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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최근 한 달간 국내 증시를 주도한 섹터는 반도체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부 주도 주가 부양책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드라이브에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주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미국발(發)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에 올라탄 대표 반도체 종목들의 강세가 어느 종목들보다 돋보였던 셈이다.

특히, 전반적인 반도체 섹터의 훈풍 속에서도 ‘옥석 가리기’의 과정도 동시에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AI 개발용 핵심 반도체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밸류체인 또는 올해 AI 연구·개발(R&D) 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온디바이스(On-Device) AI’ 흐름에 올라탄 종목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집중됐다.

유일한 ‘두 자릿수’ 상승률 KRX 반도체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2월 5일~3월 5일) 간 한국거래소가 도출한 총 28개 ‘KRX 산업지수’ 가운데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지수는 11.45%의 ‘KRX 반도체’였다. 해당 기간 총 28개 산업지수 가운데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지수는 ‘KRX 반도체’ 지수가 유일했다.

증권가에선 KRX 반도체 지수가 강세를 보인 것은 미국·일본 증시 주요 지수를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 릴레이로 이끈 ‘1등 공신’ AI 반도체주의 급등세가 국내 관련주에도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관련주가 상당수 포함된 ‘KRX 정보기술(6.35%)’, ‘KRX 300 정보기술(5.78%)’ 지수가 각각 상승률 4·6위 등 상위권에 자리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불어온 AI 반도체 훈풍의 영향은 최근 국내 증시를 들썩이게 만든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영향력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주가 부양책 수혜주로 구성된 ‘KRX 증권’, ‘KRX 자동차’ 지수의 상승률이 각각 7.20%(3위), 4.21%(9위)로 ‘KRX 반도체’ 지수의 상승률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 반도체 섹터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목별로 등락률의 격차가 상당한 수준으로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KRX 반도체’ 지수 포함 50개 종목 중 시총 15개 종목만 뽑아낸 테마 지수 ‘KRX 반도체 Top 15’ 내 등락률 상위 5개 종목은 한미반도체(61.22%), SK하이닉스(25.32%), 주성엔지니어링(24.42%), 이오테크닉스(21.65%), HPSP(20.82%)였다. 등락률 하위 5개 종목은 심텍(-11.24%), DB하이텍(-5.67%), 티씨케이(-3.85%), 삼성전자(-0.81%), LX세미콘(0.78%)이었다.

같은 반도체 섹터 내에서도 수익률이 극과 극으로 차별화됐던 이유는 바로 AI란 큰 흐름에 얼마나 연관됐는지였다. K-반도체 ‘쌍두마차’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HBM 경쟁에서 크게 앞선단 평가를 받는 SK하이닉스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수차례 기록하는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7만원 초반대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 뉴욕증시에서도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주가가 최근 1개월간 26% 상승할 때, 과거 혁신 기업의 상징이었던 애플의 주가는 AI 경쟁에서 뒤처졌단 평가를 받으며 10.13%나 떨어졌다.

HBM·온디바이스 AI 연관성에 주목…外人 투심도 쏠려

AI 반도체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대장주’로 꼽히는 종목은 한미반도체다. HBM 생산 핵심 장비인 TC본더(가공 종료 칩을 열 압착 방식으로 회로 기판에 부착하는 장비)를 SK하이닉스에 공급하며 ‘한미반도체→SK하이닉스→엔비디아’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단 평가를 받고 있다. 박주영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곧 양산할 5세대 HBM ‘HBM3E’가 상반기 양산 예정인 엔비디아의 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며 한미반도체가 생산하는 TC본더의 추가 수주도 예상된다”면서 “세대가 진화할 때마다 신규 장비 납품이 필수적인 만큼 6세대 ‘HBM4’ 시대엔 한미반도체가 추가 성장의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최초로 고압 수소 어닐링(열처리 과정) 장비를 개발한 HPSP도 대표적인 AI 반도체 수혜주로 꼽힌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AI용 차세대 반도체) 2㎚(나노미터)급 공정을 도입하는 인텔, 삼성전자, TSMC 등 공정 수율 개선을 위해 HPSP가 생산하는 장비가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이오테크닉스도 대표적인 어닐링 장비 업체로 꼽힌다.

‘KRX 반도체 Top 15’ 지수엔 포함되지 않은 소형주지만, ‘KRX 반도체’ 지수 포함 종목 중 주목할 종목은 ‘디자인하우스’ 관련주다. ‘KRX 반도체’ 지수 내 등락률 1위 종목인 오픈엣지테크놀로지(62.49%)는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맞아 대표적인 수혜주로 평가된다. 등락률 2위 가온칩스(61.76%)는 지난 1월 미국 법인 설립을 통해 삼성파운드리와 ARM의 파트너사로서 미국 시장 내 경쟁력 확보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고(高) 성장 AI 반도체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특징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날 종가 기준 SK하이닉스에 대한 1조5572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는 물론 한미반도체 1022억원, 주성엔지니어링 509억원, 가온칩스 388억원, 이오테크닉스 229억원, 오픈엣지테크놀로지 195억원, 피에스케이 191억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편입 종목인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를 제외한 종목들에 대한 투자금은 패시브 투자가 아닌 자발적 투자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코스피 대형주에 외국인 투자금의 대부분이 집중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향후 성장 가능성을 보고 외국인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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