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전연승…커지는 ‘트럼프 리스크’

중동 위기 고조…국제 유가 불안세

연준, ‘조기 금리 인하’ 신중한 입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트럼프, 중동, 금리 등 하나 같이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칠 대형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수출이 경기 회복을 주도하며 전반적인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전년보다 0.8%포인트(p) 오른 2.2%로 반등한다고 전망했다. 얼었던 우리 경제가 미약하게 온기가 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3대 키워드가 불거지며 경제전망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초반 흥행세가 두드러지며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네바다주 공화당이 이날 개최한 코커스(당원대회)에 후보로 사실상 단독 등록, 승전보를 올렸다. 지난달 아이오와주 경선에서 승리하며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선 경쟁자에 큰 표차로 승리했다. 지금까지 경선이 열린 3개 주 모두에서 경선 3연승을 기록했다.

예상보다 빠른 우위에 ‘트럼프 대세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5일 발표한 미국 NBC 여론조사 가상대결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 차이는 47%대 42%로 집계됐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를 선고받았을 경우엔 달랐다.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지지자들을 선동해 일으킨 ‘1·6 의사당 난동’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 43%대 45%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 뒤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백지화는 물론이고 10% 보편적 기본 관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트럼프 재선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에 대한 흑자 규모가 큰 한국과 아시아 여러 국가에 대한 공세적 무역정책으로 이른바 ‘무역전쟁’이 일어날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전기차 보조금 지원 내용을 담은 IRA가 폐기되면 세액공제 혜택을 위해 미국 현지 생산공장을 짓는 등 대규모 투자를 해온 국내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친(親)이란 무장세력의 요르단 미군 기지 공격 등 중동 지역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 공격으로 홍해발 물류 위기 상황도 심화하면서 중동 확전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앞서 국제사회 반대 속에서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 마지막 피란처인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라파는 이집트와 맞닿아 있으며 국제사회가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지원하는 주요 관문이다. 특히 전쟁을 피해 남부로 내려온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모여있다. 복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가자지구 240만명가량 주민 가운데 절반 이상인 약 140만명이 해당 지역에 피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미국과 이란이 참전하는 중동 전쟁으로 격화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 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러시아산 연료를 운반하는 유조선조차 홍해를 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12월 배럴당 77.3 달러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친이란 무장세력의 요르단 미군 기지 공격 등 중동 지역 불안이 커지면서 82.4 달러까지 반등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8센트(0.10%) 오른 배럴당 76.92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6거래일 연속 올랐다. 상승률은 6일간 6.42%에 달했다. 중동 분쟁 우려가 점차 확대하면서 유가 오름세를 움직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의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하마스 측 가자지구 보건부는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1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의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하마스 측 가자지구 보건부는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1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통상적으로 국제유가 변동은 2주가량이 지나 국내 주요소 판매가격에 반영된다. 이에 국내 휘발유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2%대 물가안정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선 다방면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기름값 안정이 필수적이지만 현재로선 상당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직까지 중동 분쟁 우려와 홍해 지역 갈등이 공급망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이나 확산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며 “국제유가가 여러 복합적 요인으로 상승할 수 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하반기에 예정했던 기준금리 인하가 뒤로 밀릴 수 있는 만큼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계속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란 낙관론도 커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경제가 성장하면서도 물가는 크게 상승하지 않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 시나리오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기자회견 중인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뉴시스 기자회견 중인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준은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물가 목표인 2%대 달성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한국도 목표 물가 달성 2%까지 경계감을 높이고 있으며 ‘라스트마일(목표 물가 달성까지의 최종구간)’에 도달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 특히 선제적으로 한국이 금리를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연준이 올해 3번 금리 인하를 전망한 가운데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데이터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따른 유동성 우려를 살펴본 뒤 한국은행이 하반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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