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홍 감독. ⓒ연합뉴스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지휘한 황선홍 감독. ⓒ연합뉴스

▲ 황선홍 감독(오른쪽)과 이강인(왼쪽) ⓒ연합뉴스
▲ 황선홍 감독(오른쪽)과 이강인(왼쪽)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신문로, 김건일 기자] 지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황선홍 감독은 “부담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한국은 지난 두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섰다. 아시안게임 우승은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라는 반응이 황 감독을 짓눌렀다.

아시안게임 3연패라는 전대미문 성과를 일궈 낸 황 감독이 압박감에서 해방된 ‘자유’는 오래가지 않았다. 황 감독에겐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다음 미션이 내려졌다.

한국은 지난 대회까지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해냈다. 올림픽 본선 연속 진출을 10회로 늘려가는 것은 아시안컵 연속 우승 못지않은 큰 압박이었다.

▲ 황선홍 감독 ⓒ 대한축구협회
▲ 황선홍 감독 ⓒ 대한축구협회

황선홍호는 오는 4월 중순부터 파리 올림픽 티켓이 걸린 23세 이하 아시안컵에 출전한다. 카타르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16개국이 4개조로 나뉘어 경쟁하는데, 토너먼트를 거쳐 1위부터 3위 팀까지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고, 4위 팀은 아프리카 예선 4위 팀과 플레이오프로 본선 진출 티켓 한 장을 노린다.

다만 황선홍호는 이 대회에서 숙적 일본을 비롯해 중국 아랍에미레이트와 한 조에 속했다. 이 가운데 일본은 ‘올림픽 올인’ 체제로 연령별 대표팀을 운영해 왔다. 아시안게임에 이강인 정우영 등 정예 멤버를 소집한 한국과 달리 일부 대학 선수 등 2군을 내세웠고, 대신 올림픽 대표팀은 유럽 원정으로 강팀들과 꾸준한 스파링으로 ‘체급’을 끌어올렸다. 또 서아시아 강호 아랍에미레이트는 연령별 대표팀이든 성인 대표팀이든 맞붙었을 때마다 한국을 어렵게 했던 팀이다. 조별리그 통과를 확신할 수 없는 조 편성이라는 평가다.

그래서일까. 황선홍 감독은 쉴 틈 없이 올림픽 체제로 전환해 4월 예선 준비에 나섰다. 지난 1월 튀르키예 전지 훈련길에 올랐고, 전지 훈련이 끝난 뒤에도 황 감독은 해외파 차출 문제를 풀기 위해 설 연휴에 유럽에 머물렀다.

다음 달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담망에서 개막하는 2024 WAFF(West Asian Football Federation) 23세 이하 아시안컵은 황 감독에게 ‘마지막 모의고사’였다.

이 대회는 명칭 그대로 서아시아 팀끼리 경쟁하는 대회이지만 주최측은 참가 팀들이 더 많은 경험을 갖기 위해 지난 대회부터 서아시아 밖 팀을 부르고 있으며, 이번 대회엔 한국을 초청했다.

한국과 함께 개최국 사우디라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레이트, 이라크, 호주, 이집트, 태국, 요르단까지 8개 국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4월 아시안컵에서 같은 조인 아랍에미레이트는 물론이고 아시아 축구 강국인 호주, 무엇보다 서아시아 팀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황선홍호엔 더할 나위 없는 스파링 무대였다.

그러나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위한 마지막 모의고사에 ‘황선홍 없는’ ‘황선홍호’가 출전하게 됐다.

▲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대한축구협회
▲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은 27일 축구회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오는 3월 21일과 26일 열리는 2026 북중미 FIFA 월드컵 2차 예선 태국과 2연전을 위한 임시 감독으로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전력강화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축구회관에서 3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전력강화위)를 열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번 위원회엔 정 위원장을 비롯해 고정운 김포FC 감독, 박성배 숭실대 감독, 박주호 해설위원, 송명원 전 광주FC 수석코치, 윤덕여 세종스포츠토토 감독, 이상기 QMIT 대표, 이영진 전 베트남 대표팀 코치, 전경준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이 참석했다. 윤정환 강원FC 감독, 이미연 문경상무 감독은 소속팀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연합뉴스
▲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연합뉴스

정 위원장은 “오늘 회의까지 (새 감독을 선임하기 위한) 세 차례 전력 강화 회의가 있었다. 20일 회의에서 (3월 A매치는) ‘임시 체제’인가 ‘정식 체제’인가 논의가 있었다. 일단 ‘임시 감독에게 맡기고 장기적 관점으로 정식 감독을 뽑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대표팀 재 정비가 절실한 상황이니 이번부터 정식 감독에게 맡기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다음 2차 회의에서 후보자에 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24일 2차 회의에선 전력강화회의에서 아직 후보자 논의를 구제척으로 하지 않았는데도 특정 지도자들의 이름이 언급되면서 언론과 축구 팬들의 부정적 반응이 고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팀 감독이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의원들의 의견이 있었다. ‘지금 정식 감독을 뽑기로 했는데 국민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을 수 없고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는 방향을 바꾸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왔다. 시간이 나오더라도 충분한 논의를 통해 우리 대표팀에 맞는 감독을 신중하게 뽑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왔다. 2차 회의에선 임시 감독 체제로 가자고 의견이 모아졌고 후보자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A매치 2경기를 위해 K리그 현직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무리다. 주어진 시간을 생각했을 때 외국인 지도자는 맞지 않다. 때문에 KFA 소속이거나 경험이 많지만 현재 팀이 없는 지도자가 맡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여기에서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됐고 우선 순위가 정해졌다. 우선 순위 1순위가 황선홍 감독이었다. 이에 2차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협회와 소통했다. 25일 낮 황 감독에게 대표팀 임시 감독직을 제안했다. 황 감독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고 어제 임시 감독직을 수락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이날) 3차 회의에선 1순위 후보자에 대한 수락 여부를 전했다. 다음 회의부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한 내용을 이어가자는 내용으로 회의를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지휘한 황선홍 감독. ⓒ연합뉴스 ⓒ 대한축구협회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지휘한 황선홍 감독. ⓒ연합뉴스 ⓒ 대한축구협회

