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귀어인 950가구 내외 머물러

다양한 대책 불구 직접 효과 없어

개념 재정립…‘어촌계’도 변해야

어업 중심서 벗어나 ‘바다’ 품어야

경남 거제 구조라마을에서 진행한 2023년 귀어업인 어업체험 프로그램 심화 과정 모습. ⓒ한국어촌어항공단 경남 거제 구조라마을에서 진행한 2023년 귀어업인 어업체험 프로그램 심화 과정 모습. ⓒ한국어촌어항공단

정부가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어촌소멸 상황은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귀어 인구는 늘지 않고, 전체 어가 인구는 오히려 크게 줄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정책 방향성을 수정하고 실효성 높은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해양수산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어가 인구는 9만1000명으로 2000년 25만1000명 대비 63.7% 줄었다. 고령화율 또한 2010년 23.1%에서 2022년 44.2%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2022년까지 해마다 새로 어촌으로 유입되는 귀어인 가구 수는 연평균 약 950가구다. 2014년 917가구에서 2022년 951가구로 거의 변동이 없다. 해당 기간 정주 인구 확대를 위해 투입한 수조원 규모 예산을 생각하면 아쉬운 결과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연안어촌과 도서지역 97%는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전체 가운데 87%는 소멸고위험지역이다. 강도 높은 육체 노동을 요구하는 어업 특성을 고려하면 어민 고령화도 어촌 소멸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업인 숫자는 급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예산·노력 대비 부실한 결과

정부 노력에도 귀어 정책이 효과를 낳지 못하자 전문가들은 정책 전환을 주문한다. 전문가들이 꼬집는 현재 귀어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나치게 어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부분이다. ‘바다’라는 공간적 특성으로만 어촌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어업과 직접 관련한 경제활동이 아니더라도 어촌 구성 요소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어촌에서 관광 상품을 개발하거나 체험 상품으로 수익을 얻는 경우는 물론이고 식당이나 카페 등 어로행위와 관계없는 일을 하더라도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우수 귀어귀촌인 어울림마을로 선정된 충남 태안군 마금마을 주민 모습. ⓒ한국어촌어항공단 지난해 우수 귀어귀촌인 어울림마을로 선정된 충남 태안군 마금마을 주민 모습. ⓒ한국어촌어항공단

귀어 지원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어선업에도 문제가 있다. 귀어인이라면 어선을 구입(임대)하고 조업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자격도 따야 한다. 이 과정이 복잡하다. 비용도 많이 든다. 귀어를 꿈꾸는 사람들에겐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청년층은 더욱 그렇다.

어촌계 가입도 걸림돌이다. 어촌, 특히 맨손어업은 특성상 어촌계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어촌계 가입은 지역마다 다른데, 조건이 까다롭다. 이른바 ‘텃세’를 부리는 곳도 적지 않다. 마을 기부를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이런 불리하고 부조리한 여건을 무릅쓰고 어촌을 택하기엔 그만한 매력이 없다.

연속성 상실, 정책 효율성 떨어뜨려

무엇보다 남발하는 정책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정책 연속성을 살려가는 것도 중요하다. 일례로 총 3조원 규모로 시작한 ‘어촌신활력증진 사업’은 사업 시작 2년 차에 예산이 절반으로 삭감됐다. 해당 사업은 귀어 관련 대표 정책이다.

어촌신활력증진 사업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어촌뉴딜사업 후속이다. 어촌뉴딜이 기초 시설(인프라) 개선을 중심으로 했다면, 어촌신활력증진은 재정 투입을 바탕으로 민간투자를 확대해 소득, 일자리, 주거 여건 등 전반적인 어촌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다. 실제 어촌으로 인구 유입을 이끌기 위한 총체적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사업 대상지를 65곳 선정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31곳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정부 건전재정 기조 탓에 예산이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한 공모에 11개 시·도 46개 시·군·구 151개 지역이 신청서를 제출할 정도로 인기는 많았다. 경쟁률이 첫해 1.91 대 1에서 올해 4.87 대 1로 크게 높아질 정도다.


정부 주력 사업마저 재정을 이유로 크게 쪼그라들다 보니 정책 연속성을 신뢰하기 힘들고, 효과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귀어귀촌활성화를 위한 귀어닥터 프로그램 모습. ⓒ어촌어항공단 귀어귀촌활성화를 위한 귀어닥터 프로그램 모습. ⓒ어촌어항공단

귀어정책 전환…“현장 목소리 경청”

귀어 정책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하는 듯하다. 정부는 27일 ‘어촌·연안 활력 제고 방안’ 수립을 위해 ‘토크콘서트’를 개최하기로 했다. 현장 목소리를 통해 실제 실효성 있는 귀어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해수부는 “이번 종합계획에는 ‘바다’가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기존 어촌뿐만 아니라 연안 지역까지 대상을 포괄한다”며 “정주여건 개선과 양질의 일자리, 안정적인 소득원 창출, 해양관광 활성화 등을 위해 수산업과 가공·유통, 해양레저·관광, 연안개발에 이르기까지 어촌·연안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담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종합계획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생생한’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점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교수 등 전문가 집단은 물론 어촌 주민과 귀어인 등의 의견을 토대로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4년 전 경남 남해군에서 어촌 생활을 시작한 김칠호(53) 씨는 “어촌을 물고기, 수산물로만 인식하면 절대 사람이 늘 수 없다”며 “젊은 세대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어촌이라고 해서 배를 타고 양식만 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 마을에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게 핵심이지,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느냐가 무슨 상관이냐”며 “정부도 전통적인 어촌 개념을 넘어서 바다에 있는 마을이란 생각으로 사람을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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