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임시 이사회, 송 회장 해임 ‘가결’

송영숙·임주현 모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까

지주사 단독 경영권 쥔 형제 “회사 발전 속도낸다”

14일 서울 송파구 한미사이언스 본사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 이사회를 마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본사를 벗어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14일 서울 송파구 한미사이언스 본사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 이사회를 마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본사를 벗어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불꽃 튀는 경영권 분쟁 이후 지주사 ‘공동 대표 체제’로 화해 무드에 접어들었던 한미그룹 오너 일가가 불과 한 달 반 만에 ‘불편한 동거’의 종지부를 찍었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을 한미사이언스 공동 대표직에서 해임했다고 14일 공시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 송파구 한미사이언스 본사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는 송영숙 회장, 임종훈 대표를 비롯한 이사진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장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화상 회의 방식을 통해 이사회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1시간 남짓 진행된 이번 임시 이사회의 안건은 단 하나, 송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대표직 해임이다. 해당 안건은 임종훈 대표가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회장 해임의 표면적 이유는 경영 효율화다. 공동 대표 체제보다 단독 대표 체제가 의사결정에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주요 계열사인 한미약품 인사 구조 등에 대한 오너 일가 내 의견이 합치되지 않아 경영권을 쥔 형제 측이 뜻이 다른 송 회장을 ‘축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모자(母子)는 계열사 인사권 등을 두고 지난달부터 대립해왔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15일 ▲임주현 부회장 ▲임종훈 사장 ▲신성재 전무 등에 대해 계열사 한미약품 인사 발령을 낸 바 있으나 10일 만에 해당 공지를 무효화 했다.

다만 임 대표는 이날 이사회 이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송 회장 해임 배경 등에 대해 말을 아꼈다.

거취 불투명해진 임주현…母女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나
(왼쪽부터)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 ⓒ한미그룹 (왼쪽부터)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 ⓒ한미그룹

송 회장이 해임되면서 장녀인 임주현 부회장의 거취에 대한 귀추 역시 주목되고 있다.

당초 형제는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 이후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공동 대표로, 분쟁 과정 중 부회장으로 승진한 임 부회장에게는 그룹의 중추인 한미약품 연구개발(R&D) 센터를 맡기고자 하는 등 모녀를 품는 행보를 취했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를 기점으로 모녀와 형제간 의견 차이가 확실시되면서 더 이상의 동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날 이사회 이후 만난 임 부회장은 거취에 대한 질문에 “내가 답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 회장직에 있는 모친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잃은 상황에서 같은 편에 있는 임 부회장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며 “특히 임종윤 이사가 한미약품 신임 대표로 내정된 가운데 양 측의 동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지주사 단독 경영 체제 전환…임종훈 “회사 발전 속도 낼 것”
한미그룹 창업주 故임성기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지난 3월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한미그룹 창업주 故임성기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지난 3월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송 회장의 대표 해임으로 한미사이언스는 차남 임종훈 대표의 단독 경영 체제에 돌입한다. 이날 이사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임 대표는 “(단독 체제 전환 후) 여러 가지 회사 발전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임 대표는 “(해결해야 할)시급한 문제가 많다”며 단독 경영 체제 돌입 이후 현안 해결에 속도를 내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장 시급한 안건은 ‘내부 안정’이다.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 승리로 임종윤·종훈 형제가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뉴(New)한미’로 불리는 대대적인 사업 재편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계열사인 한미약품의 경우 대표를 비롯한 내부 인사 재배치는 물론 기존 본부 체제에서 국내외 영업 사업에 방점을 찍은 ‘사업부 체제’로의 변경도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오너 일가를 둘러싼 상속세 해결, 형제가 경영권 분쟁 당시 약속한 1조원 투자 유치 등 산적한 숙제가 많아 경영진의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형제 측 관계자는 “뉴한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다음 달 18일로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 이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각각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의 수장을 맡게 될 형제가 뜻을 함께하고 있는 만큼 의사결정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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