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감위, 3기 시작…그룹 지배구조개선 성과낼지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내 등기이사 복구 여부도 ‘촉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연합뉴스

1기 대국민 사과·무노조 경영 폐기, 2기 준법경영 문화 강화라는 결실을 거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가 3기에는 어떤 성과를 낼 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 안팎에서는 준감위가 그간 미뤄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이 과정에서 그룹 전략 및 사업 방향성 등을 조율할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제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3기 삼성 준감위는 20일 오후 2시 첫 회의를 가졌다. 이번 회의는 3기 위원회가 새롭게 꾸려진 이후 처음 가진 자리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은 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로 온 한승환 위원을 비롯해 3기 위원들의 의견을 공유하고 동시에 내부 거래, 대외 후원, 제보 상황 등에 대한 일반적인 안건을 다루겠다고 했다.

앞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관계사는 최근 각사 이사회에서 이찬희 위원장 및 외부위원(권익환, 김우진, 윤성혜, 홍은주)에 대한 연임 및 사내위원(한승환 사장) 신규 선임을 결의했다. 신규 선임 및 연임된 위원들의 임기는 2024년 2월 5일부터 2년이다.

이날 1시 45분께 삼성생명 서초타워에 도착한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3기 중점 과제를 묻는 질의에 “인권 경영”을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준감위 2기 과제였고 3기에서도 이어질 과제가 인권 중심 경영이다. 인권 중심 경영은 여러 분야에서 의미가 있는데 노조, 노-사, 노-노 관계 부분에서 인권 경영이 이뤄지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 컨트롤타워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해서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전부터 여러 차례 삼성 컨트롤타워, 지배구조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밝혀왔다”며 “다만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고 여러 사정을 고려해 가장 올바른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3기에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말처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컨트롤타워 복귀 여부는 올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회장이 지난 5일 제일모직-삼성물산을 둘러싼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운신의 폭이 넓어지면서, 다양한 모델을 연구·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 지배구조 재편 탄력…방식은?

이재용 회장은 올해로 회장 취임 3년차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삼성 지배구조 문제에서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이 오랜 사법리스크로 묶여있던 탓에 개편 작업은 사실상 탄력을 얻지 못했다.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작년 9월 말 기준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53%를 보유하고 삼성물산을 통해 다른계열사를 지배하는 ‘총수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구조로 이뤄져있다.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를 직접 지배하지 않고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이 같은 지배 형태는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 지분이 1.63%에 불과할 정도로 취약한 지배 형태를 벗어나 직접적인 지배력을 강화하는 문제가 삼성그룹의 숙원이었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는 일명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꼽힌다. 해당 개정안은 지배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삼성생명을 정조준한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 위원장이 20일 준감위 3기 첫 회의 전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 위원장이 20일 준감위 3기 첫 회의 전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현행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채권·주식을 총 자산의 3%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3%를 따지는 기준을 ‘취득 원가’에서 ‘시가’로 평가하도록 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상당 부분을 팔아야만 한다. 결과적으로 이 회장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낮아지게 되는 만큼 지배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에서 재계는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제기한다. 삼성물산을 둘로 쪼개 삼성전자 등으로 구성된 사업지주와 삼성생명 등을 거느리는 금융지주로 분할하는 방안이다.

이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30%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수십 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재계는 판단한다.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그룹 전반의 변화 뿐 아니라 국내 경제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있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데다, 외부 전문가와 내부 구성원 등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출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래 방향성 제시 등 그룹 내 구심점 역할 기구 탄생 관심

그룹 전체의 전략을 짜고 계열사와 협력 역할을 할 컨트롤타워가 새롭게 세워질지도 관심사다.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활이 다시 거론되는 것은 삼성이 당면한 위기 극복 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 발굴, 그룹 전략 및 사업 방향성 조율·지원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의 브랜드 가치가 글로벌 ‘톱5’ 수준으로 커진 상황에서, 조직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구심점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삼성그룹에 전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밝혀 미래전략실 부활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그룹 내 최고의사결정기구가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은 산·학계 공통 의견이기도 하다.

삼성 컨트롤타워는 2017년 이후 약 6년간 부재한 상황이다.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업무추진실, 미래전략실 등으로 간판이 바뀌었다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 연결고리로 지목되며 2017년 3월 해체됐다.

이후 계열사간 협력을 위해 삼성전자에 사업지원TF를 만들었지만 역할은 제한적이다. 이 TF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가 참여하고 있다.

금융과 EPC(설계 조달 시공)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삼성생명과 삼성물산도 TF가 있지만 계열사별 업무 효율화를 넘어 그룹 중장기 전략 수립을 위한 구심점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컨트롤타워 형태는 기존 TF 개편·확대 또는 별도 조직 설립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다. 부활에 초점을 둘 경우, 과거 2017년 당시 미전실 해체 사례를 반복하지 않도록 권한과 책임을 아우를 만한 명분과 대안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전경. ⓒ데일리안 DB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전경. ⓒ데일리안 DB
이재용 회장, 연내 등기이사 선임은?

이 과정에서 조만간 이재용 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될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내달 20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이재용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다만 1심 무죄 판결을 계기로 책임경영·준법경영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만큼 올해 다시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찬희 위원장은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과 관련해 “책임 경영 강화 의미에서 빠른 시일 내 복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용 회장 등기이사 선임은) 경영적 판단의 문제이고 주주나 회사 관계자, 이해관계자 여러분들의 의견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현재 준감위로서는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적절한 시점에서 복귀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재용 회장이 3기 출범을 계기로 준감위와 만남을 갖는 등 새롭게 힘을 실어줄지도 관심사다. 앞서 이 회장은 2기 출범 이후 2022년 10월 준감위를 찾아 위원회가 독립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지금까지 준감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데는 최고경영진의 준법경영 의지와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조만간 여러 일정을 고려해 위원회와 면담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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