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국제 금값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자 국내 금 시세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들어 주식, 가상자산, 금 등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자산 가격이 역사적 최고가를 경신하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장세가 강해지면서다. 개인투자자들도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 매수하면서 국내 유일 금 현물 ETF 순자산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는 금값 상승 배경에 미국 경기 등 시장 변수보다 금 역시 최고가를 찍는다는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몰리는 수급 영향이 더 크다며 과열 우려를 제기했다.

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유일 금 현물 ETF인 ‘ACE KRX 금 현물 ETF’에 올 들어서만 305억8600만원이 유입됐다. 지난해 12월 초까지만 해도 1000억원을 밑돌았던 순자산은 현재 1400억원을 돌파, 역대 최대치(1409억원)를 기록했다. 이 상품은 한국거래소가 산출·발표하는 ‘KRX 금현물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지난달부터 이달 5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금현물 ETF를 약 50억원을 순매수하면서 기관의 물량(51억원)을 받아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투자가 가능해 개인들의 관심이 쏠렸다.

금값이 치솟으면서 금 투자 수익률도 오름세다. 전날 국제 금 선물가격은 처음으로 온스당 2100달러를 돌파했고 국내 금값 역시 g당 9만원을 넘겼다. 한국거래소에서 금값은 g당 9만856원으로 사상 최고치였다. 이에 연초 이후 금 현물 ETF 수익률은 4.14%로, 이는 최근 인기를 끌었던 배당 관련 ETF 수익률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TIGER 미국배당+3%프리미엄다우존스(4.14%), TIGER 배당프리미엄액티브(4.12%) 등도 4%대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KODEX 골드선물(H)(1.30%) ▷TIGER 골드선물(H)(1.29%) 등 금 선물 관련 ETF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치솟는 금값을 누르기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매파(긴축 선호)’적 태도도 역부족인 분위기다. 월가에선 파월 의장이 이번주 미 의회 반기 통화정책 보고에서 금리 인하에 매파적인 입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 그룹 애널리스트들은 “파월 의장이 매파적인 태도를 취하고,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사용했던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갈 것이란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고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선 최근 달러 약세가 금값과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가격을 모두 밀어올린다고 본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미국의 긴축이 끝나고 오는 6월께 금리를 내린다는 전망이 우세해 달러가 약세를 보인다. 여기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적극 사들인 것 역시 금값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대표 안전자산인 금이 비트코인·나스닥 등 주요 위험자산들과의 동반 랠리를 달리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역시 휴전협상에 돌입한 국면에서 금의 상승 동력을 찾기 어렵다는 반론이 맞선다.

이에 최근 금값 급등세는 ‘단기 과열’로 수급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미 연준의 동향이나 지정학적 이슈 등을 두루 고려해봐도 금 가격을 뒷받침할 매크로(거시경제) 이벤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은 귀금속 상품의 특성을 고려할 때 역대 최고치 돌파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강하게 쏠리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주 발표를 앞둔 미 고용 지표를 확인하지도 않고 금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경기 침체에 대한 배팅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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