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량리 청과시장 가봤더니…

7월 아오리사과 나올때까진 ‘고공행진’…예비비 투입으로 할인 지원

“사과가 두 개 만원이면 차라리 마라탕을 먹겠어요.”

지난 8일 동대문구 이문동에 거주하는 정다희 씨가 서울 청량리 청과시장에서 사과 가격을 확인하고 놀라며 이같이 말했다. 도매시장이지만 크고 상품성 좋은 사과는 2개 만 원, 크기가 작은 사과는 4개 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매일 아침 사과를 먹고 출근하던 정 씨는 사과가격이 급등하자 석달전 사과즙으로 바꿨다.

사과 가격은 상품성에 따라 다르지면, 평균 2,000~2,500원을 기록했다.ⓒ더농부

한국 물가협회에서 확인한 2023년 3월 8일 사과 1개 가격이 1,280원. 2024년 3월 8일은 2,770원을 기록했다. 1년새 두 배가 넘게 뛴 사과값 탓에 밖에서 다채롭게 진열되던 사과는 안으로 들어가고 가격은 직접 물어봐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사과 가격은 전통시장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얼마에요?” “4개 만원이요”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사과를 둘러보던 한 소비자는 가격을 듣더니 발걸음을 돌렸다. 전통시장이라고 사과 가격이 소매시장보다 더 저렴한 것은 아니었다. 사과값이 비싼 탓에​​ 몇몇 판매점에선 크기가 작은 부사를 묶어 판매했다. 청과물 시장 초입의 한 판매점에서는 “맛있고 싸서 이것만 사가, 맛도 일반 부사랑 비슷해서 사과 중엔 미니 부사가 제일 잘 팔려”라며 한 꾸러미에 6,000원인 사과를 소개했다. 다른 판매점에서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사과를 사 가라며 권유했다.“깎아 드실 거면, 이거 가져가세요. 흠집이 있긴 한데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맛이 다른 건 아니니까”

대형마트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고산지 사과(4~7개) 16,980원, 못난이 사과(6~10개) 16,980원 등으로 높은 가격 탓에 사과 진열대 앞의 주부들은 사과 봉지를 들었다 놨다만 반복할 뿐이었다.

평소 크기가 작아 잘 팔리지 않던 사과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왼쪽)대형마트에 사과는 진열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지 오래다.(오른쪽) ⓒ더농부

신선 과실, 23년 2월 대비 41.2% 상승

지난 3월 6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식품 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국민과일인 사과 생산량이 봄철 냉해·여름철 폭우·10월 우박으로 전년 대비 30% 줄었기 때문이다. 작년 사과 생산량은 2011년(38만 톤)이후 최저치(39만 톤)를 기록했다. 사과 생산량이 줄고 가격이 오르자, 대체 과일인 귤과 배 등도 덩달아 가격이 오르고 있다.

2월 과일 값 상승을 이끈 대표 항목은 귤, 사과, 배, 토마토 등이다ⓒ더농부

7월 아오리 사과 출하까지 “금사과” 유지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1년 사이 배 한 개(600g 내외) 가격은 2,480원에서 6,700원으로 감귤은(1kg 기준) 두 달만에 3,330원에서 7,730원으로 크게 올랐다. 토마토 역시 2023년 2월 28일 7,680원(1kg, 완숙 기준)에서 지난달 28일 10,510원으로 올랐다. 사과를 시작으로 다른 과일 가격이 급등하며 지난 2월 신선과실 지수는 1년 전(2023년 2월)보다 41.2%, 한 달 전인 1월보다 8.7% 상승했다. 사과 생산량 감소가 다른 과일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1년 주기로 작기가 돌아오는 사과 특성상 오는 7월 아오리 사과가 출하되기 전까지 높은 가격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는 7월 아오리사과가 출하되기 전까지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수입사과, 8단계 협상 완료까지 평균 8.1년

7월 햇사과 출하 전까지 높은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탓에 일각에선 사과 수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외국산 농산물 수입 위험분석 절차’(IRA)가 평균 8.1년, 길게는 20년 이상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수입 사과를 당장 식탁에서 보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다. 현재 한국과 사과 수입 검역 협상을 진행 중인 국가는 미국·일본·뉴질랜드 등 11개 국가다. 일본이 8단계 중 5단계로 가장 많이 진행됐으며, 1993년부터 협상을 시작한 미국은 이제 3단계를 준비 중이다. 뉴질랜드 3단계, 독일 2단계, 중국·이탈리아·포르투갈 1단계로 다른 국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장 빠른 속도로 수입된 중국산 체리도 3.7년이 걸렸다. 늘어나는 수입 사과 요구에 대해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7일 “과일 가격이 높다고 해서 사과를 바로 수입해 올해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사과 수입이 당장은 어렵다고 말했다.ⓒ뉴시스

4월까지 230억 투입···과일 물가 잡는다

과일을 포함, 신선식품 물가가 많이 오르자 정부는 오는 4월까지 230억 원을 투입해 할인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올해 농축산물 할인지원 예산 1060억원의 21% 수준이다. 또한 바나나·오렌지·망고 등의 기존 수입 과일에 만다린·두리안·파인애플주스 등 할당관세가 적용될 품목을 추가해 소비자들의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농식품부는 예상했다.

더농부 인턴 이우중

제작 총괄: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조선비즈,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1%…한달 만에 3%대 재진입>

뉴시스, <물가 다시 3%대…과일 41% 폭등 '32년 5개월 만에 최대'>

연합뉴스, <농식품부 "사과·배 강세 불가피…수입은 검역 협상해야">

뉴스1, <사과 수입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과일 검역협상 길게는 20년>

통계청, <2022 농림어업조사>

통계청, <2023년 가을배추·무, 콩, 사과, 배 생산량조사 결과>

농림축산식품부, <농식품부, 사과 안심프로젝트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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