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가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확대하기로한 매입임대주택 제도가 과거 운영 과정에서 비리로 얼룩지고, 세금을 크게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난19일 정부는 청년, 신혼부부 등 서민의 전월세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앞으로 2년간 비(非)아파트 10만가구(전세 2만5000가구·월세 7만5000가구)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땅집고] 서울이 노후 빌라 밀집지. /뉴스1

매입임대주택은 정부가 민간주택을 매입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서민들에게 임대해주는 제도다. 전세사기 등 보증금을 떼일 걱정 없이 세입자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고, 임대 기간도 통상 8년 정도로 긴 편이다. 요즘처럼 주택 전세금이 치솟는 국면에서 정부가 저렴하고 안전한 공공 전세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이란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이 제도는 과거에도 여러 번 운영되다 각종 문제점이 수차례 제기됐다. 실효성을 높일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 매입임대주택, 빌라·소형아파트 가격만 폭등하고 공실로 방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등장해 문재인 정부 시절 역점 사업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사업의 성과가 ‘정부가 얼마나 많이 매입임대주택을 사들였느냐’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부작용이 심했다는 분석이다.

전세금이 크게 상승하던 부동산 호황기에도 매입임대 주택은 공가 비중이 늘면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매년 SH공사를 비롯한 공기업들은 임대주택 숫자를 채우기 위해 1년에 다가구·다세대주택 등 빌라를 1만가구 이상씩 사들였다.

/조선DB

문재인 대통령 집권 시기인 ▲2019년 2만344가구 ▲2020년 1만6562가구 ▲2021년 2만4162가구 ▲2022년은 1만4054가구 수준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호황기와 맞물려 정부가 비싼 값에 임대주택을 사들이면서 서울 내 빌라값이 폭등하고 연이어 아파트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올라 집값 자극제로 작용하기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2016년~2020년 서울·경기 지역 매입임대주택 현황에서 정부가 사들인 매입임대주택은 총 4만4680가구로, 총 지출 금액이 10조6486억원에 달했다.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무턱대고 주택을 사들이는 바람에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고 품질도 안 좋은 경우가 많았다.

2022년 기준 6개월 이상 비어있는 매입임대주택이 전체의 3.3%를 차지했다. 심지어 매입임대 공가 중 47%가 서울 등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이는 고스란히 혈세 낭비로 이어졌단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1만가구 이하로 매입임대주택 공급 목표치를 낮추는 대신 품질 향상에 더 집중하고, 매입임대주택 가격 산정 체계도 감정평가금액 수준으로 낮추는 등 세금 낭비 비판에 대응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들어 전세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면서 매입임대주택을 더 확대하겠다고 발표해 혼선이 가중된 셈이다.

■ 민간 업자랑 결탁해 뒷돈 받기도…LH 독점 운영도 문제

매입임대주택 제도가 비판을 받는 또다른 이유는 운영 상의 비리 문제도 불거졌다는 점 때문이다.

[땅집고]매입임대주택 운영 과정에서 LH 직원이 뒷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작년 7월 매입임대주택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부 직원이 뇌물을 받고 내부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직원이 주도해 LH가 매입한 3303억원 상당의 미분양 주택 약 1800가구 중에는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일당 소유의 주택 165가구(354억원 상당)도 포함돼 있었다.

민간 업체와 결탁해 원활히 매입을 진행해주는 명목으로 LH직원이 지속적으로 수수료를 챙겨온 행태도 드러났다.

송인호 KDI경제정보센터 소장은 “매입임대주택은 서민들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안전하기 장기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외곽에 들어서는 단점이 있어도 그조차도 필요한 서민이 있기 때문에 공급이 이뤄져야 하지만 제대로 운영관리가 되지 못하는 점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송 소장은 “규제로 인해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가 발달하지 못하면서 LH가 지나치게 운영 관리를 독점하면서 비리도 발생하게 된 것”이라며 “10만가구라는 숫자보다 더 적게 공급하더라도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우수한 품질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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