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뛰었던 대한민국 국가대표 황인범(29·츠르베나 즈베즈다)의 말이 뒤늦게 눈길을 끌었다.

지난 13일 황인범은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아시안컵 소감을 남겼다.

장문의 글에는 대회에 대한 아쉬움, 자신에 대한 평가, 비판을 받고 쓰라렸던 감정, 응원의 메시지에 힘을 얻었다는 이야기, 앞으로의 포부 등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황인범이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한 후 손흥민과 포옹하고 있다. / 뉴스1

황인범은 귀국할 때 공항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욕을 할까봐 두려웠다는 고백도 했다.

그러면서 “어쩐 일인지 내가 그날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이 내게 건네준 말들과 행동들은 그런 생각을 했던 나는 정말 작은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황인범이라는 사람은 그 어떤 거센 것에도 흔들리기는 할지라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 놈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황인범은 “그러니 나를 지켜주기 위해서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뺏기지 말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황인범은 지난 9일 인스타그램에는 짧은 글만 올렸다. / 황인범 인스타그램

이어 “성공한 축구선수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그 선수가 은퇴를 한 이후에 그 선수를 진심으로 그리워하고 찾아주는 팬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그 선수는 성공한 커리어”라며 “그런 관점에서 은퇴 후 나는 성공한 축구선수가 되어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도 했다. 또한 그는 본인이 본인에게 관대하지 못하다고 평했다.

황인범은 “이번 대회로 부족한 모습들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이 보여져서 그로 인해 힘든 시간들을 겪고 있는 형들 친구들 동생들에게도 꼭 하고 싶은 말”이라면서 “우리 모두 대한민국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기에 26명 명단에 뽑혔고 또 경기장에 나선 것이다. 그러니 자부심을 잃지 말자”고 했다.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대한민국 대표팀 / 황인범 네이버 블로그

한편 황인범은일본 매체 ‘풋볼 채널’이 선정한 ‘기대 이하에 그치며 아쉬운 결과로 끝난 아시안컵 워스트 11’에 선정됐다.

다음은 황인범 블로그 글 전문이다.

아시안컵이 끝났다.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너무 간절하게 준비했던 대회였기에 4강 요르단과의 패배 후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으로 회복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또 소속팀에서의 리그 경기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절망하는 시간도 사치다.

팀적인 이야기는 잠시 뒤로 접어두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번 대회에서 나 자신에게 느낀 감정을 만족감과 실망감 두개 중 하나만 선택을 해야만 한다면 당연히 실망감이 크게 들었던 대회다.

스스로가 인정하는 부족함이 많았던 대회여서 그런 것인지, 역시나 나의 SNS 댓글 또는 메시지로 비난하고 비판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신다. 늘 있었던 일이라 놀랍지는 않고, 정신적으로 이겨내 실력적으로 성장하는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기에 달게 받는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의 내 모습은 국가대표 선수로서 비판을 받아도 마땅한 부분들이 많았다는 점을 인정한다.

내가 이번 글에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비난과 욕설을 하는 안 좋은 댓글에 나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댓글들로 싸워주시는 분들, 메시지로 “고생했고, 악플에 무너지지 말아달라.” , “안 좋은 글들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힘을 내달라” 등등 걱정과 위로를 건네주시는 분들에게 특별한 감사함을 전하는 동시에 황인범 이라는 사람이 그 어떤 거센 것에도 흔들리기는 할 지라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 놈이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그러니 나를 지켜주기 위해서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뺏기지 말라고. 어떠한 형태로든 진심으로 선수들을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마음은 선수들은 어떻게든 느낄 수 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사실 이번 대회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카타르 공항과 비행기, 그리고 인천 공항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나에게 욕이라도 하면 내 마음이 어떨까? 라는 걱정도 살짝 했기에 조금은 긴장이 된 채로 돌아왔다. 그치만 어쩐 일인지 내가 그 날 만났던 수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건네준 말들과 행동들은 그런 생각을 했던 나는 정말 작은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진짜 세상은 아직 그래도 조금의 따뜻함이 남아있고, 그 조금은 나와 우리가 씩씩하게 살아가기에 충분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해줬던 것 같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그리고 대회를 마치고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던 나에게 이름도 모르는 그 날 마주친 모든 분들이 다시 한번 용기와 힘을 주셨고 그래서 진심으로 감사했다.

늘 인터뷰나 주위 지인들에게도 말하고는 한다.

나에게 한 축구선수가 성공한 선수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그 선수가 은퇴를 한 이후에 그 선수를 진심으로 그리워하고 찾아주는 팬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그 선수는 성공한 커리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은퇴 후 나는 성공한 축구선수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에게 관대하지 못 한 나지만 어쩌면 이미 많은 후배들이 영광스럽고 감사하게도 우상으로 꼽아주는 지금의 나도 충분히 좋은 선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를 포함 이번 대회로 부족한 모습들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이 보여져서 그로 인해 힘든 시간들을 겪고 있는 형들 친구들 동생들에게도 꼭 하고 싶은 말이다.

‘우리 모두 대한민국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기에 26명 명단에 뽑혔고 또 경기장에 나선 것이라고. 그러니 자부심을 잃지 말자고. 여전히 우리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그러니 부족함을 받아들이되 힘을 잃지 말고 꼭 모두가 함께 힘을 내서 이겨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선수가 되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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