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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서울 빅5 대학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병화 기자

“저 암 수술할 수 있을까요? 우리 아들 초등학교 입학은 지켜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내는 수술이 취소될까 매일 울고 있습니다. 너무 지쳐가고 있습니다.”

기스트암(위장관 기질 종양) 환자 A씨는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수술이 취소될까 노심초사하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지난해 6월 말 아빠가 되기 4주 전 건강 검진을 했다가 몸속에 종단면 기준 20㎝가 넘는 종양이 발견됐다”며 “간에도 전이된 상태라 매일이 떨어지기 직전의 낙엽과 같다”고 불안한 심정을 토로했다.

A씨는 발견 당시 종양 덩어리가 커 수술할 수 없는 상황으로 우선 약을 복용해 크기를 줄였고,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 다니다가 최근 서울아산병원으로 진료병원을 옮겼다. A씨는 “온라인에 요즘 수술취소, 입원취소 등의 글이 계속 올라와 나도 아마 다음 주쯤 이 같은 연락이 오지 않을까 무섭다”며 “의사들이 너무 밉다”고 호소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한 반발로 이날 전국 각지에서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면서 ‘의료대란’이 현실화 하고 있다. 수술·입원 일정이 연기되는 등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본관엔 오전부터 전국에서 몰려든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볐다. 정형외과 진료실 앞에는 30여 명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환자들은 벽면에 붙어 있는 TV 화면에서 나오는 ‘의사 집단행동’ 관련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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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본관 외래채혈실 앞에 긴 대기줄이 늘어섰다. /노성우기자

오십견 증세를 겪는 60대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은 직장인 이모씨(39)는 정형외과 데스크를 찾아 “우리 엄마 정상 진료를 받을 수 있느냐”며 “많은 환자의 진료가 취소되고 있는데 우리 엄마도 취소되는 것이냐”고 재차 확인했다.

다른 상급 병원에서도 당일 수술이 취소되는 등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중앙대병원에서 갑상선암 수술을 위해 입원 예정이었던 C씨는 이날 아침 병원측으로부터 수술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병원 측에서는 기약 없이 ‘상황이 복구되는 데로 연락을 주겠다’는 안내만 받았다.

또 다른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경추(목뼈)와 요추(허리뼈) 디스크제거 수술(현미경 또는 내시경)을 받기로 한 30대 남성 D씨도 이날 아침에 수술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이른바 빅5병원이 아니라 괜찮겠지 싶었는데 결국 이 곳도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수술이 취소된 것이다.

의료대란에 더욱 국민 불안해하는 이유에는 2020년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했을 때도 전공의와 의사들이 집단 휴진에 돌입하면서 수술이 취소되는 등 환자 불편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회장은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서로 헐뜯는 사이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만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며 “보호자들은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는 긴장 속 대기 상태에 놓여 있는데, 이 두 기관은 환자 목숨을 담보로 게임을 하듯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중단 행위를 ‘담합’으로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전공의들이 20일 실제로 진료를 중단하면 오는 22일께 이들을 공정위에 고발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사업자 지위를 가진 면허 소지자들이 집단행동을 할 경우 담합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며 “전공의들이 내일 근무 중단을 하고 정부의 업무복귀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공정위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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