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 전시전경 (2)
필립 파레노 개인전 ‘보이스(VOICES)’ 전시 전경./리움미술관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의 야외 데크에 높이 13.6m의 타워 같은 구조물이 자리 잡았다. 이는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의 신작인 ‘막(膜)’으로, 센서 기능을 갖고 있어 기온, 습도, 풍량, 소음 등 지상의 여러 환경 요소를 수집하고 미술관 내부로 보낸다. 유입된 데이터는 인공두뇌로 탄생한 목소리와 상호작용하며 전시의 모든 요소를 조율한다.

리움미술관은 파레노의 개인전 ‘보이스(VOICES)’를 7월 7일까지 선보인다. 야외 데크부터 로비까지 6개 공간을 채우며 리움미술관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리는 전시다.

파레노는 데이터 연동과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영상, 사진,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와 형식으로 새로운 전시 경험을 제안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는 데크에서 만나는 대형 신작 ‘막(膜)'(2024)을 시작으로, 그라운드갤러리와 블랙박스, M2, 로비에서 ‘차양’ 연작(2014~2023), ‘내 방은 또 다른 어항'(2022), ‘마릴린'(2012), ‘세상 밖 어디든'(2000) 등 총 4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막(膜), 2024
리움미술관 야외 데크에 설치된 필립 파레노의 ‘막(膜)’./리움미술관

전시장 곳곳에서는 배우 배두나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막’이 만들어낸 목소리 ‘델타 에이(δA)’가 들려온다. 델타 에이는 동사-주어-목적어의 어순을 가진 새로운 언어 체계다. 작가는 ‘왕좌의 게임’에서 도트락 부족의 언어를 만들었던 언어학자 데이비드 피터슨과 협업해 델타 에이를 창조해냈다.

파레노는 “‘막’에서 전송된 신호와 데이터는 그 자체로 언어가 되기도 한다”며 “이 캐릭터에게 인간의 목소리를 부여하고 싶었다. 그래서 배두나의 목소리를 빌려 그의 목소리로 이 캐릭터가 말을 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M2 전시장의 지하 1층은 석양이 비추는 듯한 느낌의 오렌지빛으로 연출됐다. 현실과 초현실, 가상과 실재가 모호하게 혼재된 세계가 펼쳐진다. 녹아내리고 흙이 섞여 지저분해진 눈사람이 놓여있고 물고기 모양의 풍선은 전시장을 둥둥 떠다닌다. 전시 기간 눈사람이 녹아 없어지면 다시 얼려서 전시되고, 물고기 모양 풍선은 이곳저곳을 예측할 수 없이 돌아다닌다.

Philippe Parreno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리움미술관

블랙박스 전시장에서는 메릴린 먼로의 시선과 음성, 필체를 구현한 ‘마릴린’ 등 영상 3편이 상영된다. 블랙박스에서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되는 그라운드갤러리는 키네틱 아트들로 채워졌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파레노의 전시는 ‘보는 전시’가 아니라 하나의 공연과도 같다”며 “전시장에서 그림 같은 것을 기대한 관객에게 낯선 경험을 제안한다. 작품이 계속 진화하고 변화해 그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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