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
▲ 손흥민.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4위 수성에 실패했다. 다시 쫓아가야 하는 입장이다.

토트넘 홋스퍼는 1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25라운드 홈 경기에서 울버햄튼 원더러스에 1-2로 졌다.

이날은 한국인 두 선수, 손흥민과 황희찬이 맞붙는 ‘코리안 더비’였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나란히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2골, 10골로 토트넘, 울버햄튼 팀 내 득점 1위에 올라 있는 두 선수다.

하지만 이날 어느 선수도 활짝 웃지 못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앞서 3번의 맞대결을 펼쳤다. 이번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에서 나란히 선발 출전해 격돌했던 바 있다. 하지만 손흥민과 황희찬은 당시 경기에서 침묵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도 또 득점 사냥에 실패했다. 총 4번의 맞대결에서 나란히 무득점을 기록하게 됐다.

최종 승자는 울버햄튼. 주앙 고메스가 전반 42분 선제골을 만들며 앞서 갔다. 토트넘은 후반 시작과 함께 데얀 쿨루셉스키의 동점 골로 균형을 맞췄다. 다만 오래 가지 못했다. 

▲ 황희찬(왼쪽).
▲ 황희찬(왼쪽).

울버햄튼은 후반 17분에 나온 고메스의 멀티 골로 승점 3점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역습 한 번에 토트넘 수비가 와르르 무너졌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이번 경기에 앞서 함께 아시아축구연맹(AFC)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 한국 축구 대표팀 소속으로 참가했다. 하지만 수장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내내 특색 없는 전술을 펼쳤고, 한국은 4강에서 요르단에 힘 없이 무너졌다.

이후 손흥민과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왔다. 손흥민은 복귀와 동시에 지난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전에서 극적인 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에 2-1 승리를 안겼다. 반면 황희찬은 곧바로 복귀하지 못했다. 아시안컵에서 부상을 당한 여파로 앞선 브렌트포드전에 결장했다.

이번 맞대결을 통해 동료에서 적으로 만난 셈이다. 객관적인 전력은 토트넘이 우위였다. 장소 또한 토트넘 안방에서 치러져 승리가 점쳐졌다.

뜻하지 않은 패배에 토트넘은 순위가 미끄러졌다. 14승 5무 6패 승점 47점으로 프리미어리그 5위에 처졌다. 4위는 아스톤 빌라. 토트넘보다 승점 2점이 많다.

울버햄튼은 10승 5무 10패로 승률 5할을 맞췄다. 승점 35점으로 프리미어리그 11위다.

경기 후 황희찬은 손흥민을 막은 게 승리 배경이라고 알렸다. “쉽지 않은 상대인 토트넘전에서 승점을 챙겨 기분이 좋다. (득점을 하지 못해)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팀적으로는 훌륭했다. (손)흥민이 형과 함께 경기에 뛰는 것은 영광이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같은 큰 무대에서 뛰면 감회가 남다르다”며 “울버햄튼 선수들끼리 흥민이 형을 잘 막기로 했다. 수비수들이 잘 막아준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손흥민도 황희찬을 언급했다. 너무 아쉽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황희찬 선수가 너무 좋은 경기를 해줬다. 많은 축구 팬분들에게 즐거움을 드렸을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아쉬운 경기지만 울버햄튼과 황희찬 선수한테는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사실 그간 손흥민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현재 한국 축구 대표팀은 이른바 ‘탁구 게이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시안컵 기간 중 이강인이 주장 손흥민에게 하극상을 펼친 게 갈등의 주요 골자다. 손흥민은 이 과정에서 손가락을 다쳤다.

후폭풍이 거셌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은 경질됐다. 정몽구 대한축구협회장은 사과했다. 이강인은 비난 여론 한가운데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사과했지만 분노한 여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의 마음은 무거웠다. 토트넘에 돌아간 후 손흥민은 16일 토트넘 공식 유튜브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시안컵 이후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토트넘에 돌아와 홈팬들이 나를 크게 환영해주고 반겨줬을 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토트넘 선수들은 큰 포옹으로 날 반겼다. 내게 제일 필요로 했던 것이었다. 토트넘 선수들, 팬들, 스태프, 코치들이 모두 내가 힘을 낼 수 있도록 해줬다. 덕분에 난 다시 긍정적인 쏘니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응원과 환영에 정말 감사하다. 토트넘에서 뛰는 한 팬들을 행복하고 웃게 만들고 싶다. 자랑스럽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 손흥민을 지켜보는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 손흥민을 지켜보는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토트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따뜻하게 감쌌다. “손흥민은 정말 훌륭한 선수다. 그가 돌아와 정말 기쁘다. 손흥민은 조국인 한국을 위해 모든 걸 바쳤다. 목표인 우승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난 정말 좋다”고 손흥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대한축구협회가 처리해야 할 일이다”며 “손흥민은 리더다. 리더라면 때로 갈등을 직접 해결해야 할 때가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 내부 문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손흥민에게 물어보지도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리더십을 높이 샀다. “리더라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걸 봤을 때 행동해야 한다. 손흥민은 바로 그런 리더다. 많은 사람들은 손흥민이 늘 웃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손흥민은 그 누구보다 이기고 싶어 하는 선수다. 또 옳지 않은 일을 보면 바로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리더라면 자신의 기준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손흥민을 격려했다.

울버햄튼전이 끝나고 손흥민은 책임감 있는 인터뷰를 했다. 특히 패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손흥민은 “잘 준비한 팀이 결국 승리를 거둬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면서 “패배를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된다. 감독님께서 항상 패배 뒤에 숨지말라고 한다. 패배도 받아 들여야 남자로서 성장한다고 말한다. 이제 이번 시즌 진짜 몇 경기 안 남았다. 잘 마무리를 하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나부터 시작해서 더 많은 책임감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경기장을 찾은 한국 팬에게 사과와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한국 팬분들이 이렇게 많이 경기장에 오신 적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많이 오셨다. 홈에서 이기지 못하고 아쉬운 모습을 보여드려서 너무 죄송할 따름이다”며 “이런 성원을 받아서 너무나도 감사하다. 또 이런 팬들을 가질 수 있는 선수가 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축구선수인지 알게 됐다. 축구 하기를 정말 잘했다. 이렇게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 대한민국에서 축구를 정말 사랑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난 행복한 축구를 하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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