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의료 파업을 주도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단체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집단 휴직 등 단체행동 시행에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는 집단행동에 강력 대응을 시사하면서도 필수의료 정책을 빠르게 추진해 의료진 처우와 보건 서비스 개선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의사단체의 연이은 집단행동 예고에 ‘의료 공백’ 뇌관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5일 전국에서 궐기대회를 예고한 가운데 단체행동을 논의했던 대한전공의협의회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며 갈등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날인 12일 오후 9시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를 시작해 이날 새벽까지 정부 의대 증원을 막기 위한 집단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대전협은 5시간 가까이 이어진 총회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발, 박단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다만 구체적인 집단행동 계획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대전협은 종합병원 필수 인력인 인턴, 레지던트들로 구성된 단체다. 이들은 2020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 집단 사직과 면허 반납 등 강력한 투쟁에 나서며 무력화시킨 전례가 있다. 당시 전공의 파업 참여율은 80%에 달했다.

주요 의사단체 의대 정원 확대 대응 현황

앞서 이른바 ‘빅5′(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은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집단행동에 참여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임시총회가 끝나면 전공의 파업 등 집단행동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도 결과에 촉각을 기울여왔다.

일단 대전협은 비대위 체제 전환만 공지하면서 집단행동은 신중히 접근하는 모양새다. 당장 파업 등 강력한 투쟁 대신 전공의 수련 계약이 만료되고 연차가 바뀌는 이달 말 전공의들이 개별적으로 병원과 수련계약서 갱신을 거부하거나 사직 의사를 밝히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5일 전국에서 궐기대회를 예고한 가운데 단체행동을 논의했던 대한전공의협의회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며 갈등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정부는 당장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들의 집단행동 여파가 큰데다 언제든 다른 의사단체와 연대해 대규모 투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 표명이 없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집단행동을 한다는 것인지, 안 한다는 것인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계속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의료사고 소송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 제정을 추진하는 한편 법 제정 없이 가능한 사건 처리절차 개선은 시행 중이라고 의사 달래기에 나섰다. 특히 법무부는 중과실 없는 의료사고의 형 감면 적극 적용 등을 대검찰청에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증, 소아, 분만 등 필수의료 수가를 대폭 인상하는 등 의사 수 확대에 따른 수혜가 필수의료 강화로 이어진다는 점을 집중 설명했다.

그럼에도 의사단체 반발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5일 16개 시도에서 동시 총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이날 전국 의대 대표자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의대생들은 2020년에도 정부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 거부와 동맹휴학을 전개한 바 있다. 응급의료 전문의들이 모인 응급의학의사회도 정부 개선 의지가 없을 경우 현장을 떠나겠다고 경고했다.

병원 업계 관계자는 “대전협 내부에서도 강경 대응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와 국민 정서를 고려해 신중론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다양한 방법으로 정부에 정책 철회 내지는 수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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