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코엑스에서 열린 알리익스프레스 팝업스토어 개막식에서 환영사를 하는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대표

“올해 약 1000억원을 투자해 한국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를 국내 쇼핑처럼 쉽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해 3월 초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한국 시장 본격 공략을 선언했다. 고객 경험 개선, 대규모 마케팅 투자, 물류 거점 마련 및 빠른 배송 서비스를 구축해 토종 e커머스와 직접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1년이 지난 현재 중국계 e커머스 이른바 ‘C커머스’ 업체들은 온라인 유통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초저가 프로모션, 무료 배송·반품, 입점 수수료 면제 등 압도적인 물량 공세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은 국내 물류 거점을 세워 초저가 공산품, 생필품을 넘어 신선식품 유통까지 넘볼 태세다. C커머스 공습이 현실화 되면서 정부도 뒤늦게 상황 파악에 나섰다. 올해 C커머스 국내 시장 침투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수도권 물류 거점을 각각 물색하고 있다. 빠른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직접 물류센터를 짓기 보다는 비어있는 물류 창고를 매입하는 방식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내 물류 거점을 마련해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종 e커머스와 서비스 수준을 나란히 하겠다는 계산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기존 CJ대한통운·한진 외에 창고를 운영하는 풀필먼트사, 미들마일·라스트마일 배송을 통합 제공하는 물류사를 추가로 찾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테무 또한 한국 내 구매액이 커지면서 물류 거점 구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상품 카테고리도 점차 확장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관리하는 상품기획자(MD)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한국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을 분석하고 신선식품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뷰티·패션·가전 카테고리 MD도 함께 채용 중이다.

이미 국내 브랜드 상품을 선보이는 ‘K-베뉴’관에는 20여 개 주요 브랜드가 합류했다. LG생활건강·애경산업 등 생필품 대표 브랜드부터 쿠쿠·로보락 등 생활가전, 코카콜라음료·롯데칠성음료·광동제약(삼다수) 등 식음료 브랜드까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상품을 판매한다. 업계에 따르면 가공식품 동원F&B도 1분기 입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당분간 입점·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국내 셀러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빠른 사업 확장에 소비자 관심도 뜨겁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1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모바일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각각 718만명, 517만명에 달한다. 토종 e커머스 애플리케이션(앱)과 비교해도 각각 국내 3위, 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 8월 테무 MAU는 불과 52만명 수준이었다. 5개월 만에 10배가 늘어난 셈이다.

폭발적인 성장세에 정부도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유통물류진흥원, 쿠팡·11번가·지마켓 등 온라인 유통 관계자, 전문가를 불러 간담회를 진행했다.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국내 판매자 역차별 문제 △국내 중소 제조 기반 붕괴 △소상공인 매출 감소 등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산·학·정 대응 체계 구축, 법·제도 개선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응책 마련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해외 플랫폼 사업을 정부가 직접 나서서 제재하는 것은 통상 문제 등이 얽혀 있어 조심스러운 영역이다. 해외 직구 면세 한도를 높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소비자 권익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국내 대관 조직을 별도로 구성해 이같은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C커머스 국내 시장 침투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류 거점을 통해 당일·익일 배송 체계를 구축하고 신선식품 등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한다면 마지막 약점마저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초저가 공산품, 최대 90%에 달하는 프로모션은 토종 e커머스가 내세우기 힘든 차별화 지점이다.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업계 우려가 나온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 업체들이 압도적인 물량으로 치킨게임을 이어간다면 자본력 한계에 부딪히는 플랫폼들은 살아남기 힘들다”며 “C커머스가 시장 점유율을 충분히 확보해 핵심 사업자로서 수익화에 나선다면 기존 e커머스 밸류체인은 크게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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