다

2005년 완공된 모하비주행시험장의 면적은 약 1770만㎡(약 535만 평)로 영암 F1 서킷 면적의 9.5배,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하는 광활한 규모를 자랑한다. 규모가 가장 큰 ‘고속주회로’를 비롯해 ‘범용시험장’, ‘장등판 시험로’ 등 총 12개 시험로가 있으며, 모든 시험로를 연장하면 길이가 무려 61km에 달한다.

이 곳에서는 출시될 차량이 만들어지면 각 연구원들이 맡은 테스트 코스를 돌며 내구성을 시험하게 된다. 모하비주행시험장과 비슷한 규모의 시험장은 GM, 포드, 도요타 등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만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손에 꼽는 큰 시설이다.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차랴들이 오프로드 주행로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차랴들이 오프로드 주행로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성능 테스트 중 가장 혹독한 것은 바로 오프로드 시험. 이날 만난 랜스 연구원은 7년 째 오프로드 테스트만 담당해온 전문가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SUV 판매량이 크게 높아진 만큼, 차량을 한계까지 밀어붙여 내구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랜스 연구원은 “기아 텔루라이드와 같은 SUV 차량이 얼마나 험난한 경사와 돌길도 오를 수 있는지 알게 되면 깜짝 놀라실 것”이라며 “오픈 디퍼렌셜(차동장치)이 적용된 일반 차량에서 흔히 일어나는 대각 슬립 상황에 대한 교정을 주로 수행하고, 매우 거친 오프로드 노면에서의 주행 성능 검증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랜스 맥러스 현대차 미국기술연구소 샤시열에너지성능시험팀 책임연구원ⓒ현대차그룹 랜스 맥러스 현대차 미국기술연구소 샤시열에너지성능시험팀 책임연구원ⓒ현대차그룹

첫 개소 당시만 해도 10여개 테스트장이 운영됐지만, 차량이 계속해서 진화하면서 최근엔 12개까지 테스트가 늘었다. 특히 최근 가장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테스트는 단연 전기차다.

랜스 연구원은 “전기차 테스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주행 거리 개선이 우선 중요한 과제이고,전기차는 특성상 최대 토크가 금방 생성되기 때문에 휠 슬립이 일어나기 쉬워 이에 대한 시험과 연구를 진행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확실히 전기차는 과거 내연기관차와는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그에 맞춘 교정을 필요로 한다”며 “예전에는 더 많은 출력과 토크를 내기 위한 방법을 주로 연구했다면, 전기차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토크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시험 차량 한 대당 이뤄지는 테스트 기간은 3~6개월. 이 기간 동안 연구원들은 차량을 다양한 노면과 환경 조건에서 쉼 없이 운행해 얼마나 오랫동안 차량이 고장 없이 버티는지를 확인한다. 종합 내구 시험은 2만 마일을 비롯해 혹한 지역 내구 1만 마일, 엔진 및 변속기 관련 파워트레인 내구 시험 2만 마일, 데스 밸리와 같은 외부 도로 주행 시험 3만 마일 등 최소 8만 마일(약 13만km) 이상의 다양한 운전 조건에서의 테스트를 통해 차량 내구 신뢰성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시야가 탁 트이는 아름다운 풍경 속이지만, 모하비 사막 한 가운데서 근무하는 것은 예상보다 더 힘든점이 많다고 한다. 여름철에는 매우 덥고 건조해 평균 온도가 39℃를 넘나들고, 겨울철엔 폭풍이 있을 경우 비와 눈이 몰아친다. 차량 내구성을 테스트하기엔 최적의 조건이지만, 사람이 근무하기에는 수고롭기 짝이 없다.

매튜 파트장은 “모하비 사막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극심한 모래 폭풍이 일어서 항상 흙먼지가 날리고, 시험장을 처음 개소할 때는 멸종위기종인 사막 거북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켜야 했다”며 “자연을 있는그대로 보존하면서 차량의 미래를 위한 시험을 수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여야한다”고 토로했다.

 "현대차, 경쟁사 차량보다 실제로 더 낫다… 이것이 현실"
매튜 알 시어 모하비주행시험장 운영 파트장ⓒ현대차그룹 매튜 알 시어 모하비주행시험장 운영 파트장ⓒ현대차그룹

30년 전 미국 시장 첫 진출 당시만해도 품질력으로 갖은 굴욕을 당했지만, 현재 글로벌 3위로 도약한 현대차의 품질은 실제 연구원들이 체감할 정도로 크게 개선됐다.사막 한가운데서 열정을 쏟은 결과가 현대차와 기아의 브랜드 위상으로 이어졌고, 이에 애정과 자부심도 남달라졌다고 한다.

매튜 파트장은 “근 20년간 현대차와 기아가 이뤄낸 모든 성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항상 뿌듯함을 느낀다”며 “과거 우리 현대차·기아는 자동차 산업의 패스트 팔로워라 불렸고, 제가 이곳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해도 솔직히 그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팔로워가 아닌 마켓 리더로서 자리매김한 것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의 높은 품질력은 경쟁사 차량을 주행해볼 때 더욱 체감하게 된다고 했다. 이들은 현대차·기아의 그간 차량들을 모두 거쳐온 만큼 차량 자체의 성능이 개선됐을 때 가장 먼저 체감할 수 밖에 없다.

랜스 연구원은 “과거에 현대차·기아가 어땠고 지금 얼마나 달라졌는지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다”라며 “일상 속에서 간혹 경쟁사 차량을 운전하다 보면 분명 우리 차량이 더 낫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고, 우리 차량을 타보면 실제로 더 낫다는 걸 알게 된다. 이것이 오늘의 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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