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현안분석 ‘고물가와 소비 부진’ 발간

KDI “단기 거시정책 필요성 높지 않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실질구매력 상승

한국개발연구원(KDI) 마창석, 정규철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고물가와 소비부진: 소득과 소비의 상대가격을 중심으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KDI 한국개발연구원(KDI) 마창석, 정규철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고물가와 소비부진: 소득과 소비의 상대가격을 중심으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KDI

민간소비 부양을 위한 단기적인 거시정책 필요성은 높지 않다는 국책연구원의 제언이 나왔다.

이러한 정책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인플레이션 안정세를 교란해 금리 인하 정책이 지나치게 지체될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창석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과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13일 현안 분석 ‘고물가와 소비부진: 소득과 소비의 상대가격을 중심으로’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인 2020~2021년 발생한 명목국내총생산(GDP)과 명목민간소비 간 격차는 2023년 거의 해소됐지만, 실질 GDP와 실질민간소비 간 격차는 여전히 축소되지 않고 있다.

이는 2022년 이후 소비자물가가 빠르게 상승한 반면 GDP 디플레이터(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것으로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는 낮은 상승세를 보여 소비 대비 소득의 상대가격(소비자물가를 GDP 디플레이터로 나눈 값)이 하락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 원유 등 수입품 가격 상승은 소비 대비 소득의 상대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반도체 등 수출품의 가격 상승은 상대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질GDP와 실질민간소비의 흐름(왼쪽)·명목GDP와 명목민간소비의 흐름(오른쪽) ⓒKDI 실질GDP와 실질민간소비의 흐름(왼쪽)·명목GDP와 명목민간소비의 흐름(오른쪽) ⓒKDI

연구진은 분석기간을 2001년 2분기부터 2023년 4분기로 설정했으며 총수요압력을 제외한 모든 변수는 전년 동기 대비 로그차분을 이용했다.

분석결과 2022년의 상대가격 하락은 국제유가 급등에, 2023년의 상대가격 하락은 반도체가격 급락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22년의 국제유가 급등은 GDP 디플레이터에는 하락 요인으로, 소비자물가에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상대가격을 하락시킨 주요인이었다.

반면, 2023년에는 국제유가가 내렸음에도 반도체가격이 더 급락함에 따라 상대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했다.

연구진은 분석결과를 활용해 실질민간소비 여건을 가늠하고자 올해 상대가격 상승률을 전망했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2024년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연간 6% 상승하고, 반도체 가격은 37% 상승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저위 시나리오에서는 국제유가가 2분기 이후 100 달러를 지속하며 18% 상승하고, 반도체가격은 1분기의 수준이 유지되면서 22% 상승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고위 시나리오에서는 국제유가가 2분기 이후 80 달러 수준으로 안정되면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하고 반도체가격은 연간 50% 상승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실질민간소비, 실질GDP, 실질구매력 추이(왼쪽)·실질구매력과 실질임금 증가율 추이(오른쪽) ⓒKDI 실질민간소비, 실질GDP, 실질구매력 추이(왼쪽)·실질구매력과 실질임금 증가율 추이(오른쪽) ⓒKDI

분석 결과 올해는 2022~2023년간 지속됐던 급격한 상대가격 하락 추세(누적 4.3%)가 0.1~0.8%의 완만한 상승 추세로 반전되면서 실질구매력을 증가시키고, 실질민간소비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연구진은 전망했다.

다만 지정학적 위험 등 향후 국제유가 흐름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겠으나, 반도체가격 급등으로 상대가격은 모든 시나리오에서 상승하는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향후 실질경제성장률이 확대되는 가운데 상대가격도 상승함에 따라 실질민간소비 여건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연구진은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성장률은 2023년(1.4%)보다 높은 2%대 중반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024년은 반도체가격 급등 영향으로 실질구매력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민간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는 여력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2024년 국제유가 및 반도체가격 시나리오(왼쪽)·시나리오별 상대가격 상승률 전망(오른쪽) ⓒKDI 2024년 국제유가 및 반도체가격 시나리오(왼쪽)·시나리오별 상대가격 상승률 전망(오른쪽) ⓒKDI

정 선임연구원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반도체가격이 올라가면 소득은 늘어난다”며 “반도체가격이 소비자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내가 쓰는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인데 내 소득금액이 커지면 소비여력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들은 현 상황에서 민간소비 부양을 위한 단기적인 거시정책의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향후 실질구매력 개선으로 소비 부진이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부양책이 시급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러한 정책이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안정 추세를 교란해 금리 인하 정책이 지나치게 지체될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민간소비 흐름이 궁극적으로는 소득 흐름과 연동된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경제 역동성을 강화해 소득 창출 능력을 높이는 구조개혁 정책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은 국민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더불어민주당 특별조치법에 대해 “민생회복지원금이라든지 SOC라든지 이런 것들을 실제 시행하게 되면 내수부양에 효과가 있을 것이지만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다시 내수를 부양시킨다면 결국에는 우리가 이때까지 물가를 잡기 위해서 내수부진의 고통을 감내한 것이 오히려 다시 되돌아가는 다시 고물가로 가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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