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중 막장’ 남매의 난…‘기회주의 캐스팅보트’ 구미현 눈길

[인포스탁데일리=박광춘 전문기자]

범LG가 식자재 유통 기업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이 또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남매 사이 분쟁이 인 지 근 10년. 진흙탕 싸움에 또 다른 형제가 기름을 붓는 형국이라 그야말로 막장보다 더하다는 평가다. 같은 핏줄끼리 끝이 나질 않는 싸움을 벌이는 탓에 기업 평판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지 오래다. 

아워홈은 지난달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구미현 씨와 그 남편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를 사내이사 후보로 하는 주주 제안을 가결했다.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이 제안한 안건이 통과됐다.

반면 아워홈을 이끈 구지은 부회장을 비롯한 10여명의 사내이사 재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한 차례 주주총회로 대규모 인사가 물갈이된 셈이다.

이번 주주총회는 아워홈 가족 흑역사의 함축판이라고 볼 수 있다. 2016년부터 본격화된 남매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고스란히 녹아든 주주총회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그래픽=인포스탁데일리

현재 비상장 회사인 아워홈의 지분은 고(故) 구자학 아워홈 창업주의 자녀 4명이 98% 정도를 나누어 가졌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구지은 부회장이 20.67%, 차녀 구명진 전 캘리스코대표가 19.6%, 장녀 구미현 씨가 19.28% 등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아워홈의 지분은 누구도 다른 형제자매의 도움 없이는 경영권을 독차지할 수 없는 구조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장남과 장녀가 힘을 모아 막내를 경영에서 몰아낸 형국이다. 

이 싸움의 막이 오른 건 2016년이다. 2004년 아워홈에 입사, 4남매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 수업을 받아온 구지은 부회장이 2015년 승진하며 승계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이듬해 구본성 전 부회장이 급작스레 경영에 뛰어들면서 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범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카드를 꺼내들며 경영권을 차지했다. 구지은 부회장은 아워홈 자회사 캘리스코 대표로 떠밀렸다.

표면적으로 장남과 막내의 다툼이지만 이 갈등을 부추기는 이는 따로 있다. 바로 장녀 구미현씨다. 별다른 경영 활동을 해 오지 않은 가정 주부가 매출 2조원의 기업 운명을 쥐고 흔드는 구도다. 구미현 씨는 2017년 주주총회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에 편에 섰다. 막내를 몰아내고 오빠가 경영권을 거머쥐는 데 일등 공신이었다. 구지은 부회장은 매해 경영권 회복을 시도했다. 하지만 번번이 언니의 벽에 가로막혔다.

오빠를 밀어주던 장녀의 마음이 급작스레 돌아선 건 2021년. 그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언니는 막내에 손을 들어주었다. 차녀인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까지 힘을 보탰다. 세 자매는 이사 선임과 배당 제안 등의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공동매각합의서’를 체결했다. 그 결과 구본성 전 부회장은 해임됐고, 구지은 부회장은 5년 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언니의 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막내의 손을 들어준 지 1년 만인 2022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의 편에 섰다. 다시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경영권 매각에까지 나섰다. 두 사람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됐지만 법원에 막혔다. 2021년 세 자매가 체결한 ‘공동매각합의서’가 유효하다고 법원이 판단해서다. 결국 두 사람의 경영권 매각 시도는 없던 일로 됐다.

아워홈 홈페이지, 대표이사 부회장 구지은 CEO인사말. 사진=아워홈 

재계에서는 아워홈 경영권 분쟁의 본질을 탐욕으로 규정하고 있다. 능력보다는 서열을, 회사의 경영보다는 개인의 부만을 고집한 결과라는 게 재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지은 부회장의 경영 능력은 업계에서 인정하고 있으며, 실적으로도 증명하고 있다”며 “반면 구본성 전 부회장은 사회적 물의를 여럿 일으키면서도 장자라는 타이틀에 눈이 멀었다”고말했다. 이어 “구미현 씨는 자신의 지분율을 앞세워 과도한 탐욕을 부리고 있다”며 “회사의 재정 상태와는 별개로 지난친 배당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아워홈의 매출은 전년 대비 8% 확대된 1조 9835억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6%늘었다. 구지은 부회장이 추진해 온 글로벌 사업 부문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아워홈 글로벌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3%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부문이 차지한 비중은 지난해 11.6%다. 구지은 부회장이 본격화한 2021년 대비 4.1%p 올랐다. 더불어 적자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집행한 배당을 줄인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다.

아워홈의 최근 5년 배당 내역을 보면, △2019년 456억원 △2020년 775억원 △2021년 미지급 △2022년 30억원 △2023년 60억원 등이다. 2020년 9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되레 배당 규모는 늘렸다.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에 나서면서 배당은 크게 줄였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그래픽=인포스탁데일리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구미현 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 편에 선 건 배당 때문 이라는 게 대다수의 평가”라며 “구지은 부회장이 배당을 줄인 데 구미현 씨가 불만이 있었고, 배당 확대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오빠 편으로 돌아선 걸로 읽힌다”고 말했다.

박광춘 전문기자 p2kch@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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