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 뛰어난 음질 하나로 탄탄대로를 걷던 기업이 있었습니다. 미디어 플레이어와 이후 출시된 MP3 플레이어, PMP로도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던 과거 거원이자 현재 코원(COWON)입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혀야만 했어요. 이후 코원은 블랙박스, 살균기 등 예측불허 제품을 만들며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는데요. 최근에는 새로운 사업을 개척할 준비도 하고 있다고 해요. 요즘 코원의 근황, 함께 살펴볼까요.

거원, 소프트웨어로 시작하다

코원 제트오디오 / 출처: 케이벤치

코원은 1996년 ‘거원’이란 이름으로 그 시작을 알렸습니다. 설립 직후 1997년 내놓은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서비스로 코원은 단숨에 큰 사랑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바로 ‘제트오디오(JetAudio)’였어요. 제트오디오는 음악 재생, CD 음원 추출, 앨범 관리 등 다채로운 기능을 제공했던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입니다. 반응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뜨거웠는데요. 일본, 미국 등 해외로도 진출해서 여러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죠.

특히 반응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여러 오디오 형식이 지원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많은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서비스에 규격 제한이 있었죠. 그러나 코원 제트오디오는 MP3, AVI, WAV 같은 기본적인 형식 외에도 MIDI와 같이 잘 사용되지 않는 오디오 파일 형식도 지원했습니다.

음질로 사랑받았던 코원 MP3⋅PMP

코원 D2 / 출처: CNET

탄탄한 기술력으로 성공한 코원은 2001년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게 됩니다. 바로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이 아닌 하드웨어 제품들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죠.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가기 전 이름도 ‘거원’에서 ‘코원’으로 바꿨습니다. ‘코원’은 해외에서 먼저 사용하고 있던 이름이었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도록 이름을 하나로 통일했죠.

코원을 성공의 길로 인도한 제품은 많았는데요. 이름을 변경한 그해 출시된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 ‘코원 D2’는 누적 판매 50만대를 기록했을 만큼 특히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초기에 불량에 대한 불만도 있었지만, 현재까지도 우수한 성능으로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제품이죠. MP3 플레이어 외에도 동영상 재생, 녹음, 전자사전, FM 라디오 등 거의 모든 멀티미디어 기능을 제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코원 S9

MP3 플레이어 강자였던 애플의 아이팟을 능가한 ‘코원 S9’도 있었습니다. 2009년 영국 IT 전문지 PC 프로는 아이팟 터치 2세대보다 우수한 MP3 플레이어로 S9를 선정하기도 했어요. 기기 전면부 AMOLED 정전식 터치 스크린이 탑재됐고요. 사용자에게 편리할 여러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우수한 오디오 코덱 호환성도 제공했죠.

소지섭이 광고한 코원 O2 / 출처: IT 조선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던 코원은 PMP도 만들어 성공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2008년 강동원이 홍보했던 ‘코원 O2’였습니다. 당시 O2는 국내 PMP 시장에서 5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어요. 코덱 대부분을 지원하고, 최대 1280 x 720 HD 영상 시청을 위해서 인코딩 작업이 필요하지 않아 편리했죠.

스마트폰 일상화…아이리버와 비슷한 길 걷다

코원 아이오디오 하이파이 / 출처: 코원

그러나 2010년 스마트폰 보급 이후 MP3와 PMP 시장 상황은 급격하게 악화되기 시작했어요. 코원은 격변하는 환경 속에서 여러 사업에 도전하며 이를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USB 메모리, 블루투스 이어폰, 스피커 등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죠.

그렇다고 MP3 플레이어 관련 사업을 모두 접은 건 아니었어요. 대표적인 MP3 플레이어 브랜드 아이오디오(iAUDIO)는 2005년 처음 이후 2019년까지 출시를 이어갔거든요. 가장 마지막 출시된 아이오디오 하이파이는 24bit/192kHz 고해상도 사운드도 지원했습니다.

비슷한 사업으로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DAP) 시장에도 진출했어요. DAP란 고품질 음악 재생에 특화된 오디오 플레이어로 스마트폰보다 더 선명한 음질을 제공하는 기기입니다. 2014년 플레뉴 1을 시작으로 2020년 9월에는 플레뉴 D3이 출시되기도 했죠

코원이 판매했던 리아일 스마트폰 케이스 / 출처: 10X10

코원이 시도한 사업은 이 밖에도 정말 다양했습니다. 스마트폰과 기타 디바이스 액세서리 사업인 ‘리아일(LIaaiL)’도 시작했는데요. 찾아보니 독특한 디자인의 케이스가 많더라고요. 직접 구경하고 싶어 공식 홈페이지 접속을 시도했지만, 현재는 들어갈 수 없었어요.

코원의 행보는 마치 아이리버와 비슷했어요. 아이리버도 한때는 MP3 플레이어를 주력 제품 삼아 크게 성공했던 기업이었는데요. 그러나 스마트폰 대중화에 관련 사업이 모두 좌절됐고, 생존하기 위해 더 많은 사업을 이어가야 했어요. 코원은 아이리버처럼 차량 블랙박스와 칫솔용 살균기 등 계획에 없던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사업으로 활개치는 코원 근황

마스크 사업하는 코원 / 출처: 에어샵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코원은 예전 같은 인기를 회복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어요. 위기는 계속됐고 코원은 돌파구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여러 가지 시도는 2020년대까지도 이어졌습니다.

알고 보니 코원은 코로나 19 사태 이전부터 ‘에어샵(air#)’ 브랜드 이름으로 마스크 사업도 이어왔더라고요. 코로나 19 시기에 품절 대란이 있던 KF94 일회용 마스크부터 패션 마스크, 방수 마스크, 필터 교체형 마스크, 자외선 차단용 마스크 등 각양각색의 마스크가 판매되고 있었어요.

코원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맨 상단에 ‘코원 모빌리티(COWON MOBILITY)’ 문구가 보였습니다. 약 두 달 전만 해도 ‘옌타이 수치(YANTAI SHUCHI) 공식 수입원’이라는 문구도 함께 있었죠. 코원은 중국의 버스 기업 옌타이 수치의 전기 버스를 국내로 수입해올 계획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현재는 관련 정보가 모두 사라진 상태입니다. 시간이 더 지나야 정확한 윤곽이 드러날 것 같습니다.

출처: 기글하드웨어 커뮤니티

이곳저곳에서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과거 코원의 모습은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코원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것처럼 각종 MP3 플레이어와 멀티미디어 기기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고요.

설립 초기 만들어졌던 제트오디오 시스템은 현재도 건재한데요. 2020년대 접어든 지금도 생각보다 많은 사용자가 애용 중이었어요. 제트오디오가 모바일 앱으로도 출시되며 과거 제트오디오와 코원을 사랑했던 많은 이용자가 이를 사용하고 있어요.

제트오디오 안드로이드 앱 / 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제트오디오’라고 검색하면 검색결과에도 뜨더라고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전체 리뷰 18만 개, 앱스토어에 전체 리뷰 500여 개가 있었어요. 코원을 과거부터 알았던 한 사용자는 앱스토어 리뷰에 90년대 제트오디오의 강점을 그대로 살린 것 같아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고요. ‘제트오디오’의 높은 음질과 다양한 기능에 다른 앱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코원은 크고 작은 변화들을 마주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2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서비스와 MP3 플레이어 사업이 유지된 것만 보더라도 음원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고 잘 지켜온 모습이에요. 동시에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코원의 새로운 모습,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테크플러스 최현정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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