계속해서 “다른 나라 협회에서도 필요한 경우 A대표팀 감독이 23세 이하 팀을 동시에 역임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전력강화위가 황 감독을 1순위로 꼽은 것은 황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을 맡는 협회 소속 지도자고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최근 성과도 보여줬으며 국제 대회 경험과 아시아축구에 대한 이해도 갖췄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위원들은 파리올림픽 예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황 감독이 A대표팀 임시 감독을 해도 무리가 없는지 다각도로 검토했다. 본인이 일시적으로 두 개 팀을 맡을 의향이 있고 구상이 있다면 최우선으로 검토할 후보라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이날 브리핑에 따르면 황 감독은 3월 18일 소집부터 태국 원정까지 A대표팀을 이끈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에 올림픽 대표팀은 WAFF 8개국 친선 대회에 출전하는데 황 감독이 빠진 자리는 기존 코칭스태프가 지휘한다. 정 위원장은 “황 감독은 태국과 2연전을 마친 뒤 올림픽 대표팀에 매진하고 4월 열리는 올림픽 최종 예선을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팀 전력강화위원장. ⓒ연합뉴스
▲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팀 전력강화위원장. ⓒ연합뉴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겸직’이 황 감독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에 정 위원장은 “황선홍 감독께서 아시안게임에서 성적을 만들어 내면서 1년 6개월 동안 팀을 꾸려오면서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서아시아 친선 대회는 마지막 경기력에 대한 점검 차원으로 판단한다. 양쪽을 다 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을 해서 황 감독에게 제의를 했다”고 답했다.

이어 “많은 고심을 했다. 우리도 무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생각했다. 황 감독님에게 위원들의 의견을 전해드렸는데 황 감독님께서 고민을 하시다가 받아들였다”며 “부정적으로 생각해서 결과가 안 좋게 나왔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물어보시면 전력강화위원장으로서 제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연합뉴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연합뉴스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이후 축구계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정몽규 회장을 향한 퇴진 여론이 분 것을 시작으로 전력강화위가 3월 A매치 2연전을 맡기기 위한 감독으로 국내파 특히, K리그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현역 감독을 고려한다는 말이 나오자 국내 축구팬들이 크게 반발했다. 감독 후보 중 한 명으로 홍명보 감독이 거론되자 울산 팬들은 성명문을 내고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현역 K리그 감독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해선 안 된다”는 시위를 벌였다. 대한축구협회앞으로 “홍명보 감독은 공공재가 아니다”는 문구가 담긴 트럭을 보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축구계 인사들도 일제히 대한축구협회와 전력강화위를 질타했다. 전임 전력강화위원회였던 정해성 포항 감독은 26일 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누군가 용기 있게 이야기할 부분이다. 왜 자꾸 숨는 것인가. 우리가 주인인데 왜 우리가 숨어야 하는가. 비정상적인 것은 정상으로 돌아놓아야 한다. 모든 국민이 축구에 대한 상태를 눈여겨 지켜보고 있는데 이것을 시스템에 따라 하지 않고 함부로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내가 그 전력강화위원회에 있으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난 항상 나쁜 소리를 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혀 있다”고 발끈했다.

▲ 박태하 포항 감독은 2023년 1월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를 맡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박태하 포항 감독은 2023년 1월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를 맡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어 “지금의 불공정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시간은 걸리겠지만 좀 제대로 갖춰서 후배들에게 좋은 것을 물려줬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축구인 한 사람으로서 그 자리에 있어 봤고, 몸으로 느끼고, 보고 듣고 했기 때문에 이런 건 숨지 말고 계속해서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전임 강회위원회였던 최윤겸 충북청주FC 감독 역시 “클린스만과 축구협회를 뭐라고 하기 전에 우리들도 역할을 못 했다. 더 목소리를 높였어야 했다. 뒷북이나 마찬가지지만, 더는 할 말도 없었다. 위원으로 위촉됐으면 그런 불합리한 일들에 대해서 우리도 항의도 하고 행동을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또 모든 위원을 “자격 미달로 평가한다”라며 사견을 전한 최 감독은 “위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했다면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역할을 못 했으니 쥐 죽은 듯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신임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신임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6월 최종 예선에 차질이 없도록 5월까지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정 위원장은 “시간을 갖고 정식 감독을 선임하기로 했기 때문에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대표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지향해햐 하며 어떤 스타일 감독이 필요한지 한 번 더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대한축구협회는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기술 철학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연구에 착수해 최종 결과물이 거의 나왔다.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해당 기술 철학 연구 결과물도 공유해 감독 선임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기술 철학은 FIFA와 컬래버레이션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제2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감독 파트에 대해 공유한 바 있다. 이런 논의를 통해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내다보며 대표팀 경기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국민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안길 수 있는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도록 하겠다”고 알렸다.

한편 한국에서 국가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을 겸직한 감독은 역대 두 명이다. 허정무 감독이 1999년 1월부터 2000년 9월까지(국가대표 &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 겸직했으며, 핌 베어벡 감독이 2006년 7월부터 2007년 8월까지(국가대표 &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팀 및 베이징 올림픽 예선 대표팀) 두 팀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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