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2000만원대로 전년 대비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터진 데다 해외부동산 손실, 차익결제거래(CFD) 등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증권맨’ 연봉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증권사 성과급 지급과 관련한 개선안을 추진하면서 증권사들도 일단 몸을 낮추고 정책 방침을 살피는 모습이다.

11일 국내 증권사들이 공시한 ‘2023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SK증권 등 10곳의 임직원 평균 보수는 1억2290만원대로 집계됐다. 전년인 2022년 이들의 평균 연봉이 1억3890억원이었던 수준과 비교하면 11.5%나 줄어든 셈이다. 짐을 싸고 떠난 증권맨도 늘었다. 유진투자증권을 제외한 9곳은 최소 4명에서 최대 168명이 줄었다. 이에 10곳 전체가 지출한 임직원 보수 규모도 총 2457억원이 감소하면서 2조원대(1조9447억원)를 밑돌았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총 3099명 임직원의 평균 보수가 1억37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2022년에는 임직원 3104명의 평균 연봉이 1억7100만원이었던 것이 20%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전체 증권사 ‘연봉킹’을 배출한 다올투자증권의 평균 보수도 1억9600만원에서 1억4500만원으로 5000만원 가량 줄었다. 미래에셋증권 임직원 3703명은 지난해 평균 1억2000만원을 수령,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 밖에도 ▷한화투자증권(1억2400만원→1억200만원) ▷DB금융투자(1억2800만원→1억1200만원) ▷교보증권(1억4900만원→1억3400만원) 등이 줄었다. 최근 3년간 부동산 경기 호황에 수많은 연봉킹을 배출했지만 지난해 부동산금융 실적이 급감하면서 연봉도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증권맨들은 기본급이 낮은 대신 높은 인센티브를 받는다. 실적이 좋을 땐 고연봉을 수령하지만 실적이 나쁠 땐 연봉이 줄거나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는 리스크도 있다.

지난해 증권맨들의 연봉이 감소한 배경에는 부진한 실적이 꼽힌다. PF 관련 충당금과 평가손실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 임직원들의 평균 보수가 2억원대를 돌파한 모습과 대조적이다. 또 일부 증권사들은 올해 지급할 성과급을 두고 이연 지급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 이연 지급은 성과가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업무에 대해 성과급도 장기로 가져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규정이다.

예컨대, 대형 PF 딜을 따왔다고 바로 성과급을 다 지급하면 나중에 손실은 회사가 전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비율 성과급을 이연해 이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한 증권사 임원은 “해외부동산 펀드의 경우,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도 있다”며 “보수적으로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한 곳도 있지만 증권사별로 평가 기준이 제각각이다보니 느슨하게 손실을 인식한 곳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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