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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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스신용평가는 2023년 12월 19일 한화오션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에서 ‘BBB+(안정적)’로 상향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이 종료된 2023년 5월 ‘BBB-(안정적)’에서 ‘BBB(안정적)’로 상향된 한화오션 신용등급은 1년 사이 두 등급이나 올라갔다. 대우조선해양 시절이었던 2022년 말 1700%가 넘던 부채비율이, 한화그룹의 인수로 이뤄진 3조5000억원 자본 보강 효과로 한화오션 출범 후 200%대로 낮아진 것이 두 차례 신용등급 상향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도 2023년 12월 23일 두산에너빌리티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상향했다. 신한울 3, 4호기 원자력발전, 카자흐스탄 복합발전 공사 수주가 잇따랐고, 가스터빈과 해상 풍력,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신사업에서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 신용등급 상향으로 이어졌다. 한화오션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2년 사이 ‘대기업 구조조정의 저수지’라는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 관리 체제에서 벗어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2021년 도요타에 이어 일본 제조 업체로 두 번째로 ‘영업이익 1조엔 클럽’에 이름을 올린 소니는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에도 영업이익 1조2082억엔(약 11조원)을 올렸다. 2009~2014년 6년 연속 적자, 신용등급 ‘투자 부적격(BB-등급)’ 강등으로 몰락했던 소니의 부활은 2023년 일본 경제의 부활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일본 경제계는 소니가 뼈를 깎는 사업 재편을 통해 부활했다는 점에 고무됐다. 일본 경제의 재생·복원 능력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다. 2000년 초 매출의 70%에 육박했던 전자 부문 비중을 23%(이하 2021년 기준)까지 낮추고, 플레이스테이션(PS) 등 게임·네트워크 서비스(27%), 영화(12%), 음악(11%), 이미지센서 등 반도체(10.6%) 등 신사업 비중을 높인 것이 소니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고도성장기 폭발적인 성장을 했지만, 변화된 경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사업 재편으로 부활한 한국과 일본 기업의 사례들이다. 이들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신성장 사업을 발굴 핵심 역량을 집중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 침체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사업 재편 성공 사례가 많아져야 한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코노미조선’은 ‘기업 부활의 DNA’를 기획하고,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을 살펴봤다.수익성 낮은 비핵심 사업 과감히 정리해야

사업 재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지는 않되, 축적된 기술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워크맨’ 등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했던 소니는 인터넷 주도 디지털화에 적응하지 못해 위기를 맞았지만, ‘전자 기기 명가’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으면서 부활 계기를 찾았다. 수익성이 낮아진 가전 사업을 축소하고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사업 역량을 강화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바이오(VAIO) 노트북 등 PC 부문, 주력 사업이었던 플라스마TV 사업 등을 매각했다. 대신 글로벌 전자 기기 시장을 호령한 경험을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에 활용하고 있다. 체질 개선에 성공한 2020년대부터 소니는 축적된 기술력을 발판 삼아 전기차, 위성용 통신기기 등 우주산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기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를 계기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사업 재편 방향을 재설정하고, 비핵심 사업을 적극적으로 정리했다. 정유·가스·석유화학 플랜트용 기기를 만드는 두산메카텍, 해외 자회사인 두산밥콕과 두산엔퓨어 등을 매각했다. 무엇보다도 2020년 당시 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냈던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한 것은 시장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핵심 사업인 발전 EPC(설계·조달·시공) 사업도 석탄 발전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재편했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원료로 사용하는 대형 가스터빈 발전, 청정수소, 소형모듈원전(SMR), 해상 풍력발전 사업 등을 본격화했다. 송용진 두산에너빌리티 전략혁신부문장(부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다양한 발전 사업 경험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10년 이상 준비했기 때문”이라면서 “발전 설비 제작을 하면서 소재, 부품, 기기 개발 기술을 축적한 것이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일시 손해 견딜 수 있는 리더십은 필수 요건

사업 재편을 통한 기업 회생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23년 한화그룹에 인수되며 20여 년 만에 ‘주인 없는 회사’ 꼬리표를 뗀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 수익성을 갉아먹었던 저가 수주와 작별을 선언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2023년 한화오션의 연간 수주액은 총 41억달러(약 5조 3935억원)로 연간 목표액(69억8000만달러) 대비 6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선종별로 보면 LNG운반선 5척, 암모니아 운반선 5척, 특수선 11척 등이다. 업계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컨테이너선 수주가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약속한 실적 목표 때문에 부가가치가 낮은 컨테이너선 수주 등을 늘린 대우조선해양 시절과 달라진 지점이기 때문이다.

외형 성장에 매달리다가 2008년 창업 후 첫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스타벅스가 2010년 사상 최대 매출액을 달성한 것은 리더십 재정립 효과의 좋은 본보기다. 스타벅스를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 체인으로 하워드 슐츠 회장이 8년 만에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후 미국 전역 7100여 개 매장을 동시에 영업 중지하고 바리스타 재교육을 실시하는 등 고급 커피로서의 본연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 실적 개선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 받는 고(故)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 회장이 실적 부진과 부채 증가로 2010년 파산한 일본항공(JAL)을 2년 만에 부활시킨 것도 리더십 효과의 대표 사례다.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JAL 회장에 취임한 그는 운항 노선별로 조직 구조를 재편하고 조직 단위로 경영을 하는 독립채산제를 도입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강성인 조종사 노조를 현장에서 만나 설득했다. 노선 폐지, 인력 감축, 비용 절감 등에 성공한 JAL은 2012년 사상 최대 수익을 달성, 도쿄증권거래소에 재상장됐다.

Plus Point

갑진년 최대 경제 변수 태영건설 구조조정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 회장이 1월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에서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 회장이 1월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에서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기업 구조조정이 갑진년 한국 경제 항로를 결정하는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시공 능력 평가 16위인 대형 건설 회사인 태영건설이 새해 벽두를 앞둔 2023년 12월 28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입금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은 태영건설의 채무 규모를 △직접 채무 1조3000억원 △이행 보증채무 5조5000억원 △연대보증채무 9조5000억원으로 분류했다. 채권 기관만 6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태영건설 모회사인 티와이(TY)홀딩스는 창업자인 윤세영 회장이 91세 고령에도 경영 일선에 복귀해 유동성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1월 11일 채권자 회의를 통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경영 실사를 실시하기로 결의했지만,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수차례 무산 위기가 제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1549억원) 태영건설 납입 △에코비트 매각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담보 제공 등 태영그룹이 제시한 자구안에 대해 적정성 논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470억원만 태영건설 채무 상환에 투입되고, 상당한 자금이 오너 일가가 지배한 TY홀딩스 채무 상환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자 채권단과 금융 당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워크아웃 신청 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하겠다고 했는데 남(채권단)의 뼈를 깎는 노력을 얘기한 것 아닌가 싶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경영자가 자기의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고 압박하자, 태영그룹은 TY홀딩스 자금 등으로 태영건설에 89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고, 필요시 윤세영 회장 등 오너 일가의 SBS와 TY홀딩스 지분을 추가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알짜 계열사인 에코비트의 매각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윤세영 회장은 “PF 사업장 중 정리할 곳은 과감히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사업성이 있을 것 같은 PF 사업장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정리하느냐가 4월 11일까지 진행될 워크아웃 경영 실사의 핵심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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