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골 이후에도 공격 독려했으나 선수들 따르지 않아

급기야 침대축구까지 벌이자 격앙된 반응까지 나와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 Xinhua=뉴시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 Xinhua=뉴시스

세계적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더는 볼 것 없다는 듯 ‘조기 퇴근’의 만용을 선보였으나 이내 꼬리를 내렸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31일(한국시각) 카타르 알 라이안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에서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연장 접전 끝에 승리했다.

이날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장면은 역시나 승부차기 도중 경기장을 박차고 떠나버린 만치니 감독의 돌발 행동이었다.

먼저 승부차기에 나선 사우디는 3~4번 키커가 잇달아 실축하며 패색이 짙어졌다. 그러자 만치니 감독은 더는 볼 것 없다는 듯 그대로 라커룸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후 한국은 4번 키커 황희찬이 골을 성공시키며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가 끝나기 전 자리를 뜨는 감독의 모습은 해외 축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단, 팀이 대패를 앞둬 승부를 뒤집을 수 없거나 심판 판정에 항의하기 위할 때 벌어지는데 이마저도 종료 직전으로 국한된다. 반면, 승부차기와 같은 변수 많은 상황에서는 좀처럼 벌어지기 힘든 일.

만치니 감독이 화를 낸 이유는 간단하다. 사우디 선수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사우디는 선제골을 넣은 뒤 한국의 거센 반격에 밀려 후반 중반부터 공격 의지를 접은 채 수비에 온 힘을 기울였다. 여기에 아흐메드 알 카사르 골키퍼 중심으로 툭하면 쓰러지는 ‘침대 축구’까지 선보이며 시간 끌기에 매진한 것.

만치니 감독은 후반 막판 수비가 아닌 공격을 지시했다. ⓒ Xinhua=뉴시스 만치니 감독은 후반 막판 수비가 아닌 공격을 지시했다. ⓒ Xinhua=뉴시스

하지만 만치니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1골을 지키기 보다는 오히려 역습을 통해 추가골을 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를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후반 막판 발 빠른 공격수 압둘라흐만 가리브를 투입시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우디 선수들은 느긋한 자세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렸고 만치니 감독도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만치니 감독은 연장전 내내 선수들에게 수비 라인을 올리라며 소리를 쳤고, 쓰러져 나뒹구는 장면이 나오면 어서 일어나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지시를 따르지 않은 선수들은 승부차기서 잇따라 실축했고, 감독의 외면 속에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만치니 감독은 경기 후 먼저 경기장을 떠난 부분에 대해 빠르게 사과했다. 그는 “죄송하다. 경기가 끝난 줄 알았다”며 “누구든 존중하지 않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해 7월 사우디 사령탑에 오른 만치니 감독은 전 세계 축구 감독들 가운데 가장 많은 2500만 유로(약 360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기간 또한 2027년까지라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

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다. 사우디 감독 부임 후 아시안컵 본선 전까지 9경기를 치르며 3승 2무 3패로 부진했고 우승을 장담했던 이번 대회서도 16강서 탈락하며 입지가 불안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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