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금융감독원
사진=금융감독원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이하 홍콩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와 관련한 징계 절차에서 ‘은행의 시간’이 시작됐다. 금융당국이 그간 진행된 현장감사 결과를 각 은행에 송부한 가운데, 은행은 향후 2~3주간 이를 검토해 당국의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당국 감사 결과에 대한 은행의 검토 의견이 향후 이번 사태 관련 제재 결과를 가늠할 잣대가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자율배상 노력에 따라 제재 수위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상당수 은행이 신속한 자율배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편, 은행권 또한 이번 제재심을 앞두고 유사 사고 예방을 위한 ‘책무구조도’ 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또한 향후 제재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홍콩ELS 사태, 이제는 ‘제재의 시간’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홍콩ELS 사태 관련 현장검사를 완료한 5개 은행, 5개 증권사 등 총 11개 홍콩H지수 ELS 판매사에 검사의견서를 발송했다.

금감원은 이번 홍콩ELS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연말부터 1~2차에 걸쳐 홍콩ELS 판매사에 대한 사전 및 현장 점검을 시행했다. 1차 검사를 통해 일부 금융사에서 고령층의 노후 자금에 대해 투자를 권유하거나, 설명 녹취 의무를 위반한 사례를 발견한 금융당국은 이를 근거로 사실상 이번 홍콩ELS사태를 ‘불완전판매’로 규정했다.

이후 진행되 2차 검사에서는 1차 검사에서 확인된 △설명 의무 △적합성 원칙 여부 등 주요 문제를 토대로 각 금융사 사례를 재점검했다. 특히 이같은 2차 검사 결과를 토대로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일종의 ‘배상 가이드라인’을 공개, 사실상 홍콩ELS 판매사의 자율배상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번 검사의견서 발송은 자율배상과는 별개로 판매사 대상 제재심과 관련된 프로세스다. 당국의 발송한 검사의견서를 받은 은행, 증권사 등 홍콩ELS 판매사는 이를 검토해 일종의 ‘답변서’를 당국에 회신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검토 및 답변서 발송까지는 약 2~3주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추후 이를 받은 금융당국은 답변서를 토대로 법률검토 및 제재 수위 등을 결정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경우, 늦어도 오는 5월 중에는 제재심의위원회 일정과 더불어 판매사에 ‘제재 수위’가 사전 통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적으로 판매사 및 책임자 대상 제재수위는 제재심이 끝난 후 금융위의 의결을 통해 확정된다. 과거 제재심이 진행된 주요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이슈를 반추하면 이르면 하반기 말경 최종 제재 수위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재심에서도 최대 관건은 CEO 대상 중징계 여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사모펀드 사태 당시, 일부 금융사의 CEO가 취업 제한 조치 등이 부과되는 중징계를 받으며 논란이 일기도 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일부 CEO는 중징계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당국과 소송을 진행했는데 대법원 최종심에서 금융사 CEO가 승소하며 징계 효력이 완전히 상실되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CEO징계 가능성은 ‘낮을 듯’

업계 안팎에서는 이같은 과거 사례를 이유로 이번 금감원의 제재 수위가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를 대상으로 할 뿐, CEO 대상의 직접적 징계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의 경우, 내부통제기준의 마련 여부가 CEO 제재의 주된 이유였지만, 이미 대법원에서 징계 사유로 인정받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 2019년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중징계 철회 소송에서도 대법원은 내부통제기준의 ‘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는 손 회장의 중징계 사유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금융당국의 패소를 판결한 바 있다.

이후 대다수 금융사가 지난 2018년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및 이후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을 기점으로 내부통제기준 마련해 고도화 작업을 병행하는 등 사실상 CEO제재 요인을 차단했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 대규모 손실 사태를 일으킨 홍콩ELS 상품의 판매 시점(2021년) 당시 주요 금융사 CEO들이 현재 대부분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점 또한 CEO징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특히, 금융당국이 권고한 ‘자율배상’을 대부분의 판매사가 수용하고 이미 구체적인 작업에 돌입한 점 또한 CEO 또는 판매사 대상 징계 수위 경감을 전망하는 핵심 요인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자율배상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서 은행의 자율배상이 결국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종의 ‘구제 노력’인 만큼 추후 제재심에 이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왔다.

이복현 금감원장 또한 “소비자나 이해관계자에게 적절한 원상회복 조치(배상 등)를 한다면, 이를 제재 및 과징금 감경 요소로 삼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며 힘을 싣기도 했다.

이미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홍콩ELS 판매사는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자율배상에 합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또 KB국민, NH농협, SC제일 등 여타 판매사 또한 현재 내부적으로 자율배상 관련 논의에 착수했는데 늦어도 이달 중에는 개별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율배상 진행을 시작할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홍콩ELS 사태에서 징계를 받는 CEO는 없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는 중”이라며 “다만, 이번 홍콩ELS 사태가 사실상 불완전판매 및 이와 유사한 이슈에서 CEO가 징계에서 배제되는 마지막 사례가 될 것이라고 보는 기류도 감지된다”라고 말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빨라지는’ 책무구조도 도입 시계

이같은 예측의 근거는 현재 은행권이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책무구조도’ 때문이다. 책무구조도란 임원 등 경영진 각자가 담당해야 할 내부통제 범위 및 내용을 사전에 정해 명문화하는 문서를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책무구조도 도입을 통해 향후 내부통제 이슈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더욱 명확해져 궁극적으로 금융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사 임원들 또한 금융사고 발생 시 본인이 직접적으로 책임자가 될 수도 있는 만큼, 각자에게 부여된 내부통제 담당 부분별로 책임감을 가지고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7월 중 책무구조도 도입안이 포함된 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금융사는 개정안 시행 6개월 후인 내년 1월 초까지 책무구조도를 만들어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현재 국내 4대 금융지주사를 포함한 주요 시중은행 모두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특히 데일리임팩트가 접촉한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빠르면 상반기 내 책무구조도를 마련, 개정안 시행과 동시에 책무구조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책무구조도가 도입된 이후 이번 홍콩ELS 원금손실 사태와 같은 이슈가 발생할 경우 경우에 따라 CEO 처벌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금융사고를 야기할 우려가 있는 사항을 실무진과 관리자가 책임자(CEO)에게 보고했음에도, 책임자가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업계 내부에서도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방식 중 하나로 책무구조도의 발 빠른 도입을 고려하는 분위기”라며 “대부분 개정안이 시행되는 3분기 중 책무구조도 도입을 목표로 준비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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