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아시안컵 4강 탈락에 대한축구협회(KFA)는 설 연휴 이후 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아시안컵을 복기하고 대표팀 운영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시안컵에서 부진으로 경질 여론에 시달리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문제가 안건 중 하나로 오를 것이 유력하다.

그런데 정작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 없다. 11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거주지인 미국으로 출국했다. 아시안컵을 치르고 난 뒤 휴식 명목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클린스만 감독이 대표팀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지난 8일 “다음주 전력강화위원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 클린스만 감독의 참석 여부는 미정이지만, 조율하고 있다. 그 이후 출국 예정이다”라고 설명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그 전에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다. 화상 회의로 참여할 수도 있지만 이번 대회 성적 부진 이전에도 잦은 외부 활동으로 빈축을 샀던 클린스만 감독이기에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클린스만 감독이 입국했을 때 인천국제공항 분위기는 성난 인심을 반영한다.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대한축구협회는 소속된 방호원 외에 사설 경호원도 배치해뒀다. 공항 경비대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을 인식했는지 주요 길목에 요원을 배치했다. 우산을 들고 있는 경호원도 보였다. 혹시나 무엇을 던질까 싶은 우려에서다. 실제로 클린스만 감독이 인터뷰할 때 한 장년 남성이 클린스만 감독 앞으로 호박엿을 던지며 “클린스만, 이게 축구야”라고 외쳤다. 경호원들이 막아섰고 이 남성은 계속 소리쳤다. 호박엿 두 개는 클린스만 감독 발아래 떨어졌다.

이 자리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사임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이번 대회 우승을 하고 싶었다.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이 훨씬 더 좋은 팀이었고, 결승에 진출할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며 “축구를 통해 얻는 희로애락은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16강이나 8강 승리 때는 많은 분이 행복했을 것이며, 탈락하며 부정적인 여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비판도 받아들일 줄 아는 게 지도자이자 축구인으로서의 자세”라며 사임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던 '클린스만호' 한국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언더독 요르단에 희생양이 됐다 ⓒ연합뉴스
▲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던 ‘클린스만호’ 한국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언더독 요르단에 희생양이 됐다 ⓒ연합뉴스

▲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던 '클린스만호' 한국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언더독 요르단에 희생양이 됐다 ⓒ연합뉴스
▲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던 ‘클린스만호’ 한국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언더독 요르단에 희생양이 됐다 ⓒ연합뉴스

이번 대회 클린스만호는 경기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도 혹평 받는다. 조별리그에서 한 수 아래 팀을 상대로 무려 6골을 내줬고 16강전과 8강전을 더하면 5경기에서 8실점으로 기록이 늘어난다. 이는 요르단이 한국을 상대로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 후세인 아무타 요르단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능력이 있는 팀이다. 5경기에서 8골을 허용한 팀을 상대하게 됐으니 그 약점을 공략하기로 했다”며 “한국은 쉬운 상대가 아니지만 특정 영역에서 압박한 게 잘 먹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좋은 지도자고 그와 한국 선수들을 존중하지만, 우리가 더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과 4강전이 끝나고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우승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로 책임질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어떠한 계획도 없다. 한국으로 돌아가 잘 분석해서 앞으로의 경기들을 더 잘 준비하겠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휴식을 위해 분석을 뒤로 미뤘다.

클린스만 감독이 휴식을 마치고 돌아오더라도 분석할 시간이 충분히 있을지는 의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 자택으로 돌아가) 짧은 휴식을 취하고 유럽으로 넘어가서 이강인, 손흥민, 김민재 등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볼 것이다. 물론 빠르게 귀국해 태국과의 2연전을 준비하겠다며 “긴 시간 자리를 비우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국가대표팀 감독은 많은 출장을 다녀야 하고 프로팀 감독과는 달라야 한다. 저희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들의 비판은 존중한다. 제 일하는 방식, 제가 생각하는 국가대표팀 감독의 그런 업무 방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ESPN은 클린스만 감독의 이유 모를 해외 출장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 8일 보도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단독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 아니지만,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더 거슬리는 것은 그러한 움직임이 실제로 클린스만 감독의 성공 전망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과 같은 선수들의 부정할 수 없는 자질을 모두가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더 많이 배우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현대 축구 시대에 유럽에 기반을 둔 선수의 경기 영상을 검토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고 비판했다.

또한 “비록 손흥민이 몇 번의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주더라도, 클린스만이 가까이서 개인적으로 관찰하면서 자신의 팀에서 유일한 세계적 수준의 선수를 제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SPN 외에도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영국 디애슬래틱은 “클린스만 감독의 감독 경력은 2006년 40세 나이에 독일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준결승전까지 이끈 이후 급격히 기울였다. 2016년 월드컵 예선에서 끔찍한 출발을 한 뒤 미국 대표팀을 떠났고 이후 헤르타 베를린에서 10주 감독 생활을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클린스만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3-3 무승부를 거둔 뒤 비난받았다”며 “솔직히 방금 일어난 일을 어떻게 막야야 할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고 비판했다.

▲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던 '클린스만호' 한국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언더독 요르단에 희생양이 됐다 ⓒ연합뉴스
▲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던 ‘클린스만호’ 한국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언더독 요르단에 희생양이 됐다 ⓒ연합뉴스

또 요르단과 4강전을 두고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주저하는 선수들에게 ‘긴장을 풀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그의 조언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수많은 패스 미스를 저질렀다. 중원에서 몇 번이고 공을 내줬다”고 복기했다.

그러면서 “요르단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 중 하나였다. 더 나은 것(우승)은 토요일(결승전)에 나올 수도 있다”며 “역으로 파리생제르맹, 토트넘 홋스퍼, 바이에른 뮌헨, 울버햄턴 원더러스 등에 소속되어 있는 선수들이 있는 클린스만호의 최급 수십 년간 엄청난 재능을 고려한다면 (이날 패배는) 한국인들이 기억할 수 있는 최악의 순간 중 하나다. 요르단 선수들 대다수는 요르단 리그에서 뛸 수 있다”고 꼬집었다.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비판은 고국 독일에서도 나왔다. 독일 베를린 매체 벨트(welt)는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서 계속 힘든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대회 전에도 한국 대표팀에 부임하고 치른 5경기에서 이기지 못해 비판을 받았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도 환영받지 못했다”며 “팀은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다.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비판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아시안컵을 마무리한 클린스만 감독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 한국을 지휘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은 본선 참가곡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AFC 산하 국가에 배정되는 본선 출전권이 4.5장에서 8.5장으로 늘었다. 2022 카타르 대회로 10회 연속 본선 진출을 달성했던 한국으로선 11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신할 수 있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클린스만호는 아시아에서 랭킹이 13번째인 요르단에 1무 1패로 고전했으며 23번째인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겼다. 그것도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 등 유럽 축구를 호령하는 황금세대들을 이끌고 나선 대회에서 거둔 결과다. 월드컵 본선 출전권이 무려 4장 늘어났지만 이번 대회에서 클린스만호가 보여 준 경기력은 본선에 진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 2026 북중미 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서 중국과 싱가포르를 차례로 꺾고 승점 6점으로 C조 1위에 올라 있다. 다음 달 21일과 26일 태국과 홈 앤드 어웨이로 2연전을 벌인다. 두 경기 결과에 따라 3차 예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 지을 수 있다.

디애슬래틱은 “클린스만이 한국 대표팀에 남는다면 ‘좀비 대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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