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카’ 느낌 강해졌지만…중형 세단에 충실한 무난함

깔끔하게 정리된 실내…패밀리세단으로 손색 없는 실내공간

구형 K5(왼쪽)과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K5.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구형 K5(왼쪽)과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K5.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기아가 지난해 K5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내놓는다기에 머릿속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차은우가 굳이 성형수술을 하겠다면 뜯어 말리고 싶은 심정에 비유할 수 있을까. 2019년 12월 출시된 3세대 K5 모델 디자인이 워낙 호평을 받았기에 그 이상의 무엇을 내놓을 수 있을지, 혹여 라도 잘생긴 얼굴 망치진 않을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K5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실물로 맞이했을 때 느껴진 두 가지 포인트는 ‘다소 과한 스포티(혹은 날티)’와 ‘패밀리룩의 영리한 적용’이었다.

최근 3세대 K5 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K5’를 5박 6일간 시승해봤다. 2.0 가솔린 최상위 트림인 시그니처에 풀옵션을 적용한 차량으로, 시내 도로와 고속도로, 시골 국도, 산속 와인딩코스까지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500km가량 주행했다.

4년여 전 3세대 K5가 출시됐을 때 디자인에 반해 ‘어머 저건 꼭 사야 돼’를 실행에 옮긴 이 중 하나였기에 시승차를 받자마자 구형과 신형을 나란히 세워 놓고 비교해봤다.

더 뉴 K5.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더 뉴 K5.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기아는 통상 풀체인지(완전변경) 신차 출시 후 3년이 되기도 전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지만, K5 3세대 모델은 얼굴을 바꾸는 데 4년이 걸렸다. 그만큼 많은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 잘생긴 얼굴을 완전히 뒤집지 않은 건 다행이다. 윤곽은 유지한 채 ‘수술’이 아닌 ‘시술’ 수준의 변화를 가했다.

그나마 눈에 띄는 가장 큰 변화는 사람으로 치면 ‘눈’에 해당하는 헤드램프다. 정확히는 헤드램프를 감싸는 주간주행등(DRL)이 변화의 포인트다. ‘원판’인 기존 모델이 눈 아래쪽으로 아이라이너가 흐르다 눈꼬리 쪽을 살짝 강조한 모습이라면, 신형은 아이라이너를 눈 위쪽으로 긋고 눈꼬리는 번개 모양으로 깊게 판 형태로 기아의 새로운 패밀리룩인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 DRL을 적용했다.

더 뉴 K5 헤드램프.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더 뉴 K5 헤드램프.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존 모델이 촘촘한 그물 형태에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느낌이었다면, 신형은 그물코가 조금 커지면서 굴곡이 덜해졌다. 범퍼는 수평에 가깝던 디자인에서 양쪽 끝을 살짝 올려 번개모양 주간주행등과 조화를 이뤘고, 범퍼 하단 에어 인테이크도 추가했다.

후면은 리어램프 디자인만 바뀌었는데 이 변화도 크게 느껴진다. ‘절취선’ 소리를 들었던 기존 모델의 점선모양 리어램프를 포기하고 부메랑 모양의 ‘스타맵 라이팅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적용했다.

구형 K5(오른쪽)과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K5.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구형 K5(오른쪽)과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K5.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전반적인 ‘더 뉴 K5’의 느낌은 기존 머슬카를 연상케 하는 스포티한 느낌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는 것이다. 기아 디자이너들은 아마도 대형 SUV 전기차 EV9에 최적화된 스타맵 시그니처 DRL을 중형 세단 K5에 적용하라는 얼토당토않은 요구에 많이 당황했겠지만, 그걸 화려한 눈화장(?)으로 승화해냈다.

반면, 너무 ‘날티’가 난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기존 디자인이 스포티하면서도 정제된 모습이었다면 ‘더 뉴 K5’는 중형 세단들이 오랜 기간 지켜왔던 ‘점잖음’에 굳이 연연하지 않은 듯 하다.

