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이 2대 주주인 이른바 ‘슈퍼 개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결국 승리했다. 김 대표는 약 60%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마음을 돌리는 데 실패했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다올투자증권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정민하 기자
15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다올투자증권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정민하 기자

다올투자증권은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77.4%의 주주가 출석했다. 미리 주주들의 의결권 전자 위임 등이 이뤄져 주총장은 크게 붐비지는 않았다. 의결권 표 집계로 주총은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늦은 오전 9시 30분쯤 시작됐다.

이날 주총이 관심을 끈 것은 이 회장과 김 대표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의 지분 차이는 크지 않다. 김 대표는 지난해 주식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하고 경영 참여를 선언한 바 있다.

이날 주총에서 김 대표의 주주제안은 모두 부결됐다. 김 대표가 제안한 안건별로 찬성률은 대부분 26~29%에 불과했다. 김 대표는 지분 14.34%를 보유하고 있는데, 나머지 60%의 소액 주주 중 일부만이 김 대표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장 측이 보유한 지분은 특수관계자를 포함해 25.19%다.

김 대표는 이번 주총에서 논의할 안건 12건을 지난달 초 회사에 제안했다. 주요 안건으로는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 ▲이사 임기 3년에서 1년으로 단축 ▲감사위원이 아닌 이사 보수한도 축소와 이병철 다올투자증권 회장 퇴직금 지급률 4배에서 3배로 축소 ▲차등적 현금배당 ▲신규 사외이사 선임 등이 있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다올투자증권 정기 주주총회에서 황준호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정민하 기자
15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다올투자증권 정기 주주총회에서 황준호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정민하 기자

이 중 핵심인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안은 찬성률이 26.6%에 불과했다. 이사 임기 단축안은 찬성률이 29%로 부결됐다. 김 대표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강형구 교수 선임의 건 역시 지지를 얻지 못했다. 1대 주주인 이 회장이 표를 행사할 수 없는 ‘감사위원이 아닌 이사 보수한도 축소’의 건도 회사 측이 찬성률 60.5%로 이겼다. 반대는 39.5%였다.

‘3% 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 선임 건도 무난하게 가결됐다. 사내이사 김형남 선임의 건은 찬성률이 68.8%, 사외이사 이혁 선임의 건은 69.1%에 달했다. 3% 룰은 상장사의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주요 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을 말한다.

김 대표의 대리인은 “회사는 한 개인의 사익만을 위해 운영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주주의 건전한 견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며 “주주들이 주가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2대 주주로서 이번 주총은 시작일 뿐이고, 다올투자증권 가치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대표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두 자릿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달성하는 성장하는 강한 회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2022년 하반기 급격하게 악화된 부동산 경기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때를 보냈다. 부동산 수익 악화로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중장기 관점에서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 수익 다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리스크관리다. 사전적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도록 역량을 강화하겠다. 사회적 책임과 고객 관점에서 모든 프로세스를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의도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올투자증권 지분 매입 과정에서 가족 명의로 지분을 10% 이하로 나눠 보유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서도 관련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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