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중구 굿모닝시티 빌딩에서 태광산업 제63기 정기 주주총회가 진행됐다. / 사진=태광산업
29일 서울 중구 굿모닝시티 빌딩에서 태광산업 제63기 정기 주주총회가 진행됐다. / 사진=태광산업

[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됨에 따라 태광산업이 투자계획 추진에도 속도를 낼지 관심이 모인다.

태광산업은 29일 오전 서울 중구 굿모닝시티 빌딩에서 제63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 중 전자투표·위임 포함 87.2%가 이날 표결에 참여했다. 오전 9시에 예정됐던 주총이 정시에 시작됐고, 안건들도 모두 큰 이견 없이 가결됐다. 이날 주총장에는 사내이사 후보였던 성회용 태광산업 대표가 임원자격으로 참석했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이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데일리임팩트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이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데일리임팩트

트러스톤운용은 앞서 주주제안을 통해 사내이사로 정안식 태광산업 영업본부장, 사외이사에는 안효성 회계법인 세종 상무이사와 김우진 서울대 교수를 추천했고 이날 주총에서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당초 표대결이 예상됐으나 트러스톤운용의 사내·외이사 선임 건을 사측이 모두 받아들인 것.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주주제안을 회사가 전격 수용한 것은 회사와 대주주가 진심을 믿어준 결과로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에도 태광산업 배당금 확대, 자사주 획득안 등을 제안했으나 모두 부결된 바 있다. 특히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시도는 이사회 부결로 주총 안건으로 올라가지도 못했다.

트러스톤은 지난해말 기준 태광산업 지분 5.85%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지만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 지분인 54.53%보다 턱없이 낮다. 때문에 분리선임 되는 사외이사 선임 건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안건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해당 안건은 3%룰이 적용돼 이 전 회장의 의결권은 최대 13.34%로, 소액주주 지분(14.06%)보다 작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가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데일리임팩트
김우진 서울대 교수가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데일리임팩트

특히 태광산업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구조를 비판해 온 김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돼 눈길을 끈다. 김 교수는 20년 넘게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한 자본시장 전문가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 국민연금기금 투자정책 자문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김 교수 선임 배경에 대해 “회사에 대한 주주들의 쇄신 요구에 대주주도 상당 부분 공감한 결과”라며 “이사회 중심 경영을 추진하고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 사측 제안이었던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성회용·오용근 사내이사 선임 건 등이 모두 가결됐다.

주총이 끝난 뒤 선임된 사내·외 이사들은 이날 오후 이사회에 참석해 곧장 경영 일선에 나선다. 이사회에서는 성회용 대표이사 선임과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회 겸직 안건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됨에 따라 태광산업이 10조원 투자계획에 속도를 낼 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태광산업은 지난 2022년말 향후 10년간 석유화학부문에 6조원, 섬유부문에 4조원 약 10조원의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다고 공시했다. 다만 해당 공시 이후 별다른 대규모 투자계획은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다.

성회용 대표가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최태호 기자
성회용 대표가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최태호 기자

성 대표는 이날 주총이 끝난 뒤 “석유화학과 섬유가 침체기인 상황에서 한번에 산업구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반도체, 2차전지 등 차세대 먹거리와의 연결고리를 찾아갈 것”이라며 “새로운 이사들과 잘 논의해서 투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소액주주의 의견을 한번에 수용하긴 어렵지만 적자 개선 등 산적한 과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부사장은 “올해 투자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 향후 주주환원을 늘린다고 오늘 주총장에서 답변한 만큼 기대가 된다”면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약속해 유동성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태광산업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태광산업 최대주주인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 전 회장은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2021년 만기 출소했다.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취업제한은 사라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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