더 뉴 K5 인테리어.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더 뉴 K5 인테리어.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인테리어는 수평형 레이아웃으로 깔끔하게 정돈됐다. 사실 기아 실내 디자인의 핵심인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려면 수평형 대시보드 디자인이 필수다. 그렇다고 기존 디자인을 많이 뜯어고친 건 아니다. 센터 디스플레이의 오디오‧내비게이션 조작버튼과 센터페시아 하단의 공조장치 조작버튼을 통합해 대시보드 바로 밑으로 몰아넣은 정도의 변화다. 이로 인해 ‘센터페시아’의 존재 자체가 사라지다시피 했다.


덕분에 대시보드 하단 공간에 좀 더 큰 물건을 놓을 수 있게 됐다. 물론 휴대폰 무선충전장치가 그곳에 있어 상하 공간이 넓어져봐야 별 의미는 없지만.

구형 K5(왼쪽)과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K5 센터페시아 비교.ⓒ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구형 K5(왼쪽)과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K5 센터페시아 비교.ⓒ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이런 식의 실내 디자인은 당분간 기아 내연기관차 인테리어의 ‘정석’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내에 온갖 기능을 다 때려 넣고(심지어 ‘엉따’ 버튼까지도) 몇 단계를 거쳐 들어가도록 강요하지 않는, 자주 쓰는 물리버튼을 남겨놓는 배려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기아와 현대차는 전통적으로 세단의 뒷좌석 공간을 잘 뽑는다. 기존 모델과 마찬가지로 ‘더 뉴 K5’는 성인 남성이 앉기에 불편함이 없을 넓은 레그룸을 제공한다. 발 뻗기엔 좋지만 머리 위 공간은 간당간당한 건 세단의 숙명이다.

더 뉴 K5 뒷좌석.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더 뉴 K5 뒷좌석.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K5는 1.6 가솔린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모델과 2.0 자연흡기 가솔린 모델, 1.6 터보 가솔린 모델, 2.0 LPi 모델 등 4가지 파워트레인으로 운영된다. 시승 모델은 무난한 가격과 성능을 바탕으로 가장 넓은 수요층을 겨냥하는 2.0 가솔린 모델이었다.

2.0 가솔린 엔진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오랜 기간 중형 세단의 스탠더드였다. 최고출력 160마력, 최대토크 20kg‧m를 내는 ‘더 뉴 K5’ 2.0 가솔린 모델은 딱 그런 배경을 이해할 만큼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준다.

더 뉴 K5.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더 뉴 K5.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1.6 터보 엔진을 얹은 원판 K5를 4년가량 타고 다닌지라 시승차를 평소 습관대로 운전하니 다소 힘이 부치는 느낌이다. 일상적인 주행 영역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주로 운전자의 마음이 급할 때 생각대로 잘 안 움직여준다.

의외의 장점도 있다. 동승자의 반응은 1.6 터보 보다 2.0 자연흡기 모델이 긍정적이다. 부드럽게 속도를 올리는 자연흡기 엔진의 특성이 느긋한 운전을 유도하기 때문인 듯하다. 전기차가 순식간에 최대토크를 내며 멀미를 유발하는 것과 반대의 상황으로 보면 되겠다.

더 뉴 K5로 500여km를 주행한 뒤 체크한 연비.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더 뉴 K5로 500여km를 주행한 뒤 체크한 연비.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500km 이상 주행 이후 측정된 평균 연비는 13.0km/ℓ가 나왔다. 시내와 국도 주행이 절반가량이었고, 고속도로에서의 급가속, 탑승 전 실내 공기를 따뜻하게 하기 위한 공회전 등이 숫자를 다소 깎아먹었음은 고려해야 한다.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줄곧 16km/ℓ 이상의 연비를 찍었다.

더 뉴 K5 가솔린 2.0 기본트림(프레스티지) 가격은 2784만원이다. 시승차인 시그니처 트림 가격은 3447만원, 여기에 컴포트, HUD+빌트인 캠 2, KRELL 프리미엄 사운드, 파노라마 선루프 등 풀옵션을 더하면 3803만원까지 가격이 오른다. 개인적으로 3135만원짜리 중간 트림에 필요한 옵션 두어 가지를 추가한 3300만원 정도의 구성을 추천한다.

▲타깃

-머슬카를 사고 싶은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캠핑보다 호캉스! 세단의 낭만을 아는 당신에게.

▲주의할 점

-날렵하게 생겼다고 다 달리기를 잘하는 것은 아님.

-절취선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숨을 멎게 하기엔 어림도 없는 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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