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101.4%…1년 새 3.2%P↑

기준 정상화 앞두고 준비 완료

4대 은행 본점 전경. ⓒ각 사 4대 은행 본점 전경. ⓒ각 사

국내 4대 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모두 10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LCR은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놓였을 때 얼마나 대응 여력을 갖추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완화돼 온 LCR 규제가 올해 안으로 정상화가 예고돼 있는 가운데, 은행들은 일찌감치 대응을 끝마친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지난해 4분기 평균 LCR은 101.4%로 전년 동기 대비 3.2%포인트(p) 높아졌다.

LCR은 국채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최소 의무보유비율로,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은행 건전성 지표다. 금융위기 시 자금인출 사태 등 심각한 유동성 악화가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당국의 지원 없이 30일 간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도록 대비하라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LCR이 102.9%로 같은 기간 대비 3.2%p 오르며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고를 기록했다. 하나은행 역시 101.0%로 해당 수치가 12.1%p 상승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101.3%로, 신한은행은 100.6%로 각각 1.1%p와 1.5%p씩 LCR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100%대를 유지했다.

4대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4대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LCR은 심각한 유동성 악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끌어올리고자 도입된 제도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100%를 넘겨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이같은 제한이 은행권의 금융지원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규제가 완화돼 왔다.

다만 금융당국은 LCR 규제 복귀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95% 준수로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올해 중에는 이를 다시 100%로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최종적인 정상화 개시 여부는 올해 2분기 중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다.

이미 LCR이 100%를 웃도는 은행들은 이런 변화에 보다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는 입장이다. 한때 금융권에서는 유동성 확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새 나오기도 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녹록치 않은 탓이었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규제 정상화를 앞두고 일제히 LCR에 버퍼를 확보함으로써, 별다른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금리 인하 시점이 다가오면서 유동성 확보 부담을 더욱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현재의 시장 금리가 정점으로, 연내 인하 사이클에 돌입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아직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시기와 폭의 문제일 뿐 올해 안에는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로 속에서 은행들이 급하게 유동성 확충에 나설 경우 시장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준비를 이미 끝마친 상태”라며 “금리 여건 개선으로 부담을 한층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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