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진했던 2023년을 털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즌을 연 최지훈 ⓒSSG랜더스
▲ 부진했던 2023년을 털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즌을 연 최지훈 ⓒSSG랜더스

▲ 발목 부상에 고전했던 최지훈은 몸과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으며 2024년 반등을 다짐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발목 부상에 고전했던 최지훈은 몸과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으며 2024년 반등을 다짐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야구가 잘 되지 않았다. 결과를 내려고 노력할수록 뜻대로 되지 않았다. 조급해졌다. 정확한 이유도 찾지 못했고, 그 이유를 찾을 만한 여유도 없었다. 조급함은 쌓여 어느덧 분노로 변했다. 타석에서 공을 따라다니기에 바빴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났다. ‘분노의 야구’가 잘 될 리 없었다. 2023년은 되돌아본 최지훈(27‧SSG)은 “내가 야구에 졌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SSG의 차세대 리드오프로 손꼽히는 최지훈은 매년 성장하는 선수였다. 그래서 지켜보는 맛이 있었다. 2020년 데뷔 시즌부터 팀이 전략적으로 키웠다. 주전 자리를 줬다. SSG의 투자는 틀리지 않았다. 2021년을 거쳐 2022년 144경기에서 타율 0.304, 10홈런, 93득점, 31도루를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국가대표팀 외야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4년 차였던 지난해 그 그래프가 완전히 박살났다. 5월 이후 타격 부진이 이어진 끝에 117경기에서 타율 0.268에 그쳤다.

구단도 난감했고, 팬들은 실망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지훈은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할 것”이라는 철썩 같은 믿음이 있었던 팬들은, 타석에서 고개만 가로젓는 그의 눈빛을 보며 좌절했다. 단순히 성적을 떠나 플레이에 활기가 없었다. 최지훈도 그런 여론과 주위의 시선을 모를 리 없었다. 의식할수록, 더 움츠려들었다. 최지훈은 “작년에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너는 운으로 3할을 쳤다’라는 이야기였다”고 했다. 지금도 당시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야구라는 녀석은 때로는 얄미운 존재였다. 노력한 만큼 주지 않을 때도 있었고, 선수를 곤경에 빠뜨릴 때도 있었다.

사실 시즌 출발은 기가 막혔다. 시즌 첫 22경기에서 타율 0.352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스타트를 선보였다. 비시즌에 대충 놀았다면 있을 수 없는 숫자였다. 그런데 5월 초 발목 부상이 이 흐름을 완전히 끊었다. 최지훈은 “핑계처럼 들릴 수 있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발목이 다치고 나서 타격폼이 바뀌었다. 타격할 때 몸을 지탱하는 발목이라 힘을 모으지 못했다. 다리를 들고 공을 길게 보는 타입인데 지탱을 못하니 공을 보는 시간이 짧아졌다. 그러다 보니 히팅포인트를 앞으로 가져가고, 자연히 상체를 과하게 쓰게 되고, 점점 안 좋아져서 완전히 폼 자체가 망가졌다”고 냉정하게 자신의 부진 원인을 분석했다.

뭔가 이를 교정할 만한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치열한 순위 싸움 속에서 마냥 쉴 수는 없었다. ‘조금 아파도 참고 뛰어야 한다’는 진통제 투지는 오히려 독이 됐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또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긴 호흡보다는 지금 당장의 성적이 중요해졌다. 그렇게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1년이 그냥 지나갔다. 최지훈은 “휩쓸려서 한 시즌을 했다”고 말했다.

부진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저런 이야기가 최지훈을 괴롭혔다. 그러자 멘탈이 무너졌다고 고백했다. 지난해를 돌아보며 가장 반성하는 대목이다. 최지훈은 “처음 다쳤을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렇게 부상이 오래간 게 야구를 하면서 처음이었다. 그에 잘 대처하지 못했다. ‘다친 것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서 “내가 열심히 한 것까지 부정당하는 느낌도 정말 힘들었다. 열심히 안 하는 선수가 되어 버렸고, 그냥 야구를 못했던 선수가 되어 버렸고, 방망이가 안 맞으니 수비까지 안 되는 선수가 되어 버렸다. 1년 만에 그렇게 되어 버리니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 야구장에 나가면 매일 똑같은 소리를 들으니까 멘탈을 잡지 못하고 그냥 세상에 분노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고백하고 반성했다.

몸도 아팠지만 잡생각이 많았다. 잡생각을 지우기 위해서는 훈련밖에 방법이 없었다. 비시즌부터 방망이를 고쳐 잡았다. 다친 발목 치료도 받고, 주변 근육을 강하게 단련하면서 시즌을 준비했다. 무너진 폼으로 반년 이상 야구를 했기 때문에 다시 원래 폼으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다. 그럴수록 운동에 매달려야 했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지난해 어두웠던 최지훈의 표정에는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2023년에서 얻은 교훈만 남기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최지훈은 “3~4달이 지났는데 지금도 ‘꽁’해있으면 안 된다”고 가볍게 웃었다. 그의 얼굴에서 모처럼 보는 미소였다.

▲ 적극적인 모습으로 돌아와 관계자들의 큰 기대를 모으는 최지훈 ⓒ곽혜미 기자
▲ 적극적인 모습으로 돌아와 관계자들의 큰 기대를 모으는 최지훈 ⓒ곽혜미 기자

▲ 팀의 리드오프로 낙점된 최지훈은 올해 SSG 타순 구상의 키를 쥐고 있다 ⓒ곽혜미 기자
▲ 팀의 리드오프로 낙점된 최지훈은 올해 SSG 타순 구상의 키를 쥐고 있다 ⓒ곽혜미 기자

기본적으로 타격 훈련을 더 많이 하고 강도 또한 높였다. 최지훈은 “엄청 많이 늘렸다. 내 스스로 불안한 것을 떨쳐내려고 스스로 많이 움직였던 것 같다. 이렇게라도 해 놓으면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면서 “이숭용 감독님하고도 개인적으로 이야기도 해보고 하니 마음 한 구석에 편안한 마음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올해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야구 경력의 분수령이다.

그런 최지훈은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되 SSG의 1차 캠프에서 코칭스태프 및 관계자들의 호평을 한 몸에 모았다. 모든 관계자들이 “캠프 MVP 후보다. 정말 성실하고 진지하게 훈련을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 성과를 본 이숭용 감독도 마찬가지다. 아예 올 시즌 팀의 리드오프로 못을 박아버렸다. 대충 운동을 했거나, 여전히 분노에만 휩싸여 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정황은, 최지훈이 점차 자기 궤도를 찾아가고 있음을 또렷하게 가리키고 있었다.

베로비치에서 열린 두 차례 연습경기에서 안타 개수와 별개로 이상적인 타구 질을 선보인 최지훈은 “발목 보강 운동도 열심히 했다. 연습 때는 좀 되는 것 같다. 원래 내가 보던 존을 잘 지키면서 하자고 했는데 잘 됐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전에서 그게 되어야 한다”고 자만하지 않으면서 “경기력이나 성격에서 단점을 조금씩 보완해 나가야 한다. 이제 5년 차 시즌으로 접어든다. 이제 새로운 시즌이고, 앞으로 계속 해야 하는 만큼 프로선수로서의 숙제를 잘 풀어나가고 싶다. 더 성숙한 선수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야구에 지지 않겠다”고 다부지게 말한 최지훈이 우리가 생각했던 그 선수로 다시 돌아오기 위한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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